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콘서트를 보기 위해 프랑스에서 한국을 방문한 유럽 팬들

K-POP은 더 이상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등지에서 이미 K-POP은 한류 현상이 아니라 한류 문화로 자리 잡으며 시스템을 갖췄다. 국내 콘서트보다 해외 콘서트 횟수가 더 많고, 1년 중 대부분을 해외 활동으로 보내는 그룹도 있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등에서 들려오는 차트 1위 소식에 놀라움마저 무뎌지고 있다.

아시아를 호령하던 K-POP은 이제 서구권에서 반응을 얻고 있다. 그룹 슈퍼주니어는 지난 2012년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걸그룹 포미닛도 올해 스웨덴과 스페인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아시아나 남미 시장으로 치우쳤던 K-POP 시장이 유럽에서도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는 것. 국내 콘서트 현장에서도 유럽권 나라에서 찾아온 관객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유럽의 한류는 어떤 모습이고, 유럽팬은 어떤 마음인지. 9월 19~21일 열리는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슈퍼쇼6’를 맞아 한국을 방문한 두 명의 프랑스 팬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두 사람은 유럽 전체를 대표하는 팬도 아니며 K-POP보다 슈퍼주니어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유럽 K-POP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할게요.
줄리 : 파리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1991년생이에요.
리나 : 저도 파리에서 왔어요. 1992년생이에요.

Q. 슈퍼주니어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 오셨다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슈퍼주니어를 좋아했나요?
줄리 : 저는 2007년 ‘돈돈(Don’t Don)’으로 처음 슈퍼주니어를 만났어요. 제가 록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트랙스라는 밴드를 접하게 됐는데 유튜브 관련 영상에 ‘돈돈’이 있는 거예요. 뮤직비디오 스타일이 정말 좋아서 첫 눈에 반했어요. 그때부터 슈퍼주니어와 관련된 것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리나 : 저는 처음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가장 좋아하는 곡을 고르라며 ‘너 같은 사람 또 없어’입니다.

Q. 트랙스를 먼저 알았다고 했는데 트랙스는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줄리 : 트랙스 전에 일본을 먼저 알았어요. 트랙스가 일본에서 활동을 많이 했어서 알게 된 거예요.

Q. 아, 일본 문화를 접했다가 K-POP을 알게 되는 경우가 꽤 있나요?
줄리 : 그런 경우도 있어요. 사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가 다니는 대학교만 보도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이 700명이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300명이에요.
리나 : 한국에 대해서는 문화보다 정치나 국제 관계 같은 문제로 더 많이 알고 있어요. 북한이나 전쟁 같은 것이요. 제가 한국에 간다니까 놀라서 “북한???”이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요. 이렇게 화려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그나마 조금씩 알지만, 어른들의 경우는 한국에 이렇게 번화한 거리가 있다는 걸 알면 많이 놀라요.

Q. 리나도 일본을 통해서 먼저 K-POP을 알게 됐어요?
리나 : 네, 저는 일본어 공부도 먼저 했어요. 사실 보아가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있어요. 빅뱅, 동방신기 등등 일본을 통해 알게된 한국 가수들이에요.

포미닛 스웨덴 단독콘서트 현장. 포미닛은 걸그룹 최초로 유럽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Q. K-POP이 왜 좋아요?
줄리 : 프랑스에서는 K-POP 그룹 같은 사람들이 없어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스타일리쉬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가수 말이에요. 그리고 저희들은 아시아 문화 자체에 원래 관심이 있어서 K-POP을 접할 기회가 생겼어요.

