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황신혜 밴드, 오정수, 전효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날 붙잡고 말해줘 사랑은 병 중독 Overdose,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는 힘들어져엑소 ‘중독(Overdose)’
엑소 ‘중독’ 中
전작 ‘으르렁’으로 최고 아이돌그룹의 자리에 오른 뒤 나온 앨범. 엑소는 퍼포먼스로 가장 주목받았지만 ‘으르렁’ 이후에는 곡의 완성도로도 크게 어필했다. ‘으르렁’이 코어 팬덤 외에 일반인들에게도 어필한 것은 퍼포먼스 이전에 음악이 귀를 잡아끌었기 때문. 신보에 ‘으르렁’과 같은 위력적인 곡은 보이지 않는다. ‘중독’의 경우 ‘으르렁’과 ‘마마’의 중간쯤에 위치한 듯한 곡으로 그다지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타이틀곡에 비해 오히려 ‘월광’ ‘썬더’ ‘런’ ‘러브 러브 러브’와 같은 다른 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언더독스가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SM 사운드를 답습한 듯한 ‘중독’보다 차라리 경쾌한 ‘런’을 타이틀곡으로 했으면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월광’ ‘러브 러브 러브’와 같이 느린 비트의 곡이 2곡을 차지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데 퍼포먼스를 어떻게 꾸릴지 궁금하다.
황신혜 밴드 ‘인간이 제일 이상해’
황신혜 밴드 12년 만의 새 앨범. 1996년에 결성된 황신혜 밴드는 인디 1세대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였다. 괴이한 의상과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았고, 어쩌면 그 때문에 음악이 평가 절하된 면도 있다. 음악 스타일이 키치한 면이 있었지만, 초기에 세션 드러머가 이상민(긱스 출신의 그 이상민이다)이었을 정도로 연주에도 신경을 쓴 팀이었다. 신보는 황신혜 밴드를 여태껏 이끌어온 김형태(노래, 기타)가 사운드 메이커인 허동혁(신디사이저 등)과 조우해 듀오 체제로 만들었다. 김형태가 이제껏 보여줬던 록, 트로트, 사이키델릭 등의 잡다한 이종교배에 허동혁이 컴퓨터 음악 등으로 사운드를 매만졌다. 김형태의 퍼즈톤 기타와 허동혁의 전자음악은 연인처럼 잘 어울린다. 중요한 사실은 인디 신이 대선배인 황신혜 밴드의 음악이 후배들에 비해서도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이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닐 터) 앨범의 주제는 ‘인간의 죄의식’ 김형태의 설명에 따르면 ‘짬뽕’ ‘문전박대’가 사회에 대한 노래들이었다면 신보는 인간에 대한 것이라 한다. 음악을 듣고 단박에 드는 생각은 음악은 쉽고, 메시지는 심오하다는 것. 즐겁게 들리는 음악인데 다 듣고 나면 머릿속 한 구석이 찜찜하다. 내가 지은 죄 때문인가?
오정수 ‘어제가 있는 자화상(A Portrait with Yesterday)’
재즈 기타리스트 오정수는 최근 한국 재즈 신에서 가장 왕성한 레코딩 활동을 하는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자신의 리더 작 외에도 이판근 프로젝트를 비록해 배장은, 김책 등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레코딩을 했는데, 이 중에 어느 하나도 가볍게 넘길만한 앨범이 없다. ‘어제가 있는 자화상’은 오정수 개인의 리더 작으로서는 ‘인비지블 월쓰(Invisible Worth)’에 이은 두 번째 앨범으로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인 이원술(베이스), 이도헌(드럼)과 함께 트리오 편성으로 녹음됐다. 오정수는 전작들인 이상의 ‘제로(Zero)’ 드러머 김책과의 듀오 작인 ‘‘나’의 발견’에서 거의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아방가르드 성향의 즉흥연주까지 들려준 바 있다. 그에 비하면 2년 전에 녹음했다는 이 앨범에서는 보다 정제되고 차분한 사운드가 담겼다. 연주를 듣다보면 오정소의 차분한 말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몇몇 곡에서는 마치 빌 프리셀의 연주와 같이 시각적인 이미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오정수에게는 자전적인 작업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자작곡 외에 국내곡인 ‘가시나무’ ‘섬집아기’를 비롯해 오넷 콜맨의 곡 등이 오정수의 기타로 재현됐다.
