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부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의미를 증명하는 대기만성 밴드다. 출발은 평균 이하였지만 2007년 홍대 클럽들에 부착된 포스터를 보고 참여한 EBS ‘스페이스 공감’이 마련한 첫 ‘헬로루키’에서 오지은, 마리서사와 함께 선발돼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 두 번째 자체 수공제작CD를 들고 일본 7개 도시 투어를 돌았고 대만의 록 페스티발 HOHAIYAN ROCK FESTIVAL에도 2년 연속 초대를 받으며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정규 1집은 네이버 음악동호회 ‘음악취향 Y’가 선정한 ‘2009년 최고의 신인밴드’, 온라인 포털 ‘향 뮤직’이 선정한 ‘올해의 모던 록 앨범 Best 10’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1집에서 역동적인 곡 ‘Got a chance’가 주목받았지만 사운드의 질감은 아쉬웠다. 2집은 1집의 사운드 한계를 극복했지만 과격해진 가사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또한 국카스텐과 검정치마처럼 신곡 4곡을 저장한 하드디스크가 몽땅 날리는 사고도 당했다. 새벽 3시 마지막 믹싱 파일을 점검할 때, 갑자기 컴퓨터에서 모르는 여자와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노래까지 흘러나왔다. 컴퓨터를 해킹 당하는 황당 사건이었지만 KBS2TV ‘유희열의 스케치 북’에 출연해 네이버 검색어 실시간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2집 녹음 후 멤버들의 군 입대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2010월 3월 가장 먼저 군에 입대한 리듬기타 이상민의 빈자리는 하드록 밴드출신 정웅희가 잠시 메웠다. 드럼 최민석은 게임에 빠져 입영일자를 깜빡 잊어버려 12월에 강제로 끌려갔고 2011년 6월 김태우, 7월엔 홍광선, 마지막으로 10월에 박한이 입대를 하며 폰부스는 활동을 중단했다. “하루 한 끼 식사만 했던지라 삼시세끼 먹는 군생활로 건강이 좋아졌습니다.”(최민석) 기타연주를 좋아한 여단장 덕분에 김태우는 6인조 밴드 ‘레츠고 투게더’가 있는 부대에 들어갔다. 자대배치 받고 유격훈련을 앞둔 그는 ‘체육대회 때 밴드지휘를 하라’는 여단장으로 인해 유격에서 빠져 선임들의 시기를 받았다고 한다. “1살 많은 맞선임이 저와 이름이 똑같았는데 성격은 까칠했지만 클래식 음악을 해 잘 통했습니다. 기타를 잘 쳐 휴가도 많이 받았습니다.”(김태우)
“1집 유통사가 로엔이라 병사들이 ‘연예인이네’하며 국민여동생 아이유를 소개해 달라고 하더군요.(웃음) 군에 입대해 제 3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래머로써의 길을 가야하나, 계속 음악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습니다.”(이상민) 제대 후, 그는 프로그래머로써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보기 위해 삼성에 면접을 보았다. “면접에서 음악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더니, 면접관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등 인신공격을 해 실망스러웠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그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음악활동을 재개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은 그는 모바일게임을 만들며 프로그래머로써의 역량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
홍광선의 군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최전방 GOP 생활에 숨이 막혔다. “21살 밖에 되지 않은 나이가 한 참 어린 선임들이 ‘너가 레이저냐며 노래를 해보라’고 해 노래방에서 노래를 했습니다. 어이없게도 ‘너는 중음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하더군요(웃음).”(홍광선) 그가 자해를 하고 영창까지 갔던 것은 소위 여자 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어 멘붕이 왔었기 때문. 관심 사병이 된 그는 정신치료까지 받은 후, 2012년 3월에 전역해 공익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홍대씬에서는 너 탈영했다, 자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더군요. 공익으로 근무하면서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나 구원받았으니 전화위복이죠.(웃음)”(홍광선)
2013년 6월 컴백 곡 ‘바코드’를 발표했다. “트렌드를 따라갈까 하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흔하고 우리가 잘하는 음악은 아닌 것 같아 앨범은 편하게 갔습니다.”(김태우) 3집 [Wonder]는 공백기에 작업한 80여 곡 중 12곡을 엄선했다. 기존의 록큰롤 질감을 지향하는 익숙함을 유지시키면서 탱고, 블루스, 모던 록 등 새로운 사운드를 추구했다. 군 입대를 앞둔 멤버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2집과는 달리 3집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안도감 때문일까 편안하다.
타이틀곡도 2개다. 빠른 템포의 ‘재클린’은 절절한 구애를 담아냈다. 미디엄 템포의 ‘바람이 분다’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웅장한 스트링편곡으로 힐링의 정서를 안겨준다. “‘바람이 분다’는 작은 이야기로 큰 이야기를 하고자 주변의 살아가는 풍경들을 담았습니다. ‘바코드’는 위로 받지 못하는 우리들의 존재들을 ‘아무도 모르게’는 좋아했던 여자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죠. 컴백을 하니 팬들이 바뀌고 홍보도 원활하지 않지만 씬 분위기가 SNS중심이라 피드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좋네요.”(박한)
3단 코러스를 시도한 홍광선의 보컬은 평탄치 않은 군 생활 후, 한층 숙성되었다. “라이브에선 앨범처럼 코러스를 구현하기 힘들어 멜로디를 강조하기 위해 멤버들이 맹연습하고 있습니다.”(홍광선) 같은 곡이지만 가사와 제목, 편곡 분위기를 전혀 다르게 시도한 ‘아무도 모르게’와 ‘춤추는 여자’도 흥미롭다. “‘춤추는 여자’가 원곡인데 두 가지 요소가 있어 스케일을 크게 갔는데 밴드 색이 강해 심플하게 간 ‘아무도 모르게’에 밀렸습니다. 사람들이 연주 코드워크가 다르니 같은 곡인 걸 전혀 몰라 재미있네요.”(김태우) “돌아오니 무대는 익숙한데 같이하던 밴드들이 다 사라져 완전 새로운 판에 들어온 것 같아요. 음악 흐름도 댄서블한 아이들이 많아져 낯선 음악환경에 자존감이 사라져 잠시 방황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와 음악을 계속하니 행복합니다.”(홍광선)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이진숙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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