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에게는 음악이 그런 것이더라. 이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죽는 순간에 ‘난 음악에게 바칠 만큼 바쳤어’라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있구나. 아직은.” (텐아시아와의 인터뷰 중)

거장이 숨졌다. 신해철은 10월 27일 밤 8시 19분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죽음이다. 22일 신해철이 스카이병원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났을 때만 해도 이런 결말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내 신해철은 눈을 감았다. 한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큰 별이 진 것이다.

# 1990 ~ 1991년
신해철은 1988년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80년대 전성기를 누린 파고다 헤비메탈 신(scene) 현장에 있던 신해철은 메탈 밴드들이 아마추어 정도로 치부했던 대학가요제에 나갔고, 대상 받는 모습을 부활 김태원이 당구장에서 TV로 봤다고 한다. 어쩌면 쪽팔린 출발이었지만, 이 상과 ‘그대에게’라는 노래는 신해철이 가요계에 데뷔하는데 반석이 돼준다. 신해철은 록밴드로 활동하고 싶어 했지만 안타깝게도 무한궤도는 오래 가지 않는다. 이후 신해철은 1990년 1집에서 댄디한 이미지로 발라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히트시킨다. 이듬해 발표한 ‘마이셀프(Myself)’에서는 작사 작곡 편곡 연주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선보인다. ‘마이셀프’라는 앨범 제목처럼 자신의 정체성으로 꽉꽉 채운 음반이었다. 이런 기조는 그의 마지막 앨범까지 이어진다.

서태지와 신해철, 정석원, 윤상은 창작을 하는데 있어서 미디와 같은 컴퓨터음악을 새로운 기재로 이용했다. 이들은 밴드 편성에 주안점을 두고 곡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컴퓨터 음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신해철이 일찍이 1991년 ‘재즈 카페’에서 시도한 미디 음악은 넥스트의 ‘도시인’으로 이어졌다. 당시로써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고, 이처럼 신해철은 기존의 히트공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트렌드의 곡들을 대중에게 알려나갔다.

# 1992 ~ 1994년
1992년은 넥스트 1집이 나온 해다. 이들 외에도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윤상, 015B 등이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 해다. 신해철은 기타리스트 정기송, 드러머 이동규와 함께 넥스트를 결성하고 1집 ‘홈(Home)’을 발표한다. 신해철이 일찍이 1991년 ‘재즈 카페’에서 시도한 미디 음악은 넥스트의 ‘도시인’으로 이어졌다. 이 앨범부터 신해철은 ‘인형의 기사 파트 1’과 같은 웅장한 음악, ‘영원히’와 같은 아시아(Asia) 풍의 록을 선보이기도 했다.

1994년 앨범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1 비잉(The Return Of N.EX.T PART 1 Being)’을 통해 넥스트는 헤비메탈부터 아트록에 이르기까지 기존 밴드들에 비해 일취월장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이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곡은 ‘날아라 병아리’였고,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는 평단에서 신해철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받게 된다.



# 1995 ~ 1997년
1995년에 신해철은 넥스트를 이끌며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당시 넥스트 멤버는 신해철, 김세황(기타), 김영석(베이스), 이수용(드럼)로 넥스트는 음악적, 상업적으로 최전성기를 찍고 있었다. 사실 록밴드의 인기가 보잘 것 없던 90년대 중반에 넥스트의 존재는 특별했다. 록밴드가 지금의 아이돌그룹과 같이 충성도 높은 팬덤을 지니고 있었다. 1995년에 발표한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2 월드(The Return Of N.EX.T PART 2 World)’에서 넥스트는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진보된 결과물을 선보였다.

넥스트가 선보인 웅장한 록은 절대로 대중친화적인 것들은 아니었지만 넥스트는 당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꽉 채울 정도로 관객동원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신해철의 힘이었다. 창작력이 궤도에 올랐던 신해철은 1996년에 영화 ‘정글스토리’ OST, 윤상과 함께 전자음악 프로젝트 앨범 ‘노댄스’도 발표했다. ‘정글스토리’에 담긴 ‘절망에 관하여’는 절망을 노래했지만, 역으로 당시 사춘기 소년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궈줬다. 솔로부터 넥스트까지 가장 많이 다룬 주제가 바로 ‘자아’다. ‘이대로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팬들과 계속 이야기해왔다.

선수들끼리 만난 ‘노댄스’는 트렌드를 상당히 앞서간 결과물이었으며 신해철을 단지 록 뮤지션으로 한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줬다. 1997년에는 파격적으로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와 ‘아리랑’ 두 곡이 담긴 싱글을 음반으로 발매했다. 이 곡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는 ‘날아라 병아리’와 함께 넥스트를 대표하는 최고의 록발라드 곡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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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KC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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