전효성 ‘Top Secret’
시크릿 소속인 전효성의 첫 솔로 EP. 전효성은 현재 국내 걸그룹 멤버 중 현아와 함께 대표적인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아가 귀엽고 상큼한 섹시함이라면 전효성은 건강하고 풍윤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EP에는 총 세곡이 담겼다. 흥미로운 것은 세 곡이 전효성의 섹시한 맛을 골고루 잘 살리고 있다는 것. 타이틀곡 ‘굿 나잇 키스(Good-night Kiss)’를 비롯해 ‘여자를 몰라’ ‘밤이 싫어요’ 모든 곡이 트렌디한 댄스곡으로 섹시함을 부각시킨다. 특히 ‘밤이 싫어요’는 대놓고 남성을 유혹하는 곡으로 전효성의 음색은 곡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다. 이단옆차기가 만든 타이틀곡인 ‘굿 나잇 키스’는 근래 나온 댄스곡 중 멜로디가 단연 확실하며 기타, 신디사이저 소리를 잘 살렸다. 이 곡의 퍼포먼스에서 전효성은 안무 외에 표정과 입술을 매만지는 손가락으로 섹시함을 극대화시킨다.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는 것이 가수의 미덕이라면, 전효성은 그 미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피네 ‘서로의 도시’
신인 일렉트로 팝 밴드 피네(Fine)의 첫 정규앨범. 임은철(작곡, 신디사이저) 조정빈(보컬, 베이스), 박지섭(보컬, 기타)로 2010년에 결성된 피네는 작년에 데뷔 EP ‘체리 블러썸(Cherry Blossom)’을 발표하고 첫 선을 보였다. 피네는 최근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음악처럼 댄서블한 음악과 달리 차분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를 주로 들려준다. 이러한 점이 피네의 가장 차별화된 점이라 할 수 있다. 몸이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전자음악이라고 할까? 또한 기타, 베이스 등 실제 악기와 전자음악을 적절히 배합시킴으로써 미니멀하면서도 모자라지 않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여백의 미를 아는 일렉트로 팝 밴드라고 할까? 올해 주목할만한 신인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리더 전지한이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영국 메트로폴리스의 책임 프로듀서 존 데이비스가 참여해 음반의 완성도를 높였다.
청년들 ‘The Lads on Street’
청년들은 작년에 나온 데뷔 EP ‘청춘’으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깐깐한 신인등용문 ‘헬로루키’에도 선정됐으며 평단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다. 지난 작에서 느껴졌던 혈기는 이번 첫 정규앨범인 ‘더 레즈 온 스트리트(The Lads on Street)’에서도 여전하다. 음악은 ‘거리 위의 사내들’이라는 앨범 제목처럼 단순명쾌하다. 이번 앨범에는 지난 EP에 실린 ‘해마를 보았다’ ‘텍사스 송(Texas Song)’ ‘위 아 저스트 낫씽(We Are Just Nothing)’ 등이 새로운 녹음으로 담겼는데, 곡의 얼개는 거의 비슷하고 사운드가 보다 선명해졌다. 청년들의 록은 그야말로 20대 청년들이 공감하고, 10대 소년소녀들이 동경할만한 요소들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간결하고 직선적인 멜로디와 솔직담백한 가사, 그리고 경쾌한 연주가 바로 그러하다. 소년들이여 청년들을 들어라! 그리고 공연장으로 오라!
