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닐스 페터 몰배르(Nils Petter Molvær)의 음악은 상당히 극적이다. 마치 잔잔한 바다에 폭풍우를 동반한 파도가 치고, 이후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재즈와 일렉트로니카 요소들이 닐스 페터 몰배르의 즉흥음악 세계를 거들고 있다. 때문에 그를 일반적인 재즈 연주자로 정의하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닐스 페터 몰배르는 자신을 “모든 종류의 음악에 소견을 가진 즉흥연주자(improviser)”라고 소개한다. 5월 17일과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으로 내한하는 닐스 페터 몰배르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이번 내한에서 최근작 ‘스위치(Switch)’에 담긴 음악들을 주로 들려줄 예정이다.

Q.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의 재즈 페스티벌에 서게 됐다.
닐스 페터 몰배르: 2008년도에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 당시 자라섬에서 공연을 하고 TV에도 출연했었다. 즐거운 경험이었고 다시 한국에 가고 싶었다. 그때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만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스위치(Switch)’ 프로젝트로는 한국이 처음이다. 일종의 프리미어인 셈이다.

Q. 근황은 어떤가?
닐스 페터 몰배르: 최근에 새 앨범 ‘스위치(Switch)’를 발매했다. 이 앨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 밴드와 함께 투어 중이다. 이와 함께 음악과 영상을 결합한 오디오 비주얼(audio-visual) 설치 프로젝트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은 5월 말 독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Q. 노르웨이는 크지 않은 나라이지만, 유럽의 상당한 재즈 강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가 뭘까?
닐스 페터 몰배르: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모든 관심이 유행처럼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미국 스타일의 재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노르웨이에서 나오는 재즈를 새로운 음악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듣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은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Q. 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닐스 페터 몰배르: 사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음악적인 가족에서 자랐고 아버지가 재즈 뮤지션이셨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음악 속에서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한 번도 내가 재즈 뮤지션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오히려 모든 종류의 음악에 소견을 가진 즉흥연주자(improviser)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Q. 첫 솔로앨범 ‘Khmer’를 ECM에서 발표했다. ECM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닐스 페터 몰배르: 만프레드 아이허(독일의 음반 프로듀서이자, ECM 음반사를 세운 사람)와 친하다. ECM은 매우 진실성이 있는 레이블로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모두 가진 레이블은 사실 흔하지 않다. 앨범을 듣고 나면 ECM 앨범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Q. 닐스 페터 몰배르는 재즈와 일렉트로닉 음악을 녹인 ‘퓨처 재즈 (future jazz)’ 장르의 선구자로 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퓨처 재즈를 설명한다면?
닐스 페터 몰배르: 사실은 잘 모르겠다. 음악을 어떤 한 장르로 정의 내리려는 그 순간부터 뭔가 본질적인 것이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도 이러한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음악은 좋거나 좋지 않거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반대로 다른 누군가는 좋지 않다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Q. 당신의 음악을 정의한다면?
닐스 페터 몰배르: 연주할 때 서로 다른 프리퀀시가 섞여 조화를 이루며 사운드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음파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매우 강한 감정적인 임팩트를 준다. 상당히 추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많은 뮤지션들은 그들의 감정을 이러한 음파에 싣는 재능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음악은 감정의 모든 스펙트럼에 작용되는 것 같다. 또한 음악은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시(時)가 하고 있는 역할처럼 말이다. 이런 표현 말고도 음악을 정의할 수 있는 훨씬 더 많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Q. 다양한 장르를 뒤섞은 닐스 페터 몰배르의 음악이 과거 70년대 퓨전 재즈와 다른 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닐스 페터 몰배르: 현재 음악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게 존재한다. 모든 종류의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튜바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싶으면 그냥 인터넷에서 찾으면 된다. 물론 일렉트로닉 음악도. 그렇기에 이전 음악과는 다르기보다는, 더욱 신선(fresh)하다고 하는 것이 나은 표현일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은 항상 어딘가에서 늘 발전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음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비밥도 60-70년 전에는 퓨처리스틱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을까?
Q. 일반적인 재즈 팬들 중에도 당신의 음악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닐스 페터 몰배르: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와서 음악을 들으시면 된다. 물론 전통적인 재즈 음악을 기대하지 말라.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은 혼합된 음악적 표현,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즉흥연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Q. 당신이 생각하는 재즈란?
닐스 페터 몰배르: 연주자들이 하모니, 리듬의 구조와 소통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에게 있어 재즈적 표현은 전통적 미국 스타일의 재즈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즉흥연주(improvisation)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음악이 생겨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해왔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재즈는 모든 요소들을 즉흥적으로 하는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Q. 향후 계획은?
닐스 페터 몰배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하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그것들이 발전될 수 있게 노력하는 것. 내 연주가 가능한 더 정확하고 꼼꼼해지게 하는 것. 더 많은 음악을 쓰는 것. 다른 아티스트와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할 수 있는 한 많이 내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 그리고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삶을 즐기는 것!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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