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해에 이어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 음악회’에 참석했다. 어떤 취지로 참석하게 됐나?
양동근은 말보다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어떤 질문을 해도 먼저 표정과 추임새로 답을 전한다. ‘캬’, ‘큭’, ‘으엇’ 등 양동근만의 추임새와 특유의 표정은 묘하게 사람을 집중시킨다. 그가 전달하는 말 또한 임팩트 있다.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지 않고, 느낀 그대로 간단하게 말한다. 래퍼답다. 느릿느릿한 말투나 걸음걸이 속에도 뭔가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양동근은 올해 들어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3’와 tvN ‘삼총사’에 연이어 출연을 확정지으면서 오랜만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활동의 원동력은 가족이다. 그는 지난해 아들을 출산하고, 가족을 꾸렸다. 답변할 때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난 6일 일광그룹(회장 이규태)의 후원으로 개최된 ‘제 11회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 음악회’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양동근은 이날 콘서트의 취지를 살려 24명의 어린이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양동근은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포사람의 홍보대사도 맡으면서 좋은 일에도 앞장 서는 모습이다.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 음악회’는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공연으로 그동안 소외계층을 위한 희망의 쌀 나눔, 사랑의 도서 나눔, 소아암 및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의 자선 콘서트를 ?쳐 왔다. 올해로 11회를 맞게 된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 음악회’는 위기에 처한 소외계층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해 기획됐다. 이날 양동근을 비롯해 씨스타, 정준영, 태진아, 김범수, 레이디스 코드 등이 공연을 펼쳤다.
래퍼, 연기자, 재능기부까지 특유의 느릿느릿 매력으로 차근차근 활동을 넓혀나가는 양동근의 진짜 속마음은 어떨까. 음악회를 앞두고 함께 무대에 오를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양동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양동근 : 노개런티! 소외계층! 수익금 전액 후원! 하하. 보이는 그대로다.
Q. 어린이 24명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데 어떻게 함께 무대를 꾸미게 됐나?
양동근 : 지인들이 좋은 취지로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에 같이 무대에 서면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초대하게 됐다. ‘둥지’ 무대 때 아주 살짝 등장하는데 무대 경험하는 정도로 함께 한다.
Q.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나?
양동근 : 전혀. 하하. 아이 낳고서 애들 대하는 게 편해졌다. 옛날에는 말도 안 걸고 있으나마나 했는데 아기가 있어서 좀 달라졌다.
Q. 아, 역시.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아이 얼굴만 봐도 힘이 난다더라.
양동근 : 정말 얼굴만 보면 힘이 난다. 아기가 하는 것은 그냥 나를 보고 웃어주는 것뿐인데 그거 보면 ‘아유~’하고 돈 벌러 나가는 것이지.
Q. 콘서트 무대에 오른 가수 중 유일하게 자신의 노래가 아닌 남진의 ‘둥지’,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선곡한 것도 인상 깊었다.
양동근 : 내 노래를 모르는 분들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잘 아는 노래를 내 스타일대로 새로 다듬었다. 많이 알려진 노래지만 원곡 느낌이 거의 없다. 힙합 스타일!!
Q. 포사람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알게 모르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돕는다는 마음이 항상 있는 것인가?
양동근 : 도와준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 같이 있자는 것이다. 도움은 회장님이 하하하. 난 그냥 하던 것을 하는 것뿐이다. 내가 하는 것이 좋은 일에도 사용이 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니까 기쁜 마음으로 함께 있는 것이다.
Q. 올해는 ‘쇼미더머니3’, ‘삼총사’ 등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양동근 : 올해 동해일출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 항상 굳이 거기까지 가서 일출을 왜 보냐며 귀찮아서 안 봤는데 가족과 함께 보게 됐다. 보면서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입장이니까 열심히 일을 해야지. 그래서 활발하게 몸이 부서져라 활동하고 있다.
Q. 얼마 전 첫 방송한 ‘쇼미더머니3’를 보고 양동근만의 평가기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더라.
양동근 : 내가 좋아해야 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봤을 때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하면 나는 못한다. 내가 봤을 때 재미있고, 즐겨야 한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냐 물어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느낀 느낌! 감! 촉!
