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으로 텅 빈 보도국 내부 전경

KBS가 노조 총파업에도 지상파 3사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4일 오후 5시부터 5일 오전 0시까지 KBS1 ‘선택대한민국지방선거 개표방송’과 ‘뉴스 9′은 전국 시청률 평균 7.5%를 기록했다. 이를 놓고 방송가에서는 총파업 이후 최소 인력만을 투입한 KBS의 선전이 눈에 띄지만, 정작 당사자인 KBS는 웃을 수 없는 실정이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길환영 KBS 사장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는 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임안에 과반 찬성이 나오면 길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의를 거쳐 해임 절차를 밟게 되지만, 그 결과는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 3일 KBS 기자협회가 방송법 위반으로 길 사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음에도 KBS 측에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KBS 이사회가 여당 추천 7명과 야당 추천 4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초 길 사장의 방송 개입 논란이 불거진 직후 쏟아져 나온 각종 의혹의 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보직 사퇴를 밝힌 보도국 소속 간부들을 비롯해 주요 시사프로그램 PD들까지 그간 길 사장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하면서 사태는 점입가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는 지난달 29일 오전 5시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 노조)와 KBS 노동조합 등 KBS 양대 노조가 총파업에 돌임함에 따라 KBS 내부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길 사장 퇴진은 물론 무너진 방송 공영성을 확보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길 사장의 퇴진 여부가 확실치 않음에 따라 방송가에는 조만간 정상 방송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이미 보도국에서 제작하는 주요 뉴스 프로그램은 진행자 및 제작진이 대거 교체된 상태. 또 총파업 이후 외주 제작사에서 제작되는 일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제외한 주요 방송 프로그램이 현재 제작을 중단한 상태라 그 방송 파행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총파업의 여파로 KBS 방송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수준 저하도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다. 현재 거의 모든 인력이 총파업에 나섬에 따라 주요 프로그램은 각 부서 CP들이 촬영부터 편집까지 전담하고 있는 상황. 한 예능프로그램 CP는 텐아시아에 “인력부족으로 기획 단계부터 녹화, 편집까지 병행하고 있어 숨 쉴 틈도 없다”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디 하소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는 말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 관계자는 “상부에서는 총파업에도 정상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이렇게 제작된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을 수가 없다. 시청률 경쟁도 다 옛말이다. 일부에서는 외주 제작사 도입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6.4 지방선거는 어떻게든 넘겼다고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등 방송가에 굵직한 이슈가 즐비한 터라 노사 양측 모두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KBS 내부에서는 “MBC 파업 때처럼 제2의 유례없는 방송 파행을 경험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총파업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KBS 측의 용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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