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유연욱 음악사업부 본부장

그룹 빅스의 지금을 만든 1등 공신은 콘셉트다. 데뷔곡 ‘슈퍼 히어로(Super hero)’와 두 번째 활동곡 ‘락 유어 바디(Rock Ur Body)’에서 그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빅스는 2013년 1월, ‘다칠 준비가 돼 있어’로 존재감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분장에 가까운 메이크업과 섬뜩한 눈빛을 보이는 렌즈를 끼고 뱀파이어로 변신한 빅스의 모습에 대중은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하이드’, ‘대.다.나.다.너’의 지킬 앤 하이드 콘셉트, ‘저주인형’의 저주인형 콘셉트 등 빅스는 발표하는 앨범마다 판타지 장르에서 출발한 소설 속 캐릭터를 표현하며 콘셉츄얼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저주인형’으로는 KBS2 ‘뮤직뱅크’에서 데뷔 첫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도 해 대세를 입증했다.

빅스가 콘셉츄얼 아이돌로서 다시 탄생된 배경에는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의 유연욱 음악사업부 본부장이 있었다. 유연욱 본부장은 빅스 콘셉트의 창시자로서 데뷔 때부터 빅스를 이끈 인물. 그는 SM엔터테인먼트 해외사업부 출신으로 보아, 신화, S.E.S의 일본 관련 담당을 거치다 성시경과 함께 오래 호흡을 맞췄다. 빅스 데뷔 한 달 전에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하게 된 유연욱 본부장은 ‘락 유어 바디’부터 본격적으로 빅스를 지켜보며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지금의 빅스가 있기까지, 앞으로의 빅스는 또 어떤 모습일지 콘셉트의 아버지 유연욱 본부장에게 물었다.

Q. 빅스의 컴백을 앞두고 있다. 스태프로서 기분이 어떤가?
유연욱 : 항상 발표할 때마다 많이 떨리는데 시간이 갈수록 빅스란 그룹의 색깔이 잡혀가고, 방향성도 찾아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어떻게 해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도 했고, 부담감도 있었다. 이제는 확실히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역으로 자신감에서 오는 부담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더 큰 사랑에 보답해야 하는 마음 말이다.

Q. 이번 콘셉트는 무엇인가? 첫 컴백 이미지로 시계가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유연욱 : 지금까지 빅스는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저주인형 등 센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다. 이번 앨범을 구상하면서 고민한 건 객체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캐릭터가 아닌 세계관을 만들어 표현해보자고 결정하고,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번에는 시계 이미지에서 느낀 것처럼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찰나와 영원이라는 대비되는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시계라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공감할 수 있게 스토리라인을 짰다.

Q. 지금까지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어서 퍼포먼스나 소품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용이했다. 그런데 세계관이라면 퍼포먼스로 구체화하는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유연욱 : 맞다. 뱀파이어나 저주인형은 있는 그대로 연기를 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빅스는 콘셉트에 뮤지컬적인 퍼포먼스를 많이 선보였다. 이번에도 뮤지컬 요소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시간에 관련한 포인트 요소를 퍼포먼스로 살렸다. 빠르게 춤을 추다가 갑자기 천천히 움직이는 동작, 거꾸로 움직이는 동작, 시계 초침을 표현하는 동작 등 시계를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Q. 빅스는 콘셉트를 정하면 의상, 퍼포먼스, 음악까지 디테일한 부분도 완벽하게 콘셉트에 맞추는 것 같다.
유연욱 : 콘셉트를 정해놓으면 모두 그것에 맞춰서 만든다. 젤리피쉬가 가진 장점인 것 같다. 또 빅스는 기본적으로 노래 이전에 콘셉트를 먼저 정한다. 이번에도 콘셉트를 먼저 정하고 300~400곡에서 우리에게 가장 최적화된 노래를 선택했다. 정말 많이 노래를 들었는데 결국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것은 신혁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 정진석 단장이다. 하하. 역시 한번 일을 해봤던 사람은 아 하면 탁 나오니까 호흡이 정말 좋은 것 같다.

Q. 27일 0시, 다음 뮤직에서 카운트다운 생중계를 하는 것도 시계랑 연관된 느낌이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유연욱 : 아, 그렇게까지 생각은 못했다. 하하. 사실 0시에 공개가 되니까 그 타이밍에 팬들도 함께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한 이벤트다. 대신 시간에 대한 단서나 요소들은 앨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재미있을 것이다.

27일 ‘기적’을 발표한 빅스. 이번 콘셉트는 시간의 판타지다.

