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캡처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꼬박 한 달, 여전히 ‘이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온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조금씩 아픔을 추스르며 사고 원인을 찾아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하며 무엇보다 사고로 인한 상처들의 치유에 몰두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방송가 역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일종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세월호 보도행태를 놓고 언론의 책임을 묻는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공영방송 KBS 막내기자들과 MBC 기자 일부가 ‘양심선언’을 한 것을 기점으로 방송사 노조 측과 간부 측의 격렬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예능 프로그램 결방으로 국민적 애도 행렬에 동참했던 예능국은 차츰차츰 정상화 되는 분위기. MBC가 앞장서 예능 프로그램을 정상화 시킨 가운데,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지난 13일 5주 만에야 촬영을 재개했다. KBS2 ‘개그콘서트’는 14일 녹화도 취소했다.

수많은 아픈 희생을 낳은 국민적 참사에 아직은 웃을 수 없다는 입장과 그래도 웃음으로 상처를 치유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공존한다. 그 와중에 ‘결방’이라는 소극적인 방식으로만 애도를 표했던 다른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길을 걸었던 MBC ‘무한도전’이 눈에 띈다.

‘무한도전’은 지난 3일 비교적 빨리 정상 방송에 돌입했다. 평소 신중한 행보를 보여온 ‘무한도전’으로서 다소 이례적 선택이긴 했지만, 이날 오프닝에서 멤버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세월호 사건을 언급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국민적 비극을 언급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무한도전’멤버들은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며 고개를 숙였고, 국민 예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웃음뿐 아니라 슬픔과 분노 등 시청자들의 다양한 감정과 동행하겠다는 의지를 전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또 ‘무한도전’은 ‘선택 2014′라는 타이틀을 통해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정준하, 하하, 노홍철 등 멤버 전원이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내용의 특집 방송을 준비했다. ‘새로운 리더를 뽑아보자’는 공통 의식이 전제된 이날의 방송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도 2001년 9.11테러 이후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데이비드 레터맨 쇼’ 등 인기 프로그램들이 결방이 아닌 비극을 직접 언급하며 시청자의 슬픔을 어루만진 사례가 있다. 물론 미국의 9.11 테러와 우리의 세월호는 성격이 전혀 다른 사건이긴 하지만, 평소 시청자들을 웃기며 힘든 현실을 어루만져왔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국민적 참사 사이 ‘결방’으로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무한도전’은 보여주었다.

한 예능 PD는 “여전히 예능 재개가 이르다는 시각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떠들다 많은 이가 기억해야만 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잊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며 “그렇기에 오히려 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도 많은 국민이 상처 받은 이번 사태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고 웃음으로 치유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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