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작가는 직업이라기보다 하나의 ‘성질’인 것 같아요”
일본의 대표적인 감성 작가 에쿠니 가오리(50)가 방한했다. 22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방한한 가오리는 한국 방송작가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인 한국방송작가 마스터클래스에서 자신의 30년 작가 인생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었다. 스스로에 대해 ‘운이 좋은 작가’라고 평하며 “보수적인 성격이지만 늘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한다”는 그에게서는 소설 속 섬세한 필치처럼 소녀다운 감성이 묻어났다.
Q.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 독자를 모두 사로잡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에쿠니 가오리: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독자를 설정하지 않고 글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인이나 한국인, 여성, 전 세계인 등으로 딱히 설정하지 않는다. 글을 쓸 때는 그 책만 생각하면서 쓰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한다.
Q. 당신의 소설은 특히 영상화 되는 작품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에쿠니 가오리: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그 작품이 많이 팔렸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작가이기 때문에 언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만들려고 하는데, 영상을 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영상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들로 변환하고 싶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Q. 소수자, 소외 받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많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계속 그런 시각을 유지할 것인가?
에쿠니 가오리: 평소에도 그런 지적을 자주 받는다. 나는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내가 별로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쓰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글을 쓰기가 쉬울 것 같다. 글을 쓸 때 소수자 라고는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소수자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린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것은 ‘많은 정보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은 세상에 넘쳐나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글을 쓴다. 이런 점에서 소수자들을 등장시키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
Q. 작품이 영상화될 경우 시나리오에도 관여하는 편인지 궁금하다.에쿠니 가오리: 영상화 될 때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어떤 의견도 말하지 않는다.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언어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쓰듯이 영상도 영상 전문가들이 영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만든다. 그래서 원작을 바꿔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바꾸는 것이 더 좋을 경우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제작에 직접 개입하는 일도 없다.
Q. 작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묻고 싶다. 일본도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겪고 있고, 예술가들이나 작가들이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에쿠니 가오리: 말씀하신 대로 여러 종류의 작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러 종류의 작가가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 에세이, 소설 등을 쓰고 있는데 글을 쓰는 것 이외에는 발언을 하고 싶지 않다. 쓴 글을 통해서만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싶고 메시지를 직접 전하고 싶지는 않다. 메시지를 직접 발신하게 되면 그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것이 하나의 정보가 되기 때문에 정보는 그 당시에는 가치를 가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므로 스토리로 가공해서 내 생각을 전하고 싶다.
Q.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냉정과 열정 사이’ 2004년 ‘마미아형제’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직접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지, 보고 나서 바뀐 원작에 대해 반응을 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에쿠니 가오리: 한국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일본에서 영상화된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실망할 때도 있다. 실망이라는 말이 좀 그렇긴한데 어떤 부분에서 실망했는지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뻤던 예는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소설로 쓰고 싶었던 것을 소설 이상으로 아름답게 영상화 해줘서 참 기뻤다. ‘반짝반짝 빛나는’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 영화는 본 적이 없지만 한국에서 드라마화 될 뻔했던 ‘도쿄타워’ 를 원작으로 한 ‘밀회’는 줄거리를 받고 읽었다. 원작과 전혀 다른 설정, 피아노 선생과 제자의 설정이던데 설정을 바꾼 건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읽다가 계속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져서 꼭 한국 작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공동작업으로 소설을 쓰기도 하는 등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보수적 성향으로 작품에 나타나지만 새로움도 추구하는 것 같다. 창조가, 예술가로서 창조의 계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에쿠니 가오리: 어려운 질문이다.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평가는 기쁘다. 성격적으로는 보수적이고 겁도 조금 많다. 그래서 수비를 하기가 쉬운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공동 집필을 한다든가 어린아이의 문체로 연애 소설 쓴다든가 사람들이 주로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도전해 본 적도 있었다. 원동력은 내 자신의 성질인 것 같다.‘작가’‘크리에이터’라는 것은 직업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성질인 것 같다. 직업으로서의 작가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성질로서는 내가 작가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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