21 스콧 ‘Rock Star’
팝 펑크 밴드 21 스콧(21 Scott)의 정규 2집. 사실 21스콧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CD를 플레이시키자 ‘예스 위 아(Yes We Are)’의 묵직하고 드라마틱한 사운드가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다. 마치 푸 파이터스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이랄까?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 꽤 고충이 있었나보다. EBS ‘스페이스 공감’의 김현준 기획위원은 “21 스콧이 새 앨범을 녹음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길 듣고 조바심내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이들은 막연하면서도 왠지 묵직한 신뢰의 ‘팬심’을 맛보게 해준, 내 마음속의 진짜 록 밴드”라고 평한 바 있는데 21 스콧의 김성훈은 “드러머의 밴드 탈퇴에 이어 보컬은 성대 폴립으로 수술을 해야만 했고, 자연스레 저희는 나태해지고 포기하게 됐다. 그러나 저 말 한마디와 많은 분들의 응원이 저희들의 마음속에 남은 락스타의 혼을 지탱해 줬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평단의 한마디가 뮤지션에게 힘이 돼줄 수 있다니. 이 앨범에 실린 음악은 김 위원의 평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배기 로큰롤이다. 이 울림에 동참해보시길.
릴리 알렌 ‘Sheezus’
‘케이티 페리가 으르렁 돼도 리리(리한나)는 꿈쩍 안 해. 퀸 비(비욘세)가 다시 나타났네. 로드는 피비린내를 맡고, 널 죽여줄 준비가 됐어. 걔는 건드리면 안 돼, 이제 갓 데뷔했는데 우리 모두 가가(레이디 가가)를 구경하고, 하하 하고 웃지, 지가 순교자라도 되는 양 예술에 목을 매네. 디바들의 세계에서 2인자가 되어서는 안 되지. 그 왕관 이리 내놔. 내가 너의 구세주 ‘시저스(Sheezus)’가 될 꺼야’ 이 가사는 릴리 알렌의 3집 타이틀곡 ‘시저스’에서 발췌한 것이다. 릴리 알렌은 이처럼 강단이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얼굴은 귀엽지만, 그 안에는 맘에 안 드는 남자 싸대기를 갈길 것 같은 성질이 느껴진다.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이름을 알린 후 여러 히트곡을 내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앨범 제목은 카니예 웨스트의 ‘이저스(Yeezus)’에서 따왔다. 전반적으로 일렉트로 팝 성향의 곡들이 흐르는데 멜로디는 ‘역시 릴리 알렌’이라고 엄지를 치켜 올릴 만하다. 사실 ‘시저스’ 가사는 자신감 결여를 회복하기 위해 쓴 곡이라고. 릴리 알렌도 그런 면이 있구나. 그런데 가사에 사라 맥라클란이 빠졌잖아?
사라 맥라클란 ‘Shine On’
동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사라 맥라클란의 4년 만에 새 앨범으로 버브레코드에서 나온 첫 앨범이다. 사라 맥라클란은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남성뮤지션 중심의 록페스티벌에 반발해 열렸던 ‘릴리스 페어’를 주도한 활동가이면서 ‘엔젤(Angel)’ ‘애디아(Adia)’와 같이 청자를 치료하는 노래를 부르는 여가수. 9·11 테러 당시 미국에서는 ‘엔젤’이 추모 곡으로 울려 퍼지기도 했다. 새 앨범에는 11곡이 실렸으며 오랜 동료인 피에르 마르상이 참여했다. 첫 싱글인 ‘인 유어 슈즈(In Your Shoes)’에서는 한결 젊어진 악풍을 만나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특유의 포크 록 스타일이 잘 살아있으며 사라 맥라클란의 깊은 목소리는 여전하다. 아픔을 치유해주는 음악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 말이다.
마이클 잭슨 ‘Xscape’
고백하건데, 요새 마이클 잭슨의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을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감동이 밀려왔다. 이것은 전성기의 마이클 잭슨, 그러니까 그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목소리였다. 과거의 향취를 머금고 있는 이 곡은 오히려 최근에 나온 음악들보다 더 설득력이 있고,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엑스케이프(Xscape)’에 수록된 8곡은 1983년부터 1999년 사이에 녹음된 곡들로 팀발랜드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은 원곡이 지닌 매력을 최대한 살려냈다고 한다. 사후 1년 만에 나왔던 ‘마이클(Michael)’의 경우 화제성에 비해 음악적 평가가 가히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팬들이나 평단이 모두 반기는 추세다. 이는 사후 5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곡들을 찾고 편곡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곡이 ‘인빈시블(Invincible)’과 가까운 시절에 녹음돼 그 당시 스타일이 특히 두드러지기도 한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는 격의 앨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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