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들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가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21일 라쿠텐우먼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브리스튜디오(이하 지브리)가 지난 19일 일본에서 개봉한 신작 ‘추억의 마니’를 끝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접는다.

지브리 관계자는 “지브리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은 ‘추억의 마니’가 마지막”이라며 “올 봄 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가 해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한 뒤 스튜디오의 해체설이 돌았다”고 언급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지난해 9월 ‘바람이 분다’의 개봉과 함께 은퇴를 선언하고 제작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관계자는 “인건비의 압박이 있었다”고 밝혀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지브리는 연간 100억엔(약 1000억원)의 수입을 올려야 회사가 유지되지만, 지난해 개봉한 ‘가구야 공주의 이야기’는 흥행 수익이 51억엔(약 517억)에 그쳤다.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회사는 저작권 관리 등에만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을 목적으로 1985년 설립된 지브리는 그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 ‘이웃집 토토로’(1988년) 등 수 많은 명작을 탄생 시켰다.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4년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성공을 거두면서 작품을 함께 제작했던 동료들과 이듬해 자신만의 제작사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브리의 시작이었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을 뜻하는 리비아어 ‘ghibli’에서 유래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불의 7일이라는 전쟁 1,000년 후, 황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부해라 불리는 곰팡이 숲이 확장되면서 나오는 유독가스와 거대한 곤충 오무가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자연과 교감하는 나우시카는 부해가 오염된 지구를 정화시키고 있으며 오무는 그런 부해를 보호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서로 간의 이해 다툼 속에 인간은 오무를 이용해 바람계곡을 공격하려 하고, 나우시카는 희생을 통해 오무들의 분노를 가라앉힌다. 오무는 신비한 능력으로 나우시카를 되살리고 바람계곡은 평화를 되찾는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환경파괴, 이를 극복하려는 자연과의 공존공생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낸 깊이 있는 주제의식, 그리고 이에 못지않은 오락성을 겸비하여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오토상, 일본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애니메이션 대상, 파리 국제 SF&판타지페스티벌의 1위를 수상했다.

#. 천공의 성 라퓨타

1986년 지브리에서 제작된 ‘천공의 성 라퓨타’가 또 한 번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토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섬을 모티프로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작품으로, 무스카가 상징하는 독재체제 및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깊이 있는 주제로 흥행과 비평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줄거리는 신비한 비행석을 지닌 소녀 시타가 우연히 만난 소년 파즈와 함께 하늘을 떠다니는 비밀의 섬 라퓨타로 향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시타는 이 여행에서 자신이 과거 세상을 지배했던 라퓨타 제국의 계승자이며 비행석을 이용해 라퓨타의 엄청난 힘을 조종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비밀조사기관원 무스카는 이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고, 시타는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힘으로 라퓨타를 파괴시킨다. 살상 무기가 장착된 하층부만 파괴되고 아름다운 낙원으로 이뤄진 상층부만 남은 라퓨타는 하늘 너머로 사라진다.

#. 이웃집 토토로

1988년 지브리의 가장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이자 지브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웃집 토토로’가 개봉했다. 11살 사츠키와 4살 메이 자매가 어머니의 요양을 위해 이사온 시골에서 숲의 요정 토토로를 만나게 된다. 소녀들은 토토로의 신비한 마법의 힘을 통해 놀랍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그와 순수한 우정을 쌓게 된다. 퇴원을 하루 앞둔 어머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메이는 옥수수를 들고 무작정 병원으로 향하고, 메이와 다퉜던 사츠키는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의 도움으로 메이를 찾아 함께 병원으로 간다. 자매는 병실 안 어머니가 웃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은 뒤 창문에 옥수수를 놓고 돌아온다.

‘이웃집 토토로’는 1950년대의 일본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아이들과 요정의 따뜻한 교류를 통해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사라져 가는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을 되새기게 했다. 순수를 잃지 않은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숲의 요정, 살아 숨쉬는 고양이 버스 처럼 동화적 상상력이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매혹시켰다.

#. 원령공주

90년대 지브리는 다양한 작품을 내 놓으며 승승장구 했다. 97년작인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려는 인간과 이를 지키려는 신과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을 그린 작품으로, 자연 및 인간의 대립과 화해, 사랑과 생명의 문제를 다룬 미야자키 하야오식 메시지가 담긴 애니메이션이었다.

