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가 당당히 ‘트로트의 연인’ 최춘희로 거듭났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2 ‘트로트의 연인’ 첫 방송에서 정은지가 코미디 연기부터 눈물 연기까지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최춘희는 마라톤 선수를 꿈꿨던 소녀가 꿈을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 이날 방송에서 최춘희는 일하던 스포츠센터에서 잘리고, 아버지(강남길)마저 빚과 동생만 남기고 자신을 떠난 상황에서 장준현(지현우)과의 악연까지 겹치는 첩첩산중의 상황을 맞이했다.

장준현과 최춘희가 왜 ‘트로트의 연인’이 됐는지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첫 방송은 최춘희 캐릭터의 성격과 배경을 빠른 전개로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정은지는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당차고 털털한 최춘희의 모습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따뜻한 모습, 그리고 장준현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코믹한 모습을 모두 연기해야 했다. 여기에 트로트의 구성진 가락까지 덧붙여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정은지는 이 모든 과제를 훌륭히 해냈다. 먼저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연기가 돋보였다. 마라톤 완주 메달을 무시하는 장준현에 대해 “너 마라톤에서 완주한다는 건 사점을 넘어서는 일이야. 사점을 넘는다는 건 죽음을 넘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 완주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거라고”라며 북받쳐 오르는 억울한 감정과 분노 연기를 적절한 섞어 표현했다.

떠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편의점 CCTV로 확인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화면 속 아버지를 지켜보며 소리 없는 우는 정은지의 표정에는 자신을 놓고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단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속병을 앓았을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과장된 눈물 연기를 선보였다면 어색했을 장면이었다. 이어 엄마가 발표했던 트로트 CD를 서글프게 바라보는 정은지의 애잔한 눈빛에서 트로트 가수였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트로트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지는 계기를 자연스레 연결시켰다.



정은지 특유의 생활 연기 또한 반가웠다. tvN ‘응답하라 1997′에서부터 정은지의 연기는 무심한 듯 내뱉지만 따뜻함이 감도는 털털한 매력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아버지의 더럽혀진 앞치마를 벗기는 모습과 장준현에게 따박 따박 따지며 속사포처럼 대사를 내뱉는 모습에서 정은지만이 표현할 수 있는 털털하면서 당찬 매력이 서려 있다.

걸그룹 에이핑크 메인보컬로서의 실력도 톡톡히 살렸다. 트로트를 내세운 드라마답게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를 부르는 장면을 삽입했다. 정은지는 이날 방송에서 동생 최별(유은미)과 함께 ‘님과 함께’를 율동과 함께 구성지게 부르는 모습을 담아 가창력도 함께 뽐냈다. 가창력 되고, 연기 되는 정은지만이 할 수 있는 최춘희의 모습이었다.

최춘희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정은지 특유의 말투다. 이제 ‘응답하라 1997′ 속 성시원의 시원한 부산 사투리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대신 정은지만의 어투가 생겨났다. 아나운서같이 또박또박 한 음절 한 음절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이야기하는 정은지의 어투는 때론 귀엽고, 때론 차지다. ‘트로트의 연인’을 더욱 구성지게 만드는 요소다.

이제 첫 방송이다. 앞으로 노래, 연기, 춤 모두 보여줄 정은지의 활약이 어찌 기대가 안 될 수 있단 말인가.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KBS2 ‘트로트의 연인’ 캡처, 제이에스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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