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남자에게 군대는 커다란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간다’지만,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근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된 채 보내야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입영열차 안에서’, ‘이등병의 편지’ 등 군대 관련 노래들이 지금까지 노래방 인기차트 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남자들의 보편적인 번뇌와 맥이 닿아있다.지난해 10월 방송과 동시에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참신한 소재와 예능과 같은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작품이 큰 인기를 얻음에 따라 출연 배우들에게도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응사’는 소위 ‘스타’라 불리는 톱배우 한 명 없이 역할에 꼭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방송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특히 남자 연예인에게는 ‘군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더 크다. 뜨거운 20대를 숨 가쁘게 달려오며 차곡차곡 쌓은 인기가 2년간 유지되기에는 방송가 환경이 너무나도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입대를 앞둔 스타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뒤에야 도망치듯이 입대하거나 편하게 군 생활을 하려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다.
그런 와중에 이미 군 생활을 마친 뒤 당당히 ‘군필’이라는 이름으로 연예계에 출사표를 던진 남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육군, 해군, 공군 등 출신 부대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군대’라는 단어를 던지자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것. 텐아시아에서는 당당히 군 복무를 마치고 연예계를 종횡무진으로 활보하고 있는 ‘군필 배우’들의 면면을 집중 탐구해봤다. 이제는 다른 생각할 것 없이 마음껏 질주할 일만 남은 군필 배우들, 그 세 번째 주자는 배우 유연석이다.
흡사 ‘원석 발굴’을 떠올리게 한 이 과정에 ‘응사’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이가 바로 배우 유연석이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했으나 스무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유연석은 영화 ‘늑대소년’, ‘건축학개론’, MBC 드라마 ‘구가의 서’ 등을 거친 끝에 ‘응사’에 이름을 올리며 2013년 최고 기대주로 떠올랐다.
유연석은 ‘응사’ 속 칠봉이로 분해 여심을 흔들었다.
‘응사’ 속 칠봉이로 분한 유연석은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한순간에 터트리며 자신의 철철 넘치는 매력을 쏟아냈다. 소년과 같은 얼굴과는 상반된 근육질 몸매와 마음을 빼앗긴 나정(고아라)를 향한 순애보는 방송 내내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방송 내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누가 나정이의 남편이냐’는 문제를 놓고 ‘칠봉이파’와 ‘쓰레기파’가 격전을 펼쳤을 정도. 그만큼 유연석의 연기는 놀랍도록 차분했고 세심한 구석이 있었다. 경상도 남자가 연기하는 ‘서울 토박이’ 칠봉이는 작은 작품부터 큰 작품까지 악역과 주·조연을 오가며 성실하게 연기력을 다져온 유연석이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하지만 방송·영화계에서 유연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그가 이미 지난 2007년 군 복무를 마친 군필 배우라는 점.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데뷔 이후 스무 살 무렵 군대로 직행한 그의 판단은 옳았다. 젊은 남자 배우 기근에 시달리던 방송·영화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연기력에 군대까지 다녀온 유연석의 존재가 가뭄 끝에 내린 봄비와도 같았을 것이다.
이런 유연석의 진가는 영화계에서 먼저 알아봤다. ‘응사’ 이후 유연석은 무려 3편의 영화에 출연을 확정 지으며, 다시 한 번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섣불리 ‘응사’로 얻은 인기에 편승해 예능프로그램이나 미니시리즈에 출연하지 않았던 선구안도 눈에 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를 선택한 영리함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편수만 늘리겠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 도전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영화 ‘은밀한 유혹’에 출연을 확정 지은 유연석(왼쪽), 임수정
가장 먼저 관객을 찾을 작품은 배우 임수정과 호흡을 맞출 새 영화 ‘은밀한 유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밀한 유혹’은 숀 코너리가 주연을 맡은 1960년대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임수정은 사랑하는 남자의 요청을 받고 나이 많은 재벌 남성과 결혼한 후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불행한 여자를, 유연석은 사랑하는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보내야만 하는 처절한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맡게 된다. 칠봉이로 구축한 ‘순정남’ 이미지를 고수하지 않고 이미지 변신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나머지 두 작품도 만만치 않다. 이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상의원’(가제)에서는 한석규, 고수, 박신혜, 마동석 등 배우와 사극에서 조우할 예정이며, 조규장 감독의 ‘그날의 분위기’에서는 ‘충무로 블루칩’ 문채원과 호흡을 맞춰 ‘은밀한 유혹’과는 또 다른 로맨스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천천히 배우로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던 유연석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기회를 맞이한 그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을지. 우리에게 남은 일은 그의 도전을 지켜보는 일뿐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킹콩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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