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에서 김석주 변호사를 연기하는 배우 김명민

배우 김명민이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에서 연기하는 변호사 김석주는 엘리트다. 거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인 그는 아무리 상대가 무죄라 한들 빈틈을 포착해 매서운 공격력으로 몰아세운다. 지난 1회에서 일본 편에 서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을 당한 노동자들의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싸움 속 희망의 불씨를 짓밟고, 재벌 2세에게 유린당한 여배우의 온갖 속살을 파헤치며 인신공격을 일삼았다. 무죄조차 유죄로 만들고 마는 그의 모습은 언뜻 변호사로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법조인의 인생에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김석주 위에 또 다른 비양심적 엘리트가 있다. 바로 로펌 대표 차영우(김상중)다. 김석주의 삶의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그를 맹렬히 비난하는 인턴 이지윤(박민영)조차 그 정체를 알지 못하는 차영우야말로 진짜 이중인격자다. 사회적으로 높은 명성을 떨치는 그는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한 발짝 멀리 떨어져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양 굴지만, 더 들여다보면 타인의 인생을 마음대로 주무르려 하는 지극히 이기적 존재다. 그 역시 법조인이지만,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정의는 빠져있다. 자신을 비호해줄 권력자들의 현상유지를 위해 때로는 법을 바꾸고 때로는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에 더 익숙해진 인생이다.

김석주를 향해 두 사람의 같은 질문이 날아든다. 인권변호사인 아버지 김신일(최일화)과 검사 이선희(김서형)는 “그 좋은 머리로 이러고 싶냐!”고 묻는다. ‘그저 똑똑하다 부추기면 저 밖에 없는 줄 알고 그게 누구를 죽이는 길인지 살리는 길인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벼랑 끝까지 달려나가는 존재들’, 드라마 속에 등장한 김석주를 비난하는 또 다른 대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엘리트들을 겨냥한 듯 보인다.

그 질문에 자신의 빈약한 논리로 맞서오던 김석주는 2회 말미에 발생한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이를 계기로 그의 인생이 차츰차츰 변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백지 상태로 돌아가자 비로소 상식이 자리잡게 되면서 법조인 김석주에게 마침내 정의가 중요해졌다. 그는 6회 말미 한 때 자신이 짓밟았던 여배우 혜령(김윤서)의 변호를 맡고자 했다.

반면,차영우의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차영우는 재벌가와 더욱 가깝게 닿아있다. 김석주가 비양심적인 길을 택한 이유는 역시 법조인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걸었던 정의로웠다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이들을 힘들게 만들었던 인생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차영우는 그런 나름의 논리를 가진 김석주와 달리, ‘돈이면 다 되는 세계’에 이미 발을 깊숙하게 들여놓은 캐릭터다. 김석주의 변화가 그에게는 불안할 밖이다. 현상유지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석주의 변화는 차영우와의 싸움을 뜻한다. 김석주에게 차영우는 한 때 자신을 조종했던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정신이 말끔해지면서 다시 보게 된 세상, 그의 과거의 삶은 너무도 말이 되지 않는다. 김석주의 정의를 위한 싸움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그리고 그 싸움 속에서 드라마는 현실 속 엘리트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이제라도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현상유지를 위해 껍데기만 엘리트인 노예의 삶을 지속할 것인가.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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