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파올로 누티니의 음악을 들었을 때 당연히 흑인일 거라 생각했다. 그것도 꽤 나이가 든 베테랑 R&B 뮤지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987년생의 백인으로 스코틀랜드 태생인 파올로 누티니는 조스 스톤 이후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도저히 백인이라는 것을 맞출 수 없는 충격적인 뮤지션이었다. 10대 때부터 이름을 알린 파올로 누티니는 두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평단의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최근에는 발표한 정규 3집 ‘코즈틱 러브(Caustic Love)’는 무려 5년 만의 신보. 1~2집의 성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파올로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잠시 음악을 떠나 목공일을 했다고 하면서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새 앨범에서는 1950~60년대 고전적인 소울부터 모던한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보다 진화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내한한 파올로 누티니는 강렬한 라이브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의 노래는 실제로 들으니 오티스 레딩, 또는 조 카커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렬했다. 아직 국내에서 지명도가 높지 않고 큰 히트곡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여 객석의 반응이 대단했다. 파올로 누티니를 처음 본 여성 관객들이 연신 ‘섹시하다’고 연발할 정도였다. 얼굴은 꽃미남이었지만 성대는 ‘홍삼성대’라 할 만큼 걸쭉한 노래를 들려줬다. 공연 전에 파올로 누티니를 만났다.

Q. 한국에 첫 내한이다. 한국 관객들은 열광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파올로 누티니: 한국은 처음이다. 강남, 이태원 구경을 했는데 매우 좋았다. 한국 공연은 처음이라 설렌다. 보통의 아티스트의 경우 히트곡 위주로 셋리스트를 짜겠지만, 한국에서 나의 어떤 노래가 인기가 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공연을 짤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데미안 라이스와 호텔에서 마주쳤는데 한국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 데미안 라이스는 내가 기타를 처음 시작할 때 영감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다. 그의 앨범 ‘오(O)’를 무척 좋아한다.

Q. 새 앨범 ‘코즈틱 러브(Caustic Love)’에 대한 소개를 해 달라.
파올로 누티니: 이번 앨범은 다양한 스타일을 넣으려 했다. 이 앨범에는 많은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 프로듀서로 참여한 대니 카스텔라는 내가 앨범의 상당부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연주자들이 참여함으로 인해서 좋은 사운드가 나올 수 있었다. ‘아이언 스카이(Iron Sky)’에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 속 연설을 넣은 것은 힙합에서 샘플링을 쓰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재밌는 앨범을 만들려 했다.



Q. 파올로 누티니는 소울(Soul) 싱어라고 볼 수 있나?
파올로 누티니: 난 단지 어떤 장르의 뮤지션이라고 잘라 말하긴 힘든 것 같다. 오티스 레딩과 같은 소울 싱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같고. 모든 보컬들이 소울을 담아서 노래하려 하지 않나? 난 내 음악, 내 정체성에 대해 아직 찾아가는 단계다. 스물일곱 살의 청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처음 파올로 누티니의 음악을 들었을 때 나이가 많은 흑인이라고 생각했다.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흑인처럼 노래할 수 있나?
파올로 누티니: 담배, 불면증, 위스키 덕분이다. 하하. 많은 이들이 내가 원래 나이보다 훨씬 늙은 목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정말 내가 나이가 들면 어떤 목소리로 변할지 궁금하다. 난 노래를 할 때 내 기분, 감정을 담아서 이야기하듯이 노래하려 한다. 가령 ‘아이언 스카이’는 나의 답답한 심정을 표출하면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 같다. 난 목소리를 악기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많이 연주를 하면서 실험을 해보고 싶다.

Q. 3집 ‘코즈틱 러브’가 약 4~5년 만에 나왔다. 공백이 길었다.
파올로 누티니: 음반을 안 낸 것은 5년 정도인데, 그 사이에 계속 공연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음악을 쉰 것은 1년 정도이다. 그동안 투어를 하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막상 그 지역을 잘 살펴보지는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공연한 곳을 다시 찾아가 관광을 하기도 했다.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이 하고 있는 목공일을 배우기도 했다.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뒀는데 그때 사귀었던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음반을 내기까지 필요했던 휴식기였다.



Q. 새 앨범에 ‘패션(Fashion)’에 자넬 모네가 참여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
파올로 누티니: 자넬은 정말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다. 최고의 댄서이기도 하고. 그녀의 첫 EP를 들었을 때부터 굉장한 팬이 됐다. 최근 팝계에는 섹스어필을 하는 여성 뮤지션들도 많고, 굉장한 이들이 많지만, 머릿속에 딱히 남는 이가 별로 없었다. 자넬 모네는 벗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섹시하고, 본인의 패션과 음악을 잘 연결해서 매우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줘서 정말로 좋아한다.

Q. 자넬 모네와 파올로 누티니는 과거의 흑인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파올로 누티니: 나에게는 굉장한 칭찬이다. 올드스쿨 풍의 음악을 재해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트렌드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지만 굳이 그들과 경쟁구도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과거의 스타일을 최신 것과 접목하는 데에는 프로듀서 대니 카스텔라가 많은 도움을 줬다.

Q. 정말 미남이다!
파올로 누티니: 내가 잘 생겼나? 지금 내 머리스타일이 웃긴 것 같은데 좋아해줘서 고맙다. 미의 기준은 다 다른 거니까. 음악과 외모를 연관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모는 영원히 아름다울 수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음악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워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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