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제작, 배급한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대표가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식을 비판하면서 대표직 사임을 밝혔다.
엄용훈 대표는 14일 자신의 SNS에 “지난해 설립작으로 배급한 영화 ‘소녀괴담’은 작은 성공이 있었지만, 영화 ‘카트’에 이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의 흥행 실패는 오로지 저의 무능함 이었음을 통감한다”는 글을 올렸다.
엄 대표는 “혹자는 왜 하필이면,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이 시기에 개봉을 해서 힘든 상황을 자초하였느냐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라며 “이 영화의 원작 판권 구매시 계약 만료기간을 넘기면서 연장 조건으로 합의한 ‘2014년 12월 31일까지는 개봉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개봉일을 맞추고자 작업을 해 온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연말 극장가에 영화를 내 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참 여러 가지로 녹록하지 않더군요. 어리석게도 이정도 일거라고는 꿈속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영화인으로서 영화사에 남을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져 개봉을 하고 엄청난 흥행성과를 이루어 내는 것을 보며, 함께 박수와 축하를 보내야 함이 당연한 일일 테지만 한없는 무기력감을 느끼면서 산업의 구조를 한탄하거나 원망 섞인 시선으로 한탄과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엄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고 사죄했다. 엄 대표는 “첫째, ‘개훔방’ 제작자로서 관객 여러분께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게 한다는 현재의 멀티플렉스 시스템에서도 불구하고 먼 길을 찾아다니면서 보게 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둘째, 그 동안 함께 고생했던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 분들에게 실패한 작품에 참여하게 했다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셋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 작품에 용기와 응원의 마음으로 투자를 결정해 주셨던 투자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손실과 큰 시름을 겪게 하였습니다. 이 글을 통해 영화를 제작한 부덕한 제작자로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엄 대표는 리틀빅픽처스의 사임의사 또한 밝혔다. 그는 “그 동안 한국 영화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여 건강하고 공정한 경쟁관계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로 제작자들이 모여 2013년 6월에 설립하여 1년 반 동안 무보수로 대표직을 수행해 왔던 한국영화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의 대표직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습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울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서울영상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 영화와 관련한 대외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모든 직을 내려놓고 영화 제작자로서의 본분만 지켜나갈 것이며, ‘개훔방’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 꺼져가는 불씨를 조금이라도 유지시켜 보자는 심정으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뜻을 전했다.
미국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개훔방’은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열 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휴먼코미디다. 대형 배급사의 흥행작에 밀리면서 지금까지 22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최근에는 관객들이 상영관 확보를 위해 서명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영화인 등의 자발적 대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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