들개신 모로에게서 키워진 원령공주는 숲속의 신을 몰아내려는 에보시와 대적한다. 에미시족의 지도자 아시타카는 마을에 나타난 재앙신 타타리가미를 없애다가 죽음의 저주를 받고, 운명을 받아들여 마을을 떠났다가 원령공주를 만나게 된다. 에보시는 신들과의 싸움을 시작하고 생과 사를 관장하는 시시가미의 목을 벤다. 목을 잃은 시시가미의 몸은 생명을 빨아들이기 시작하고 숲의 모든 생명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아사타카는 원령공주를 도와 시시가미의 목을 돌려주고 시시가미는 다시 생명의 힘으로 숲을 되살린다. 아사타카는 죽음의 저주에서 풀려나고, 원령공주는 인간과 함께 살자는 아사타카의 제안을 거절하고 숲으로 돌아간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가 영화 ‘타이타닉’이 개봉하기 전까지 일본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하는 폭발적인 흥행을 거둔 가운데, 미야자키 감독은 후배 콘도 요시후미에게 지브리를 맡기고 은퇴를 위해 퇴사했다. 하지만 요시후미가 동맥파열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맡게 되면서 미야자키 감독은 지브리의 소장으로 다시 현업에 복귀하게 된다. 이후 미야자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으로 여전한 창작력을 보여줬는데, 이 작품으로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과 이듬해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온갖 정령들이 모여드는 온천장을 배경으로 소녀 치히로의 모험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치히로는 부모와 함께 새로 이사한 집을 찾아가던 중 우연히 문을 닫은 테마파크의 잔해로 들어선다. 치히로의 부모는 주인 없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돼지로 변하게 된다. 갑자기 나타난 온천장의 주인 마녀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고 센이라는 새 이름을 준다. 센이 된 치히로는 온갖 정령과 귀신들이 모이는 온천장의 종업원으로 일을 하고, 이 과정에서 유바바의 부하인 하쿠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가까워진다. 센은 유바바의 시험을 통과해 부모님을 무사히 구해낸다. 센은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은 덕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고, 치히로의 도움으로 하쿠 역시 자신의 원래 이름을 기억해낸다. 치히로는 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테마파크를 나선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년 제작돼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영국의 동화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가 1986년 발표한 ‘마법사 하울과 불의 악마’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각색한 작품이다. 19세기 말 유럽을 배경으로 모자상점에서 일하는 18세 소녀 소피가 우연히 왕실 마법사 하울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렸다. 소피는 하울을 짝사랑하던 마녀의 주문으로 90살 할머니로 변한 뒤, 하울이 사는 움직이는 성 안에서 하울과 함께 신기한 모험을 하고 하울과 사랑을 엮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지브리는 당초 호소다 마모루에게 이 작품의 감독을 맡겨 2003년 봄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호소다가 미야자키 감독과의 불화로 중도하차 하면서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이 다시 감독을 맡게 돼 개봉이 늦춰졌다.

#. 벼랑 위의 포뇨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소원을 가진 꼬마 물고기 포뇨와 5살박이 소년 소스케의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 만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특히 2001년 개봉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7년 만에 미야자키 감독이 원작, 각본, 감독 3부문을 전부 맡아 기대를 모았다.

바다 생활에 싫증난 포뇨는 우연히 소스케와 만나게 되지만, 아버지에게 이끌려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포뇨는 모아놓은 에너지를 마시고 인간으로 변해 다시 한 번 소스케를 찾아오고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바다에서 폭풍이 몰려오고 어머니가 걱정 된 소스케는 포뇨가 마법으로 확대시킨 배를 타고 어머니를 찾으러 떠난다. 그러나 포뇨는 곧 힘을 잃고 다시 금붕어로 변해버린다. 이때 소스케의 앞에 포뇨의 아버지가 나타나 이들을 바다로 데려간다. 포뇨의 어머니는 “포뇨가 인어라도 상관없느냐”고 묻고 소스케는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포뇨의 어머니는 소스케에게 포뇨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포뇨는 소스케와 입맞춘 뒤 인간으로 변한다.

#. 추억의 마니

지브리 해체설이 불거지면서 지브리의 마지막 애니메이션이 될 지도 모를 ‘추억의 마니’에는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안 G. 로빈슨의 아동문학 ‘거기 마니가 있었다(When Marnie was there)’를 원작으로 한 ‘추억의 마니’는 바닷가마을로 이사 온 12살 소녀 안나가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 갇혀있던 신비한 금발 소녀 마니와 보낸 여름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에서는 영국이었던 이야기의 무대를 일본 홋카이도로 옮겨 두 소녀의 비밀스런 우정을 담아낸다.

‘마루 밑 아리에티’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가 연출을 맡았고, 니와 케이코, 안도 마사시와 함께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지브리 작품에서 처음으로 두 명의 여자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과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다 이사오가 일절 참여하지 않는 지브리 최초의 장편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지브리는 이외에도 ‘반딧불의 묘’(다카하타 이사오, 1988), ‘마녀 배달부 키키’(미야자키 하야오, 1989), ‘추억은 방울방울’(다카하타 이사오, 1991),’붉은 돼지’(미야자키 하야오, 1992), ‘바다가 들린다’(모치즈키 도모미, 1993),’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다카하타 이사오, 1994),’귀를 기울이면’(곤도 요시후미, 1995), ‘이웃집 야마다군’(다카하타 이사오, 1999), ‘고양이의 보은’(모리타 히로유키, 2002), ‘게드 전기 – 어스시의 전설’(미야자키 고로, 2006 ), ‘마루 밑 아리에티’(요네바야시 히로아키, 2010), ‘코쿠리코 언덕에서’(미야자키 고로, 2011), ‘바람이 분다’(미야자키 하야오, 2013), ‘카구야 공주 이야기’(다카하타 이사오, 2013) 등 최근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이끌어 왔다.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기고 동심을 자극했던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인지 우려섞인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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