Q. 그럼 왜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생겼나요? 자국 가수나 미국 팝문화도 많이 발전했잖아요.
줄리 : 미국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꿈이에요. 오늘날 유럽의 젊은 세대들은 아시아 문화에 많이 열려 있어요. 미국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 많이 접했고, 아시아는 색다른 문화니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Q. 유럽 팬들은 어느 한 팀을 충성도 있게 좋아하기보다 전반적으로 K-POP 전체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많다고 들었어요. 어떤가요?
줄리 : 네,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K-POP 가수들이 유럽에 자주 찾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여러 그룹을 다 좋아해요. 한 그룹을 미친 듯이 판다기보다 그냥 한국에서 어떤 아이돌 그룹이 데뷔를 하면 일단 다 들어보고, 멤버가 누군지 알아보고, 거의 공부를 하는 수준으로 알아봐요.
리나 : 맞아요.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그룹을 K-POP 매니아들은 더 잘 알죠. 그래서 만약 프랑스라든지 어느 나라에 어떤 그룹이 처음으로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일단은 다들 관심을 가지며 찾아가요. ‘와~ 제가 팬이에요!’라며 찾아가는 게 아니라 ‘관심이 있으니 어떤지 볼까?’ 이런 마음이에요.

Q. 아, 그렇다면 자칫 첫 방문에 팬이 수백 명, 수천 명이 몰렸다는 보도는 잘못 해석될 수도 있는 거겠네요?
줄리 : 네, 그렇죠. 첫 방문 이후가 더 중요해요. 한국에서 정상급 그룹이 아니더라도 일단 다 환호를 해주기 때문이에요. 그때의 관심을 팬심으로 만들어야죠.

Q. 관심을 팬심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또 팬덤이 강한 그룹이 있나요?
줄리 : 실력이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제가 슈퍼주니어 팬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슈퍼주니어가 프랑스에 오면 관심 있어서 간다기보다 정말 팬이라서 미친 듯이 모여드는 사람이 더 많아요. 팬이 있다는 거죠. 2012년 ‘슈퍼쇼4’ 때 슈퍼주니어가 프랑스에 왔어요. 그때 한국 가수 최초 프랑스 단독 콘서트라고 들었는데 정말 많은 팬들이 몰렸어요. 그런데 슈퍼주니어도 자주 오질 못하니 팬들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Q. 한국과 유럽은 거리가 멀어서 가수들이 자주 찾아가지 못하잖아요. 정보는 어떻게 얻나요?
줄리 :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보고요. 싱가포르나 타이완 같은 곳에서는 영어로된 K-POP 관련 웹사이트가 많이 발전돼 있어요. 그런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어요.



슈퍼주니어는 2012년 프랑스에서 한국 그룹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Q. 나라마다 강세를 보이는 그룹도 있나요? 독일에선 B.A.P가 인기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줄리 : 아, 맞아요. 독일 K-POP 팬들 사이에서는 B.A.P가 괜찮아요. 예전에 영국에서는 YG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어요. 조금씩 바뀌긴 해요. 그때 그때 자주 오는 그룹이 가장 인기가 있는 그룹이에요.
리나 : 최근에는 빅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어요.

Q. 특정 멤버의 인기도 변하는 것 같았어요. 예전에 KBS2 ‘뮤직뱅크 인 파리’를 봤는데 소녀시대 무대에서 효연 파트 때 유독 큰 함성이 나오는 걸 보고 멤버마다 어필하는 게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줄리 : 맞아요. 효연 정말 인기 많아요. 탤런트가 좋잖아요. 퍼포먼스를 정말 잘하는 멤버이기 때문이에요. 효연은 예쁜데다가 춤까지 잘 추니까 가장 인기가 많죠. 아무리 예쁜 사람이라도 실력이 없으면 안돼요.

Q. K-POP은 아직 소수의 문화잖아요. K-POP 팬들을 바라보는 편견도 있나요?
줄리 : 프랑스에서는 보이밴드나 걸밴드가 거의 없으니까 그것을 좋아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봐요. 좋아하더라도 10대 어린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걸로 보죠. 또 다 똑같이 생겼다면서 성형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어요. 돈 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비정상이요.

