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킴, 먼저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퓨어(Pure)’라는 단어에 주목이 갔다. 반면 그의 앨범을 듣고 재킷을 봤을 때는 ‘퓨어’를 넘어 독특하고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그는 이전의 두 가지 인상 모두를 담고 있었다.

독특한 보이스를 바탕으로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모습의 퓨어킴은 지난 1월 발매한 데뷔곡 ‘마녀마쉬’ 이후 약 8개월 만에 미니앨범 ‘퓨리파이어(Purifier)’로 컴백했다. 이 앨범은 윤종신, 정석원 등 프로듀싱 팀 팀89(TEAM89)가 작곡을, 퓨어킴이 전곡 작사를 맡았다. 퓨어킴의 20대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앨범, 그는 어떤 자신의 이야기를 그 안에 담았을까.

Q. 최근 퓨어킴이 엄청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실력파로 알려졌던 당신의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큰 주목을 받았다.
퓨어킴 : 주변 친구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회사에서도 티저가 이렇게 크게 터질지 몰랐다. 저는 살아오며 익숙한 것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신기해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근데 저는 사실 그런 것에 가치를 판단하는 나이는 지난 것 같다. 하하.

Q. 이번 앨범에서 파격적인 블론드 헤어가 인상적이다. 이 헤어스타일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퓨어킴 :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재킷을 찍을 때 재밌게 하기 위해 가발을 쓰기도 했다.

Q. 앨범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앨범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퓨어킴 : 예전엔 혼자 셀프 메이드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협업하고 분업화하는 과정이 많았다. 처음 경험해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컨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거쳐봤다. 그래서 가장 큰 차이는 ‘협업’이라 생각한다. 올해 스물 아홉 살이 됐는데 20대의 키워드라는 것을 가지고 작업했다. 모든 곡이 키워드를 하나씩 내포하고 있다.

Q. 그렇다면 앨범에서 중점을 맞췄던 점은?
퓨어킴 : 가장 중점을 맞췄던 것은 협업에 있어서의 소통이다. 두 번째로는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지였다. 키워드에 따라 곡이 변형될 수 있다고 본다.

Q. 앨범 수록 곡 모두에 키워드가 있다면 그 키워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퓨어킴 : 모두 여섯 개의 키워드가 있다. 먼저 1번 트랙인 ‘나는 니가 죽는 것도 보고 싶어’는 20대 초반의 열정적인 사랑을 담았다. 당시 사랑이 곧 우주였는데… 그런 것에서 착안했다. 2번 트랙은 타이틀곡 ‘은행’이다. 은행에 착실히 저축하자는 것은 아니고 하하. 착실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금하듯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 그에 응당하는 이자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인생에 있어 특별한 VIP처럼 가치 있는 사람이 되자는 희망을 담았다. 3번 트랙 ‘범인은 너’는 나비효과를 생각하며 작업한 것이다. 작은 일, 별 것 아니라 생각해 간과한 일이 정말 큰 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4번 트랙 ‘그 말은 결국’은 상대적인 우월감의 덧없음을 나타냈다. 사실 상대적인 비교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이 덧없고 본질적인 것을 찾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회적으로 ‘이게 퓨어한 거야’라는 것을 따라가기 보다는 본질적인 것,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절대적으로 판단하자는 의미다. 5번 트랙 ‘오늘의 뉴스’는 긍정적인 삶과 합리화는 한 끝 차이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합리화에 빠지기 쉬운데 가장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마지막 트랙인 ‘마녀마쉬’는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라는 것을 담았다. 본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한다는 키워드를 이야기 했다.



Q. 이번 앨범에서 전곡 작사를 맡았다. 가사를 쓰는데 있어서 원천은 어떤 것일까?
퓨어킴 : 사실 저는 여성성이 큰 사람이다. 아무래도 여자 마음을 아는 것이 그 원천 아닐까. 하하. 주변 지인들이 주로 여자다. 그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주로 들어주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공감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안에서 깊게 파고드는 가사를 쓸 수 없지 않나. 그래서인지 음악이 좋다는 말도 감사하지만 공감된다는 말, 소통된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다.