Q. 사실 빅스는 처음 데뷔할 때는 평범한 남자 아이돌이었다. ‘다칠 준비가 돼 있어’부터 본격적인 콘셉츄얼 아이돌로서 모습을 보였는데 콘셉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유연욱 : ‘다칠 준비가 돼 있어’ 때는 콘셉트를 정하기 전에 먼저 음악이 정해진 상태였다. 음악을 듣고 있으니 머릿속에 늑대인간과 달이 떠오르더라.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많은 회의를 했다. 늑대인간이 어둡고, 남성성이 강하고 공격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이와 관련된 뱀파이어는 섹시한 면도 있어서 늑대인간에서 뱀파이어로 콘셉트가 발전됐다. 또, 렌즈라는 결정적인 아이템이 나오면서 완벽한 모습을 갖추게 된 것 같다. 사실 그때만 해도 콘셉트라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Q. 그렇다면 처음부터 빅스를 지금과 같은 콘셉추얼 아이돌로 선보이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었던 것인가?
유연욱 : ‘다칠 준비가 돼 있어’로 뱀파이어를 선보이고, ‘하이드’로 지킬 앤 하이드를 선보일 때 고민을 했다. 강한 콘셉트를 하고 또 강한 콘셉트를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했는데 하고 나니 ‘굉장히 이거구나’ 싶었다.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이렇게 발전하면 되겠구나. 그때 콘셉츄얼 아이돌로서 정립이 많이 됐다.

Q. 처음 뱀파이어를 제안했을 때 빅스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 렌즈를 낄 때는 멤버들도 어리둥절했다고 들었는데.
유연욱 : 사실 신인이니까 멤버들은 뭐든지 정말 열심히 하자는 생각들이었다. 하하. 그런데 렌즈를 끼고, 분장에 가까운 메이크업을 하니 잘생긴 얼굴이 잘 안보이니까 멤버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우리가 빅스에게 설명을 잘했고, 막상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로 반응이 달랐으니까 다들 더 열심히 했다. 지금은 멤버들도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하하.

Q. ‘대.다.나.다.너’도 하이드 콘셉트 기획 단계부터 계획된 것이었나?
유연욱 : 그렇다. ‘지킬 앤 하이드’는 선악에 대한 콘셉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천사와 악마를 생각했고 그러다 지킬 앤 하이드라는 좋은 아이템을 찾았다. 처음에는 선한 것부터 먼저 보여주고 가자고 생각했는데 ‘하이드’ 노래가 워낙 잘빠져서 바꿨다. 이미 ‘하이드’ 안에서도 선악이 대립하는 형태지만, ‘대.다.나.다.너’는 ‘하이드’의 전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되감기’라는 의미를 넣었고,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런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그냥 스페셜 활동으로 아는 사람도 많더라. 하하. 빅스 본연의 모습, 굉장히 내츄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Q. ‘다칠 준비가 돼 있어’, ‘하이드’, ‘저주인형’에서 다크한 빅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락 유어 바디(Rock Ur Body)’의 콘셉트도 사실 아까웠다.
유연욱 : 나도 그렇다. 하하. ‘락 유어 바디’가 픽셀 아트 콘셉트였는데 지금 봐도 그때 만든 티저 영상이 지금까지 제일 잘 만든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다.

데뷔곡 ‘슈퍼 히어로’부터 정규 1집 ‘저주인형’까지 빅스가 발표한 앨범 커버

Q. 빅스의 또 다른 매력은 심볼이자 캐릭터인 로빅인 것 같다. 재미있는 팬 소통법이다.
유연욱 : 로빅은 데뷔 때부터 만든 캐릭터인데 빅스의 수호신이자 제7의 멤버처럼 만들었다. 멤버도 회사도 아닌 제3의 객체로 소통을 하니까 팬들도 재미있게 생각하는 요소다.

Q. 빅스 멤버 중 가장 콘셉트 소화력이 뛰어난 사람은 누구인가?
유연욱 :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많이 느꼈는데 멤버들의 콘셉트 이해도가 정말 높다. 표현력, 연기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정말 이번 ‘기적’ 무대를 보면 딱 알 것이다. 처음 콘셉트를 선보인 ‘다칠 준비가 돼 있어’는 엔이 리더고, 춤을 췄던 친구니까 안무 이해도가 빠른 편이었다. 지금은 다들 아우~ 정말 잘한다.

