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의 유아인과 김희애가 빌리조엘을 함께 들었다
64분여의 드라마에서 5분 넘게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이 흘렀다.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밀회’ 12회에서 혜원(김희애)과 선재(유아인) 사이, 한 곡의 팝송이 스며들어왔다. 이 순간은 두 사람의 젊음이 하나로 포개어지는 순간이었다.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는 또 한 번, 음악으로 베드신을 완성했다.
혜원은 자신의 20대 기억나는 히트곡이 없었다며 쓸쓸하게 읊조리다, “미국에서 학교다닐 때, 서영우(김혜은)의 수행원 노릇을 하며 영우가 자주 가던 클럽 근처 카페에서 그 아이를 기다렸다. 그때 늘 가던 카페에서 들었던 노래가 바로 빌리 조엘이었다”라고 말한다.
혜원은 선재의 스마트폰으로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찾아 양 귀에 이어폰을 꽂아 듣는다. 흐릿한 젊은 날의 기억을 돌이키려는 순간이다. 평화로운 미소가 감돈다. 그러다 ‘토요일 아홉시야. 평범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지. 내 옆에 나이든 남자가 말하지. 이봐, 추억을 연주할 수 있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 모르지만. 그거 슬프고, 달콤하지’라는 가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혜원은 눈을 감고 추억에 더욱 깊이 잠긴다. 그런 그녀를 잠자코 바라보고 있던 선재가 가만히 왼쪽 귀에 걸린 이어폰을 가져와 자신의 오른쪽 귀에 꽂고 혜원 옆으로 다가간다. 마치 혜원의 젊은 시절을 엿듣는 듯 하다.
그 순간, 클로즈업된 혜원의 얼굴, 어딘지 슬프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더듬어보니 ‘피아노맨’의 그들처럼 젊음은 모두 사라졌고 남은 것은 현실에 대한 후회 뿐이다. 가사를 알아들을 리 없는 선재이지만, 무언가 절박하면서 무언가 애잔한 빌리조엘이 쓸쓸했던 혜원의 그 시절을 짐작하게 해준다. 혜원의 슬픈 표정은 어느새 선재에게로 옮겨간다. 선재는 어느 순간 화가 난 듯 보이기도 한다. 자신은 결코 지켜줄 수 없었던 그녀의 젊음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혜원의 젊었던 그 시절을 더듬던 순간에도 그들을 위협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아궁이 속에 고이 감춰둔 혜원의 신발을 누군가 핸드폰으로 찍어간다. 그런 외부의 위협이 시시각각 이들의 목을 죄어오는 가운데, 선재는 추억에 젖어든 혜원을 안쓰러운 미소를 띄며 바라본다. 노래가 모두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혜원, ‘내 젊음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렸구나’하는 마음에 두 눈을 깜박일 밖이다. 그런 혜원 곁을 지키는 선재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하다.
빌리 조엘 이후 두 사람이 나눈 첫 대화.
“산다는 게 다 그렇다잖니.”(혜원)
“아직 안 늦었어요. 저, 매 맞을 수 있어요. 지금이라도 다 털어놓고, 선택할 수 있잖아요.”(선재)
“네 재능은 썩히고?”(혜원)
“아닐 수도 있죠.”(선재)
“어떻게? 넌 뭘 그렇게 다 아는 듯이 말하니?”(혜원)
선재는 혜원의 얼굴을 감싸쥐고, 그녀의 입을 막아버린다. 말하지 않았지만, 선재는 말했다. “지켜줄 수 있어요.”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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