Q. 이번 앨범에서는 윤종신, 정석원 등 프로듀싱 팀과 함께 했다. 그동안 혼자 작업했는데 함께 하며 어땠는지 궁금하다.
퓨어킴 : 저를 굉장히 존중해주시고 모든 면에 있어 맞춤형으로 움직여주셨다.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정말 하고 싶다. 이전 앨범 같은 경우에는 제가 보는 저의 얘기나 생각 등을 직접적으로 투영했다. 반면 이번 앨범에는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것도 포함됐다. 음악적인 면에서 저를 생각하고 맞춰주시며 작업하는데 도움을 주셨다. 종신 오빠는 뭐든지 ‘된다!’고 하신다. 종신 오빠가 주는 긍정의 메시지를 통해 힘을 낸다. 감사하게도 가족 같은 베이스와 프로듀서 님을 만났다. 이런 행운이 어디 있겠나.

Q. 앨범을 준비하며 윤종신은 어떤 조언을 해줬는가?
퓨어킴 : 음… “퓨어야. 네 맘대로 해”라며 “난 네가 하는게 정말 좋아”라고 말씀해주셨다. 전적으로 맡겨주셨다. 열심히 준비하고 보여드리면 정말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오랜 시간 곡을 만드신 분 입장에서는 코치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를 존중해주고 창작할 수 있도록 힘이 나게 해주셨다. 정말 사랑하는 오빠다.

Q. 퓨어킴의 이전 음악은 인디에 가까웠다. 그런데 메이저 기획사 ‘미스틱89’와 함께 하게 됐다. 이 점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퓨어킴 :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계속 할 사람이다.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다. 러브콜도 많이 왔는데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인지도가 있다 하면 어려운 음악을 하더라도 들어줄 수 있는 고정 팬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이 타이밍에 종신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왠지 만나고 싶었다. 처음 오빠를 봤을 때 “어? 조그맣네”라고 말씀하시더라. 오빠도 작으시면서…하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분과 함께 하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믿음이 갔다. 함께한지 2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 생각이 굉장히 맞았다고 느낀다.



Q. 이제 내년이면 서른 살이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많은 이들은 ‘서른’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퓨어킴은 어떤가?
퓨어킴 : 음… 개인적으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이 새로운 것 같다. 좋다! 20대 때는 고민이나 생각을 제대로 했다. 그 덕분에 30대를 굉장히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신나게 놀았던 기억보다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에 대해 정립하는 시기였다. 그런 경험을 안해본다면 뒤늦은 사춘기가 오게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좀 더 깔끔한 나날이 펼쳐지지 않을까. 많은 분들께서는 “다를 건 없어”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계속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Q. 당신의 일상도 궁금하다. 취미가 어떻게 되는지?
퓨어킴 : 취미는 입욕이다. 씻는 것은 당연하지만 하하. 아침 저녁으로 목욕하는데 하루에두시간 정도 할애한다. 하지만 활동 중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한번 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정적인 사람이다.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기에 스트레스도 많고… 운동도 좋아하는데 실내운동을 좋아한다. 책읽고 영화보는 것도 좋아하고. 아 그러고보니 정말 정적이다.

Q. 퓨어킴이 지향하는 음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퓨어킴 : 음악을 생각하는 사람이니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했는데 아카이빙, 즉 소유의 목적이었던 것 같다. 저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머릿 속에 사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그런 느낌으로 음악을 타인과 나누고 싶었다. 원하는 음악적 컬러는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설명은 안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머리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Q. 퓨어킴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
퓨어킴 : 퓨어킴이란 사람을 어느 정도 알려드렸으면 좋겠다. 2014년의 목표다. 하하. 다른 것도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일단 그것이 먼저다. 음악적으로 큰 것은 없다. 지금 제가 해야될 것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들의 몫이다. 자유롭게 제 음악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하하. 이번 앨범은 음악방송 등 활동을 활발하게 할 것이다. 제 이름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2014년은 이름 알리기 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제공.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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