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겨울왕국
2014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쯤 되면 각 언론사에서 결산 기사를 쏟아낸다. 올해는 어쩌고저쩌고. 텐아시아도 빠질 수 없어 준비했다. 올해 스크린에서 벌어진 일들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성적표를 작성했다. 1~6월 전반기, 7~8월 ‘빅4’, 9~12월 하반기로 나눴다. 매년 마찬가지지만, 올해도 많은 말들과 기억할 만한 성적이 새겨졌다.

# 2014 스크린 성적표 1~6월편

올 1~6월 기억할 만한 성적은 ‘겨울왕국’이다. 애니메이션 최초 1,000만 돌파라는 것과 함께 ‘렛 잇 고’(Let It Go) 열풍을 가져왔다. 이제 갓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조차 ‘렛 잇 고’ 한 소절을 따라 부를 정도다. ‘변호인’도 1월 1,000만 관객을 넘었지만, 12월 개봉 작이라 패스했다.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을 기억하게 했다. 심은경은 스무살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칠순 할매를 연기했다. 말도 안 되는, 제목 그대로 수상한 그녀인 오두리는 심은경의 옷을 입고 전 국민의 기억의 강타했다. 심은경은 그야말로 최고의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올 전반기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건은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 완성본에서 어떻게 서울이 그려질지 모르지만, 어쨌든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의 일정 지분을 서울이 담당했다는 점이 큰 의미다. 물론 이 성적표는 2015년도에 나온다. 국내 배우 수현도 그 지분을 일부 나눠 가졌다.

직배사와 극장 간 부율 문제는 전반기 ‘다툼’으로 기록된다. 이 때문에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레고무비’는 서울 지역 CGV, 롯데시네마에서는 볼 수 없었다. 다툼의 원인 ‘머니’(돈) 때문.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부율 문제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강력 대응으로 불거진 셈이다. 이미 영세한 수입사들은 극장의 요구를 받아들인지 한참이다.

예상외의 성적표를 받아든 영화는 ‘끝까지 간다’다. 평가와 흥행, 두 가지에서 모두 기대 이상이다. 이선균과 조진웅, 물론 연기 잘하는 배우란 사실은 변함없다. 그리고 개봉 전 평가도 좋았다. 그래도 흥행에는 물음표였으나,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당당히 바꿨다.

전반기 복귀로 손꼽을 수 있는 인물은 김희애와 현빈이다. 김희애는 오랜 스크린 공백을 깨고 ‘우아한 거짓말’로, 그것도 성공적으로 돌아왔다. 또 현빈은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역린’을 선택했다. 성적보다 복귀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닐 진데.

# 2014 스크린 성적표 7~8월편


‘군도’ ‘명량’ ‘해적”해무’ 시계방향
‘군도’ ‘명량’ ‘해적”해무’ 시계방향
‘군도’ ‘명량’ ‘해적”해무’ 시계방향

7~8월 극장가는 ‘빅4’로 정리된다. ‘군도’ ‘명량’ ‘해적’ 그리고 ‘해무’까지 그 어느 해보다 올 여름 ‘빅4’의 위상은 화려했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이 같은 라인업은 두 번 다시 오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뚜껑을 열기 전, 가장 강세가 점쳐졌던 작품은 ‘군도’였고, 가장 약세는 ‘해적’이었다. 하지만 성적표는? 모두 알다시피 ‘명량’ ‘해적’ ‘군도’ 그리고 ‘해무’다.

‘군도’의 출발은 엄청났다. 충무로가 예상했던 것만큼. 그러나 그 파급력이 오래가지 못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그것도 엄청나게), 실망도 그에 비례했다. ‘군도’의 초반 싹쓸이에 나머지 ‘빅4’는 다 벌벌 떨었을 거다.

‘명량’은 ‘군도’ 이상의 출발을 보였다. 그리고 파급력도 오래 갔다. 전무후무한 1,700만 흥행이 ‘명량’이 받아든 성적표다. 개봉 전 ‘불안’이 공존했던 ‘명량’이지만, 김한민 감독의 뚝심과 최민식의 묵직함이 관객들을 마음을 흔들었다.

‘명량’의 쓰나미에 ‘해적’은 가라앉을 줄 알았다. ‘군도’ ‘명량’ 그리고 ‘해적’까지 이어지는 사극의 피로도도 한몫했다. 그런데 유일한 ‘코믹’이란 승부수가 ‘명량’ 쓰나미를 이겨냈다. 그리고 기어코 800만 이상의 성적표를 얻었다. ‘명량’도 ‘명량’이지만, 올 여름 ‘빅4’의 진짜 승부사는 ‘해적’이다.

‘해무’는 분위기가 너무 우울했던 탓일까. 아니면 ‘명량’ ‘해적’에 이어지는 배에 멀미가 났던 걸까. ‘해무’는 짙은 안개를 헤치고 나오지 못했다. 박유천은 신인상을 휩쓸고 있지만,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않다.

‘빅4’ 속에서 기억해야 할 작품은 ‘비긴 어게인’이다. 개봉 때가 기억난다. ‘해무’와 같은 날 개봉해 스크린을 잡지 못해 울상이었던 그 순간을. 메인 테마곡은 ‘로스트 스타스’(Lost Stars)‘겨울왕국’의 ‘렛 잇 고’와 함께 올해의 OST다.

# 2014 스크린 성적표 9~12월편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은 정말 국내 극장가를 ‘놀라게’ 했다. 이미 놀란의 이름만으로도 흥행의 반을 먹고 갔고, 스크린에 펼쳐진 우주는 ‘역시’였다. 평가는 뒤로하고, 대중에게 놀란은 ‘놀람’이었다. 외화 네 번째 1,000만 영화 타이틀도 곧 현실화 될 전망이다.

하반기 논란은 ‘다이빙벨’이다. 세월호 사건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부산영화제 상영을 두고 시끄러웠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개봉 때도 마찬가지. 상영관을 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다.

7~8월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의 파란을 일으켰다면, 하반기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신드롬을 부르고 있다. 처음으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치곤 많은 개봉관수(횟수)를 확보했다. 그렇다고 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드는 건 절대 아니다. 여하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여러 편의 기대작에게 ‘강을 건너’라고 암묵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2014스크린 성적표② 아이돌편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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