Q. 아니,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좋아해야 정상으로 보나요?
줄리 : 록밴드나 인디밴드 같은 거요.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자립해서 음악을 하는 밴드 같은 거요.
리나 :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정말 제대로 몰라요. 지금도 사람들이 아직도 저한테 ‘오빠 강남스타일’이라며 물어봐요. 2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강남스타일’ 이야기만 하는 거죠. 그만큼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컸긴 컸어요.

Q. 한국에도 두세 번 오셨다고 하셨는데, 여행 경비도 만만치 않잖아요. 부모님도 이해하시나요?
줄리 : 한국 여행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K-POP의 팬은 아니지만, 자신도 어린 시절 누군가의 팬이었던 분이셔서 그런지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해주세요. 이해해 주신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한 거죠.
리나 : 저는 할머니가 작년에 비행기표를 선물로 사주셨어요.

Q. 두 분은 슈퍼주니어 팬이신데 많은 K-POP 가수들 중 왜 슈퍼주니어인가요?
줄리 : 슈퍼주니어는 재미있어요, 무대에서 정말 편하게 하고, 여유로워요. 사실 K-POP 가수들이 퍼포먼스를 잘하긴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해요. 무대에서 숨 쉴 틈도 없이 열심히 하고 있으면 보는 사람이 즐기질 못해요. 슈퍼주니어는 콘서트를 보면 같이 춤을 추고 싶어져요.

Q. 그럼 특별히 좋아하는 멤버가 있나요? 하하.
줄리 : 저는 성민이요. 성민은 멀티플레이어에요. 가장 잘하는 멤버는 아니지만, 뭐든지 표준이죠. 노래도 성민만큼만, 춤도 성민만큼만 춘다면 잘하는 거예요. 하하.
리나 : 저는 예성이요. 노래를 잘 부르니까요. 정말 좋아요.

유럽 K-POP 팬들은 아티스트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지난 19~21일 있었던 슈퍼주니어 콘서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성민팬들은 성민 어머니에게 자필 편지를 전달했다.

Q. 유럽 K-POP 팬들만의 문화라는 것이 있을까요?
줄리 : 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커버 댄스 문화? 유럽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비슷할 거 같은데 거의 모든 그룹의 퍼포먼스를 다 따라 해요.

Q. 그럼 퍼포먼스가 K-POP의 가장 인기 요인인 걸까요? 또 다른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줄리 : 앨범 스타일!! 일본이나 프랑스는 그냥 플라스틱 네모난 평번한 디자인이에요. 한국은 앨범 디자인이 정말 예쁘고, 소장하고 싶어요. 버전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상술인 걸 알지만, 살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에요. 또, K-POP 자체가 새로운 것이에요. K-POP 같은 뮤직비디오도, 스타일도 없어요.
리나 : K-POP은 달라요. 다른 걸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해요.

Q. 그렇다면 아쉬운 점이 있나요?
줄리 : 유럽에는 전문 매거진이나 신문이 없어요. 있더라도 정말 작고, 발전이 덜 됐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도 알릴 수 있는 소스가 많이 없어요.
리나 : 팬들만 읽는 것도 문제에요. 찾아보고 싶어도 정말 특별한 도서관에 가야 해요. 모든 도서관에 없어요.

Q. K-POP이 더 알려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은 뭘까요?
줄리 : 아시아에 대한 고정 관념이 먼저 깨져야 돼요. 유럽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들을 모범생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 중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인 줄 알아요. 한국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부족해요.
리나 : 가수들이 자주 와서 언론에도 얼굴을 자주 비춰야 해요. 오지 않으면 알릴 기회 자체가 없어요.

Q. 마지막으로 슈퍼주니어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요?
줄리, 리나 : 파리에 와주세요. 제발~ 하하. 이건 제가 보고 싶어서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팬덤을 유지하고, K-POP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말 직접 와야 해요. 슈퍼주니어와 K-POP 아티스트를 위해 하는 말이에요.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줄리, 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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