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
힐러
‘힐러’가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신고식을 마쳤다.

지난 8일 첫 방송한 KBS2 새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가 빠른 전개 속에 개성 강한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첫 회 시청률은 7.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호조를 띄었으며, 전작 ‘내일도 칸타빌레'(마지막회 4.9%)와 비교해서도 산뜻한 출발이다.

‘힐러’의 영향 때문인지 매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도 저조한 시청률이다. ‘힐러’의 등장으로 안방극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등장부터 존재감이 남다르다.

야심찬 출발을 알린 ‘힐러’ 첫 회는 유지태, 지창욱, 박민영 등 주요 3인방의 캐릭터 설명과 함께 이들의 연결고리가 공개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코드명 힐러, 업계 최고 심부름꾼 서정후(지창욱)는 의뢰를 수행하다 평소와는 달리 꼬이는 상황에 말려 들었다. 인터넷 신문사 기자 채영신(박민영)은 스타기자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런 영신의 모습은 약자들을 향한 사명감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는 스타기자 김문호(유지태)와 사뭇 대비를 이룬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정후, 영신, 문호이지만, 첫 회 이들의 관계는 묘하게 서로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시험운이 없어 소위 말하는 A급 언론사에 들어가지 못했으나, 패기와 열의 만큼은 그들 못지 않다 자부하는 영신은 문호의 약자를 위한 활약상에 감탄을 하며 “나도 그렇게 폼 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다짐한다. 양부와 살고 있는 영신은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의 존재를 알고 싶어하는데,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문호와 그런 영신의 과거는 묘하게 접점을 가진 듯한 인상을 전해주며 두 사람의 심상찮은 인연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또 업계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그늘 속에 사는터라 영 시원찮은 대접에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처지의 정후의 삶 역시도 영신과 서서히 가까워지며 이들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얽히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으로 드라마는 시작을 알렸다.

‘힐러’는 이처럼 접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가며 강렬하고도 간결하게 캐릭터를 소개했다. 문호 형이자 메이저 언론사 회장인 문식(박상원)은 정권과 손잡고 문호와 대립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모았다. 이 가운데 문식의 아내 명희(도지원)의 과거 속에 언론 탄압에 맞서 해적 방송을 진행했던 젊은이들의 모습이 등장, 현실과 과거와의 연결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힐러’는 첫 회 이처럼 많은 이야기들을 빠르게 전개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 일색이다.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유지태는 안정된 연기력과 호소력 짙은 그만의 목소리로 진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단발머리로 싹둑 자른 박민영은 털털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열혈 기자로 완벽 변신했으며, 지창욱은 첫회부터 고난도 액션신을 소화하며 힐러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암시된 영신의 출생의 비밀은 다소 뻔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문식의 아내 명희가 죽은 전 남편 오길한(오종혁)과 딸 지안을 그리워 하는 모습과 더불어 영신이 입양아임이 드러났고, 문호가 여자아이 찾기에 골몰해 있는 모습 등은 영신이 그 주인공임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야기 전개상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번 드라마 또한 흔한 출생의 비밀을 빼놓고 이야기가 전개될 수없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한 회에 풀어내려다 보니 다소 산만해진 느낌도 있었다. 빠른 전개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효과적이지만, ‘힐러’는 서로 연결고리가 없을 것처럼 보이는 세 인물의 접점을 드러내기 위해, 각자의 캐릭터 소개는 물론 과거와 현재의 연결관계 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전달하려다 보니 다소 산만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체적으로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맞춤 연기는 드라마에 거는 기대를 한층 높였다. 베일에 싸인 세 사람의 개인사는 물론이거니와 거대 언론사 회장과 스타기자,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 등의 캐릭터를 통해 오늘 날의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모래시계’로 한 시대를 울린 송지나 작가의 작품인터라, 그 이름값에 기대를 걸게 되는 것도 사실.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 ‘힐러’가 안방극장의 판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tenasia.co.kr
사진. ‘힐러’ 방송화면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