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고 추억은 슬퍼 블루스에 나는 운다,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희민한 옛 추억이 풀린다

김국찬과 귀재들 ‘다방의 푸른 꿈’ 中

김지훈, 안재진 ‘Locution’
피아니스트 김지훈과 기타리스트 안재진이 듀오로 녹음한 이 앨범은 ‘어 트리뷰트 투 짐 홀(A Tribute To Jim Hall)’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작년 타계한 영원한 재즈 기타의 스승 짐 홀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다. 짐 홀은 재즈 기타의 정수를 총망라해 학구적인 접근을 취한 재즈기타의 교과서와 같은 존재로 100여년이 넘는 재즈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로큐션(Locution)’은 짐 홀이 세상을 떠난 지 불과 넉 달 만에 세상에 나왔으니 국내뿐 아니라 미국을 통틀어서도 가장 이른 추모 앨범이 아닌가 한다. 네덜란드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김지훈은 최근 가장 촉망받는 재즈 연주자로 작년 앨범 ‘프리미넌트(Preeminent)’는 그해 최고의 국내 재즈 앨범 중 하나로 호평 받았다. 안재진 역시 네덜란드에서 수학했다. 짐 홀은 생전에 듀오 작업을 즐겨 한 바 있다. 김지훈과 안재진은 고인이 듀오 작업에서 들려준 치밀한 화법에 경의를 표하고자 이 앨범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러한 의도처럼 둘은 짐 홀의 스타일을 재현한다기보다는 듀오로서 주고받는 인터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둘 다 20대의 젊은 연주자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만큼 유려하고, 차분한 대화를 선보이고 있다.

김국찬과 귀재들 ‘스윙잉 경성’
일제 강점기 조선을 대표하는 작곡가 김해송의 대표곡들을 재현한 앨범. 김해송은 1910년생으로 한국 특유의 가락을 미국의 재즈와 결합시킨 당대의 음악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가수 이난영의 남편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재즈는 일본의 엔카와 함께 우리 대중가요에 큰 영향을 미친 양대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김해송 등의 한국의 옛 가요를 재현한 앨범으로는 최은진의 ‘풍각쟁이 은진’이 있었는데 ‘스윙잉 경성’은 보다 재즈적인 연주가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이 앨범의 음악 감독을 맡은 김효진은 1930년대의 스윙 재즈를 충실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김국찬의 보컬을 비롯해 연주자들은 예스러운 느낌을 충분히 잘 살려서 들려주고 있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약 80년 전의 한국 가요가 얼마나 재즈와 가까웠는지 알 수 있으리라.
민채 ‘Shine On Me’
여성 싱어송라이터 민채의 정규 1집. 민채는 작년 EP ‘하트 오브 골드(Heart of Gold)’를 통해 알려졌다. 민채는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음색을 통해 어필하는 보컬이다. 재즈 뮤지션들과 작업을 하지만 재즈의 색이 강하지는 않으며, 재즈적인 세션이 아주 살짝 가미된 팝에 넘실대는 보컬을 실어서 들려주는 정도다. 일반 가요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채는 꽤 매혹적인 음색을 지니고 있다. 심심하게 노래하는 것 같지만 마치 사연 있는 여성과 같은 묘한 감정선으로 가지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지난 앨범에 실렸던 ‘외로움이 서툴러’ 등 다섯 곡과 ‘스윗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mine)’ ‘헬로 미스터 몽키(Hello Mr. Monkey)’ 등 잘 알려진 록, 팝 넘버들을 커버한 곡들을 함께 실었다.

폰부스 ‘Wonder’
폰부스의 3년의 공백을 깨고 정규 3집. 폰부스는 2005년 고등학교 동창이던 레이져, 이상민, 김태우, 박한 등으로 결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7년 데뷔 EP 발표 후에 태국 공연을 다녀오는 등 당시로써 눈에 뛰는 활동을 보였다. 이후 국내외 페스티벌 및 방송 무대에 서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폰부스는 매 정규, EP마다 출중한 완성도, 매력적인 멜로디를 선보이며 청자에게 신뢰감을 줬다. 멤버들의 군복무로 공백기를 가진 폰부스는 그동안 쌓인 80여 개의 곡 중 엄선한 12곡을 새 앨범에 담았다고 한다. 덕분에 새 앨범에는 딱히 버릴 곡이 없을 정도로 각각의 트랙이 뛰어나다. 타이틀곡 ‘재클린’ 펑키한 리듬이 돋보이는 곳, 두 번째 타이틀 곡 ‘바람이 분다’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지닌 브릿팝 스타일의 곡이다. 두 개의 타이틀 곡 외에도 다른 곡들도 출중하다. 공백기 동안 하고 싶었던 음악이 많았는지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펼쳐지고 있다.