Q. 그럼 빅스 멤버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연욱 : 음… 먼저 은 정말 착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빅스 전체에게 숙제를 주면 항상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주위 친구들을 다독인다. 라비는 작사 작곡에 대한 열의도 있고, 음악적 프라이드가 있다. 아직 공개 안 된 것도 있지만, 외부 피처링도 하고 있고, 래퍼로서 개인 활동도 생각하고 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홍빈은… 미모가 터진 것 같다. 하하하. 이건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지난 2월 일본 공연을 갔을 때 밥을 먹다가 문득 옆을 보는데 그날따라 정말 잘생겼더라. 그래서 “너 왜 이리 잘생겼냐”고 말한 적도 있다. 하하. 그리고 노력파의 끝인 것 같다. 회사에서 무엇을 하라고 하면 아무리 피곤하고 시간이 없어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해낸다. 연습을 정말 많이 하는 노력파다. 승부욕도 있고. 이는 진짜 귀여운 것 같다. 정말 많이 실력이 늘은 멤버 중 하나인데 얼마 전에 정글을 갔다 오더니 어른스러워졌다. 회사 전반적으로 혁이는 다 애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키도 많이 컸고, 물이 올랐다. 묘하게 재치도 있다. 레오는 겉으로는 말도 없고 그런데 정말 따뜻하고 속도 깊다. 앞으로 팬들이 놀랄만한 모습이 정말 많을 것이다. 뮤지컬 하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실력도 좋고, 노력파다. 은 이번 ‘기적’에서 가장 파트가 많다. 그만큼 노래가 많이 늘었고, 센터에 제일 많이 선다. 거기에서 오는 압박이 있고, 복근의 힘이 필요한 안무도 있어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진짜 웃기다. 켄과 함께 다니면 심심할 날이 없다. 분위기메이커로서 최고다.

Q. 빅스 6명 매력이 다 다른 것 같다.
유연욱 : 정말 6명이 다 다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할 때부터 여러 아이돌그룹을 지켜봐왔지만, 정말 이렇게 신기할 정도로 진짜 친한 애들은 처음 봤다. 아마 다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비슷한 멤버가 있으면 시기나 질투가 있을 수도 있는데 6명 색깔이 다 달라서 서로를 존중해주고, 지켜 보는 재미가 있다. 빅스는 정말 운명 공동체다. 누구나 튀고 싶을 텐데 그런 게 없다. 멤버들은 콘셉트 표현을 우선으로 하고, 자신을 그 다음으로 여긴다. 빅스의 힘이다.

Q. 빅스는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제작한 아이돌 그룹이다. 무에서 유를 만든 느낌도 있겠다.
유연욱 : 처음엔 낯설었다. 하하. 빅스 데뷔 앨범에는 거의 참여를 못했지만, 여기 있으면서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정말 무에서 창조를 하니까 새로웠던 것 같다. 지금은 시스템화가 많이 됐다. 의상 하나를 정할 때도 디자이너와 컨설턴트가 있다. 팬들과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비판도 많이 받았는데 우리가 좋은 것은 일단 음악을 하는 회사니까. 대표님도 작곡가시니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항상 말하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Q. 그렇게 창조한 빅스가 ‘저주인형’으로 드디어 1위를 했을 때 누구보다 기뻤을 법한데
유연욱 : 그때 다 울고, 끌어안고, 감동적이었다. 진짜 이제 첫 발 내딛은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저주인형’은 마음먹고 세게 보여드린 것이다.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너무 자극적인 걸로 주목을 받고자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고, 있는 그대로 ‘저주인형’을 표현하고 싶었다.

빅스 첫 1위의 순간, KBS2 ‘뮤직뱅크’

Q.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저주인형 등 여러 차례 콘셉트를 선보이는데 아이디어의 한계도 느낄 것 같다.
유연욱 : 그런 고민은 계속 하고 있고, 하면 할수록 강해지겠지. 예를 들면 더 대중적인 그룹이 됐을 때 콘셉트적인 부분을 계속 끌고 갈 수 있을지 아닐지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 콘셉트라는 개념은 버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대중이 콘셉트는 빅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빅스의 상징으로 만들 생각이다. 멤버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도 많다. 타이밍과 함께 어떤 식으로 보여드릴지 고민도 많이 하고 있고, 연구를 많이 하고 있으니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Q. 컴백을 앞둔 빅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유연욱 : 이번에 조금 무섭다. 사랑을 많이 받았고, 팬들의 기대감도 크다. 그리고 이렇게 쉬어 본 적이 없는데 7개월 만에 컴백이라 걱정이다. 이번 ‘기적’은 기존에 강했던 캐릭터가 아닌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이니 일종의 새로운 도전이다. 멤버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음… 한마디는 공연도 앞두고 있으니 열심히 해야지. 파이팅!

Q. ‘기적’을 통해서 빅스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것만큼은 봐달라고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유연욱 : ‘저주인형’은 정말 콘셉트에 맞춘 음악이었고, 어떤 분은 어렵다고도 하셨을 정도였다. ‘기적’은 음악적으로도 자신 있다. 이번에는 우리 나름대로 대중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또 무대를 보면 흐름이 보이고, 노래를 들으면 세계관이 보일 것이다. 여기에 뮤직비디오를 보면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된다. 기대하시길.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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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의 모든 것② 콘셉츄얼 아이돌 빅스, 콘셉트 변천사

빅스의 모든 것④ 뮤직비디오 분석, ‘기적’ 같은 관전 포인트 셋

빅스의 모든 것⑤ 연기 예능 노래,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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