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여운. 지난 2009년 KBS ‘개그스타’를 거쳐, 2011년 MBN 매일방송 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최근에는 개그우먼 이국주가 단번에 스타덤에 오름에 따라 ‘이국주의 남자’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에서 이국주와 함께 ‘10년째 연애중’ 코너로 호흡을 맞췄다.

어느덧 데뷔 7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그의 필모그래피는 채워진 공간보다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세간의 관심이 자신을 향하지 않은 것에 마음 아파할 법도 한데, 그는 되레 밝은 웃음으로 ‘파트너의 성공’을 축하했다. ‘킹 메이커’로 이름을 알렸지만, 영원히 그 수식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Q. 최근 이국주가 ‘예능 대세’로 등극하면서 덩달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여운: 어느덧 데뷔 7년 차다. 작은 관심이지만,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Q. 조금 배가 아플 것 같기도 하다. ‘10년째 연애중’ 코너를 만든 건 당신이 아닌가.
김여운: 하하하. 코너가 잘 된 건 이국주 덕분인데 그럴 리가 있겠나. 다만 국주가 단기간에 뜨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이 바닥이 이렇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다. 예전에 사주를 봤는데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뜬다’고 하더라.

Q. 말하자면 ‘킹 메이커’ 같은 건가. 다른 이야기는 없었나.
김여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더라. 근데 그 성장폭이 굉장히 미세해서 본인이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하.



Q. 스물넷에 데뷔했다. 보통보다 조금 늦게 개그계로 뛰어든 셈이다.
김여운: 원래는 방송극작과를 나와서 방송 작가 생활을 1년 정도 했다. 졸업할 때쯤 교수님 추천으로 멋도 모르고 프로그램을 하나 들어갔는데, 그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정말 안 맞더라, 하하. 예능 작가로 시작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Q. 개그맨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쉽게 마음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은데.
김여운: 모두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형들 덕분이다. 같은 학과 선배님이라 대학 시절부터 같이 어울렸다. 작가 그만두고 놀고 있으니까, 동민이형(장동민)이 “너 뭐 할래?”라며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라고 하더라. 대신 조건을 걸었다. “개그맨이 될 수 있게 도와 달라”니까, 동민이형이 “지금까지 네가 맛 본 것 이상의 지옥을 보게 될 거야. 그래도 할 수 있겠어?”라고 되물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Q. 일찍이 시험을 준비한 이들과는 조건부터 달랐을 텐데, 어떻게 시험을 준비해나갔나.
김여운: 처음에는 연기력이 부족해서 무작정 극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이가 문제였다. 보통 20~21세에 들어가는 곳을 나는 26세 때 들어갔다. 티켓을 팔고, 청소하고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나간 거다. 이후 2009년에 KBS ‘개그스타’를 통해 데뷔하게 됐다. 그게 출발점이 됐다. 그로부터 2년 뒤에 MBN 매일방송 공채 1기로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활동했다.

Q. 개그계에서는 어디 출신이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들었다. 지상파 채널 공채로 지원해볼 생각은 없었는가.
김여운: 왜 없었겠나. KBS 시험만 4번 봤다. 처음 시험을 볼 때는 준비가 안 돼 있었고, 이후에는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4번 모두 최종 단계에서 떨어졌다. MBN 공채에 지원한 건 다섯 번째 시험 때다. KBS와 MBN을 놓고 고민했었다. 그때 동민이형이 그러더라, “지원해라. 공채 개그맨이 되는 게 중요한 거지 어디 방송국인지는 중요치 않다”고.



Q. ‘코빅’으로 온 것도 그즈음이다.
김여운: 공채에 붙은 뒤 4~5개월간 MBN ‘개그공화국’에 출연했다. 이때 나름대로 두각을 보이기도 했다. 옹달샘 형들에게 훈련받은 게 이때 나오더라. 근데 ‘개그공화국’이 없어지면서, ‘코빅’으로 가게 된 거다.

Q. 정말 옹달샘에게 개인교습을 받았나. 당시 옹달샘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개그 그룹 중 하나였다.
김여운: 힘들었다, 하하하. 당시 형들 스케줄이 빡빡했던 시기라 동민이형이 “코너를 짜와”라고 시키면 종일 준비해서 형들 퇴근할 때 피드백을 받고 그랬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웠다기보다는 많이 혼났던 것 같다. 혼내는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동민이형은 “이게 웃겨?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짰냐?”고 윽박질렀고, 상무형은 “난 이런 거 만 개 짤 수 있어”라고 했다. 가장 아팠던 말은 세윤이형이 했다. 세윤이형은 “괜찮아, 원래 넌 개그맨이 꿈이 아니었잖아”라고 말하더라.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하하하. 그래도 정말 고마운 형들이다. 처음 개그를 시작한 건 동민이형 덕분이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마다 상무형이 도와줬다. “개그맨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살아. 가끔씩 술도 한 잔해”라며 카드를 건네주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Q. 그러던 중에 ‘10년째 연애중’이 탄생했다.
김여운: 사실 이건 ‘개그공화국’ 때 짜놓은 코너다. 코너 짜는 걸 좋아해서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서 묵혀두는 스타일이다. 그러다가 이걸 꺼내놓을 기회가 왔다. 마침 여기저기서 ‘썸’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연애할 때를 생각해보면 항상 여자가 남자에게 “너 변했다”고 말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여자도 변했는데 그걸 그냥 남자 탓으로만 돌리는 게 싫었다. 그래서 “너도 변했어”라고 이야기했다. 그 변화가 좀 더 극적이었으면 했고.

Q. 처음부터 이국주를 염두에 두고 만든 코너인가.
김여운: 막상 코너는 있었는데 파트너가 마땅치 않았다. 국주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추천해줬다. 사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뭔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나서 바로 전화를 했다. 근데 국주도 코너 설명을 듣더니 흔쾌히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 그렇게 만나게 됐다.

Q. ‘10년째 연애중’에서 두 사람의 호흡은 참 차졌다. 코미디만큼 파트너가 중요한 분야도 없는 것 같다.
김여운: 정말 그렇다. 동민이형도 항상 내게 “네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국주는 그런 측면에서 참 좋은 파트너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좋은 친구다.





Q. 처음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는 이런 순간들을 상상했었나.
김여운: 그땐 잘 몰랐다. 원래 모든지 금방 질리는 성격이라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도 확신이 없었다. 정말 이렇게 하면할수록 더 좋아지는 건 개그뿐이다.

Q. 작은 관심이기는 하지만, 이게 신호탄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김여운: 멀리는 못 본다. 더 재밌고, 공감이 가는 코너를 만들어야지. 이 코너가 끝나도 공백기 없이 쭉 활동하고 싶다.

Q. 최근에는 코너와 동명의 음원도 발매했다. 들어보니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라. 활동 영역을 넓혀갈 생각인가.
김여운: 음악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음원을 내놓고 나니 음악 하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사람이 일만 하고는 못 산다고 생각한다. 개그가 정말 좋아도, 그 외에 내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게는 그게 음악이다.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Q. 마지막 질문이다. 팬들에게, 또 미래의 팬들에게 한 마디만 한다면.
김여운: 보통은 자기소개를 할 때 직업을 말하지 않나. 근데 나는 여전히 ‘개그맨’이라는 세 글자가 부담이 된다. 앞으로의 여정은 그 무게를 견디는, 충분히 감당할 만한 개그맨이 되는 것일 것 같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건강한 웃음을 전하고 싶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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