‘킬미힐미’ 지성, 황정음
‘킬미힐미’ 지성, 황정음
‘킬미힐미’ 지성, 황정음

MBC ‘킬미, 힐미’ 2015년 2월 5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차도현(지성)은 어릴 적 지하실에서의 일을 회상하다 또 다른 인격 신세기를 깨운다. 신세기는 오리진(황정음)이 도현과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후 신세기는 차도현이 다녔던 회사에 출근하고, 그가 좋아한 여자를 유혹하는 등 제멋대로인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오리온(박서준)은 리진을 차도현으로부터 떼어내기로 마음먹는다.

리뷰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원래는 니체가 남긴 명언이다.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사랑의 기억을 지워버린다는 이 영화의 스토리처럼 망각은 축복이 될 수 있다. 만약 슬픈 기억을 생생하게 다 품고 산다면 우울증에 걸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과거에 대한 완전한 기억 소멸은 결국 나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지우고 싶은 과거라도 그것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셈. 과거는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지금의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삶이다.

‘킬미힐미’ 차도현의 슬픈 운명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너무나 오랜 시간 자신이 기억하기 싫은 진실로부터 숨어버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망가는 과정에서 발현된 것들이 바로 그의 다른 인격들이다. 특히 신세기는 그의 아픔과 가장 깊숙이 맞닿아 있어 보인다.

“우리 그 자식의 고통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 차도현은 사라졌다. 다시 깨어나지 않는다. 봉인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니 무서워서 숨었다”라는 신세기의 대사에서 그러한 단서들이 잡힌다.

결국 차도현은 ‘실재의 나’와 자신이 만든 신세기라는 ‘또 하나의 나’와 싸우는 중이다. 과거의 슬픔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대면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며 차도현을, 그리고 신세기를 괴롭힌다. 이 싸움이 치열한 까닭은 신세기의 대사처럼 ‘차도현과 신세기는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신이라면, 차도현과 신세기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오리진에게 던져진 질문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이된다.

사실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것들 투성이다. 재벌 남주, 출생의 비밀, 캔디형 여주인공, 남매를 가장한 사랑 등 일일드라마적인 설정을 한데 모았다. 그럼에도 그것이 ‘올드’하게 보이지 않는 가장 큰 힘은 캐릭터에서 나온다. 이번 회에는 차도현의 인격 중 시청자들에게 특히나 사랑 받은 신세기가 한 시간을 끌고 갔다. 그리고 왜 신세기가 매력적인 캐릭터인지를 증명하는 한 시간이었다. 미모와 유머와 순애보와 박력까지 겸비한 신세기는 요즘 흔히 하는 시쳇말로 ‘사기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 신세계 발견!

수다포인트
- 오메가 발언에 “참치까지 내가 잡아야 되냐”니요. 신세기의 병맛 ‘유머’
– 오리진의 명령에 깨갱하는 모습이라니요. 신세기의 ‘순애보’
– 오리진을 뜨겁게 쏘아보는 눈빛이라니요. 신세기의 ‘박력’
– 오, 이런 ‘사기 캐릭터’ 같으니.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킬미힐미’ 방송화면 캡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