Q. 자기만의 기준이라지만, 평가해야 하는 오디션이란 점에서 애매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양동근 :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때 형이 심부름을 많이 시켰다. 너무 싫었다. 형한테 심부름 좀 그만 시키라고 했더니 형이 뭐라고 했을까. ‘꼬우면 네가 형 해라’ 하하. 다른 사람들 구미에 어떻게 다 맞추나. 나도 여러 사람의 관점에 어떻게 맞춰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누군가를 의식하고 눈치 보기 시작하면 내 것을 못하는 것 같다.
Q. ‘쇼미더머니’는 힙합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양동근이 생각하는 힙합의 매력이 뭘까?
양동근 : 음… 뭘까. 음…. 아, 발칙함! 사회생활, 직장생활하고 그러면 서로 예의, 체면 차려야 하는데 힙합은 반대다.
Q. 프로듀서 양동근으로서 ‘쇼미더머니3’ 무대에 오르는 래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양동근 : 알아서 잘 해라.
양동근이 ‘힙합의 매력이 뭔가’라는 질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Q. ‘삼총사’로 첫 사극에도 도전한다. 사극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양동근 : 와이프가 수염을 가슴길이까지 기르라고 했다. 왜 기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와이프 취향 참 독특하다’고 생각하면서 기르고 있었다. 웬만큼 기르니까 사극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사극이 들어와서 인연이 됐다.
Q. 지금까지 사극을 특별히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나?
양동근 : 사극을 싫어했다. 여름에 두꺼운 한복을 입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수염에 본드를 붙이고 그런 장면을 어렸을 때 방송국에서 너무 많이 봤다. 어른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극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분유 값은 벌어야 하고, 이 한 목숨을 바쳐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 따뜻한 겨울을 보내자고 생각했다.
Q. 액션 연습도 하고 있나?
양동근 : 말 타는 연습과 칼 쓰는 연습을 2주 넘게 하고 있다. 액션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해주셨다. 같이 땀 흘리고 액션을 하다 보니 배우들과도 정말 친해졌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Q.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요즘 아이돌도 그렇고, 어린 나이에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경험자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양동근 : 인생에서 어른들이 이거 조심해야 한다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다른 것은 다 까먹고, 이거 하나만큼 머리에 박힌 게 있다. ‘초년출세’. 세상에 대한 의식이 있을 때 일을 시작한 것과 다르게 할리우드 배우 중에 맥컬리 컬킨처럼 세상에 대한 정보가 없고,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당연하듯이 일을 하면서 살다보니 성장이 되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던 대로 하면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회 부적응자 같이 폐쇄적인 사람이 됐다. 사람들은 좋게 말해서 ‘자유로운 영혼이다’, ‘개성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게 나한테는 좋은 게 아니었다. 그 당시에 캐릭터가 좋아 잘 팔린 것은 잠깐이었다. 혼자서 촬영 다니고, 혼자서 부딪히니 어려움도 있었다. 옆에서 부모님이 살펴주고, 어른들이 있었으면 덜 고생했을 텐데 완전 열린 상태에서 이 바닥의 사람들과 있으니 본의 아니게 상처도 많이 받은 것 같다. 만약 일찍 시작하다면 이 일은 주변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자연스런 수순을 밟고 급한 마음을 참으면 언제든 기회는 온다. 대신 그 기회를 잘 잡아야지.
Q. 아역배우를 시작하게 된 건 양동근의 의지가 더 강했나?
양동근 : 부모님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다. 어머니에게 ‘이 학원을 가야겠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데리고 가주셨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내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고 싶다기보다 곧 잘하니까. 하하.
Q. 그럼 평생 직업이 되겠다고 확실하게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까?
양동근 : 죽기 전까지도 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는 많이 했다. 그런데 20대 중반쯤 됐을 때는 정말 하기 싫고, 환멸을 느끼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다른 것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다. 하하.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하고 있다. 음악, 예술, 배우를 완전히 떠나서 정말 살기 위해!
Q. 앞으로도 어떻게 살 것인가?
양동근 : 미친 듯이, 이 몸이 불타 죽을 때까지!
나눔의 현장① 양동근 씨스타 김범수 등 스타들의 나눔 음악회
나눔의 현장③ 작은 무대에도 정성 가득, 양동근의 특별한 리허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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