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경제를 노래하다’는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 씨의 아홉 번째 책이다. 팝, 가요 등 대중음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온 이번엔 경제를 논한다.

“음악은 예술사임과 동시에 사회사라고 생각해요. 대중음악의 발전은 기본적으로 팝의 고장인 미국과 영국의 자본주의와 시대적인 동반성을 가지고 있죠. 이번에는 경제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온 음악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1950년대 미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당시 틴에이저들은 상당한 용돈을 받게 된다. 그 돈으로 레코드를 구입하면서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당대의 아이돌 스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미국 대중음악의 중심은 기성세대들이 듣던 재즈, 프랭크 시나트라에서 십대들의 로큰롤로 이동하게 된다.

“비치보이스 등의 서핑뮤직이 히트할 거라는 것은 60년대 캘리포니아 경제를 살펴봤을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어요. 당시 캘리포니아 경제가 그야말로 폭주기관차처럼 성장하면서 젊은이들은 자동차를 끌고 해변으로 향하게 되죠. 그들과 함께 했던 음악이 바로 낙천적인 서핑뮤직이었어요.”

70년대 들어 미국은 베트남전에 따른 만성적인 적자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는 등 경제적으로 침체기를 맡는다. 우울한 사회에 힘이 된 음악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 캐롤 킹의 ‘유브 갓 어 프렌드(You’ve Got A Friend)’와 같은 노래들이었다. 임 씨는 70년대 팝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음악 ‘디스코’의 대두 역시 경제 위기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던 때에 쉭(Chic)은 오히려 ‘호시절(Good Times)’이라는 싱글을 발표하죠. 흑인들이 월남전에 패한 백인 정부에게 ‘너희들이 한 것이 뭐가 있느냐’고 따지는 거라 볼 수 있어요. 경제 상황에 대한 도피와 함께 쾌락을 찾는 시점에서 대중은 디스코를 찾게 됩니다. 디스코라는 음악이 일그러진 경제에 대한 발로라고 할 수 있지요.”

70년대 말 극심한 경제위기로 인한 청년실업은 펑크록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임 씨는 섹스 피스톨즈가 당시 IMF 체제와 인플레이션에 허우적거린 영국 청년 실업자의 분노를 대변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90년대 말 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IMF 때에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필두로 인디 신에서 펑크록이 등장한 움직임이 그것이죠.”

책에서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 마돈나의 ‘메터리얼 걸(Material Girl)’,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본 투 런(Born to Run)’, 존 맬런캠프의 ‘레인 온 더 스캐어크로우(Rain On The Scarecrow)’ 등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설명하고 있다. 90년대 부시 정부 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소외계층의 등장은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rit)’ 벡의 ‘루저(Loser)’,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으로 설명한다. 또한 클린턴과 블레어 시대의 경제 호황기에는 로스 델 리오 ‘마카레나’, 스파이스 걸스 등이 등장했다.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뮤지션은 미국 블루컬러의 대변자, ‘보스’로 불리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도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 거야(We Take Care of Our Own)’ ‘드높은 희망(High Hopes)’이다. 임 씨는 책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이 참혹한 경제적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도전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이 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잖아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경제를 핑계 삼아 더 많은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임 씨 본인의 욕심이기도 하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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