우탄 ‘Zooreca’
래퍼 우탄의 데뷔 정규앨범. 우탄은 2011년부터 여러 장의 싱글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선보였고, 이후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 준결승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2010년 데뷔한 우탄은 딥플로우가 이끄는 비스메이저 크루에 소속된 후 다수의 싱글을 발매했다. 최근에는 딤플로우, 로우디가와 함께 자신들의 레이블 VMC를 설립하고 그 첫 앨범으로 자신의 야심찬 데뷔작을 내놓게 됐다. 이 앨범에서는 기존에 싱글로 내놓은 곡들을 포함해 12트랙이 담겼다. 래퍼로써 신인 축에 속하지만, 랩 스타일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형을 들려준다. 강단이 느껴지는 ‘마이 네임 이즈 네임(My Name is Name)’에서는 지드래곤의 랩 ‘머리 어깨 무릎 발 스웩’이라는 랩을 가져다 쓴 것이 재미있다. 이현도가 피쳐링한 ‘나비야’는 펑키한 매력이 돋보이는 곡. 이현도 외에 AOMG 소속의 싱어송라이터 그레이, 딥플로우, 차세대 보컬리스트로 주목받는 리코 등 선후배들이 함께 했다.
매드 클라운 ‘표독’
매드 클라운은 이제 꽤 유명한 래퍼가 됐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를 시작으로 씨스타와의 작업을 통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제 같은 소속사인 정기고와 마찬가지로 씨스타 멤버들과의 협연, 그리고 대중적인 어법을 시도한 것이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효했다. 다른 점이라면 정기고의 경우 이미 여러 장의 앨범을 내며 이미 음악 스타일을 확립했다면 매드 클라운의 경우 아직 언더그라운드에서 스타일은 살아있으나 아직 미완의 대기였다는 것. 그래서일까? ‘표독’에는 상당한 의욕이 느껴진다. 에미넴과 리아나의 협연을 연상케 하는 ‘견딜만해’를 제외하고 나머지 곡에서는 매드 클라운 특유의 스타일과 나름의 울분이 느껴진다. 첫 곡 ‘견딜만해’ 부터 순서대로 들으면 바로 다음 곡의 울분 섞인 랩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대중들의 시각을 유념해야 하는 타이틀곡과 매드 클라운이 하고자 하는 음악들의 간극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는 것이 매드 클라운이 앞으로 할 일일 것이다.

샘 옥 ‘Stages’
샘 옥은 미국 메릴랜드 출신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지에서 활동 중인 R&B 싱어송라이터다. 샘 옥은 작사, 작곡, 프로그래밍부터 악기 연주, 보컬과 랩까지 모두 소화해내는 멀티 아티스트다. 동양인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덕인지 현지 정서에 가까운 R&B를 들려준다. 음악을 들어보면 케이팝이나 한국에서 유행하는 R&B 풍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샘 옥은 비록 흑인들의 ‘딥’한 감성을 지닌 소울은 아니지만 최근의 팝 트렌드를 따르면서 편곡 등에 있어서 R&B의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2집인 ‘스테이지스(Stages)’에서는 한국계 래퍼들이 대거 함께 해 눈길을 끈다. 교포 랩 듀오인 리릭스 앤 매니페스트의 멤버 매니페스트, 샘 옥과 같은 소속사 AMP J 한, 한국계 입양아 MC 고우 등이 랩으로 참여했다.

파올로 누티니 ‘Caustic Love’
처음 파올로 누티니의 음악을 들었을 때 당연히 흑인일 거라 생각했다. 그것도 꽤 나이가 든 베테랑 R&B 뮤지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파올로 누티니가
1987년생의 백인으로 스코틀랜드 태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조스 스톤 등장 이후 오랜만에 충격을 받았다.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도저히 백인이라는 것을 맞출 수 없는 음악이었던 것. 10대 때부터 이름을 알린 파올로 누티니는 두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평단의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정규 3집 ‘코즈틱 러브(Caustic Love)’는 무려 5년 만의 신보다. 1~2집의 성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파올로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잠시 음악을 떠나 목공일을 했다고 하면서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신보를 들어보면 파올로의 선택이 옳았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파올로는 50~60년대 고전적인 소울부터 모던한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보다 진화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소울의 고전적인 미감을 살리면서 이렇게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은 자넬 모네 이후 오랜만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음악은 파올로 누티니를 더욱 독보적인 존재로 끌어올렸다. 이번 내한공연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카이저 치프스 ‘Education, Education, Education & War’
영국 리즈 출신의 5인조 록밴드 카이저 치프스의 정규 5집. 멤버들은 1997년에 의기투합해 2000년부터 카이저 치프스란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첫 싱글 ‘오 마이 갓(Oh My God)’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려나갔다. 데뷔앨범 ‘임플로이먼트(Employment)’부터 UK차트 2위에 오르고 미국에도 알려지는 등 단번에 인지도를 높였다. 카이저 치프스는 자신들이 처음 결성됐을 당시 유행했던 개러지 리바이벌 시대의 밴드들과 닮아있으면서도 사뭇 다른 스타일을 들려준다. 포스트펑크, 뉴웨이브의 느낌이 존재하지만 거기에 거친 로큰롤의 질감이 잘 살아있다. 3년 만의 신작이 이 앨범에서는 영국 발 로큰롤 특유의 강렬함과 댄서블한 리듬이 잘 살아있다. ‘커밍 홈(Coming Home)’ ‘로지즈(Roses)’를 제외하고는 전곡이 거칠게 달려가고 있다. 간만에 만나는 시원한 록.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Sex And Love’
라틴 팝의 거물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의 10집.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아들이라는 명함을 달고 팝계에 등장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난 세월 동안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는 라틴 팝의 최강자로 자리하며 5,50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다. 새 앨범은 라틴 팝에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적극적으로 결합된 클럽 댄스 풍의 곡으로 가득 차 있다. 앨범 제목인 ‘섹스 앤 러브(Sex And Love)’만큼 앨범재킷이 상당히 야하다. 음악은 어떨까? 핏불이 피처링한 ‘아임 어 프릭’은 전자음악이 강조돼 청량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야한 무드가 느껴지기보다는 여름 해변에서 어울릴만한 곡. 나머지 수록곡들도 대동소이한 느낌으로 경쾌하게 즐길 수 있다. 카일리 미노그와 함께 부른 ‘뷰티풀(Beautiful)’과 제니퍼 로페즈와 듀엣을 한 ‘피지컬(Physical)’을 비교해 듣는 것은 이 앨범 최고의 즐거움일 듯.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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