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그리고 현재 방영되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임시완은 두 편의 작품으로 이 시대 아픈 젊음의 표상이 되어버렸다.
임시완이 그리는 얼굴은 단순히 방황하는 어린 청춘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이 시대의 전태일이라 할 수 있는 어지러운 아픔과 동일한 맥락에 놓여있는 듯 하다.
영화 ‘변호인’ 속 복잡했던 1980년대 희생양이 된 젊음을 뒤로하고 임시완은 여전히 복잡한 2012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로 돌아왔는데, 그래는 오늘날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인물이니 지금 임시완이 보여주고 있는 얼굴이 곧 이 시대 젊음의 아픔인 것이다.
‘미생’에서 임시완은 장그래를 통해 한 번 눈을 떨구면 마음 한 켠이 콕 아려오는 애잔한 기운을 만들어낼 줄 알고, 힘없는 손짓이라도 허공에 들어 올리면 그가 싸워야 하는 세계의 무정함을 더욱 절절히 느끼게 만드는 그런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뒤쳐진 어깨 가운데에서도 단호한 눈빛과 표정으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성장의 포인트를 예민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연기란 역시 주변과의 케미스트리인데, 임시완은 상대가 던질 때 반응하는 대목에서 더욱 짙은 감정을 드러내 주변 인물들과의 합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런 풍성하고 예민한 표현력으로 인해 너무도 유명한 텍스트 ‘미생’ 속 장그래는 임시완의 얼굴로 단 1%의 이질감도 없이 착륙했다. 이 작품의 흥행과 전작 ‘변호인’의 무게감 속에서 임시완은 우리 시대 아픈 젊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떠오르게 됐다. 많은 젊고 소중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시대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배우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 임시완은 장그래로 인해 2014년 한국의 젊음을 상징하는 존재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임시완은 그가 연기한 두 아픈 젊음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떤 사람이 더 가치 있다 의미 있다고는 설명 못하겠습니다. 다만 젊음이 가치 있는지 아닌지의 기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얼마나 찾아가려고 노력을 하느냐가 아닌 가 싶습니다”라고.
배타적이고 위협적이며 차갑고도 냉정한 세상과 싸워 비록 이길 수 없을 지라도 한 발 내디뎌 보아야 하는 젊음의 숙명. 비록 그 숙명에 따르는 것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80년대에 이어 또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보는 것이 옳다 믿게 된 임시완으로 인해 우리 시대 모든 아픈 젊음들도 그 가치를 믿게 되지 않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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