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 전인 지난 18일 SNS 상에서는 작은 설전이 벌어졌다. 세월함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모든 음악프로그램이 정지한 가운데 과연 음악이 우리의 슬픔을 덜어줄 수는 없느냐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음악은 분명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른 감이 있다. 왜냐면 현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사투가 진행 중이기 때문” “위안의 대안이 음악이 되기엔 아직 조금은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지금은 마음의 위안보다는 현실적인 사고의 처리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겪고 있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슬픔의 시간을 어서 빨리 이겨낼 그날을 기다리며…”라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음악이 위안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음악이 단지 향락이 아닌데, 힘든 이들을 위로하는 것도 음악인데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라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왔다. 한 뮤지션은 “명분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겠다. 유럽 문화권에선 음악인이 의사 못지않은 치유사로서 권위를 인정받지만, 우린 아직 고유의 창작물을 ‘치유’라는 순수함으로 인식하기엔 무리는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공연 기획자는 “사람들을 공연으로 치유할 정도의 내공을 가진 뮤지션의 부재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나조차도 이 순간 공연을 보면서 힘을 얻고 싶은 뮤지션이 떠오르지 않으니…그동안 공연 자체도 너무 버라이어티한 쇼에 집중돼 있었다. 씁쓸하다. 음악이 힘이 될 수 있는게 맞는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9·11 테러 때 쉬지 않고 이어지던 미국방송의 추모공연이 떠오른다. 세월호 구조작업이 끝날 때까지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쉬지 않고 이어지는 추모음악공연을 하면 어떨까”라고 조심스레 제안하기도 했다.

게리 무어

9·11 테러 당시 미국에서는 사라 맥라클란의 ‘엔젤(Angel)’이 추모 곡으로 울려 퍼졌다. 영국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당시 엘튼 존의 ‘캔들 인 더 윈드(Candle in The Wind)’가 추모 곡으로 충격을 받은 영국 국민들을 달래줬다.

한국의 참사에 외국 아티스트가 함께 울어준 적도 있다. 1983년에 ‘KAL기 격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먼 땅 아일랜드에서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는 이를 규탄하는 노래 ‘머더 인 더 스카이스(Murder in The Skies)’를 만들어 앨범에 실었다. 당시 소련전투기의 요격으로 대한항공에 타고 있던 269명(한국인 81면)의 승객,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고, 한국은 약소국에 불과해 국제적인 발언권이 미비하던 때다. 게리 무어는 2010년 5월 내한공연 때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스틸 갓 더 블루스(Still Got The Blues)’를 연주해주기도 했다. 음악이 상처와 울분을 보듬어줄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이제는 세월함 발생 후 약 2주가 지나면서 멈췄던 음악이 다시 흘러야 한다는 의견들이 조심스레 모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도 진심으로 함께 울어줄 추모의 음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추모 분위기 속에서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것은 필시 사람들이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반증이다. 김창완 밴드, 김형석, 윤일상 등은 참사 발생 후 추모 곡을 새로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1인 시위 중인 정민아

가야금을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 정민아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고자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녀가 홀로 가야금 연주를 하는 가운데 옆에 세워진 피켓에는 “나약한 우리는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 병든 마음들은 어떤 노래를 부르라 할까…”라고 시작하는, 현 상황을 개탄하는 장문의 글이 적혀 있다. 한 네티즌은 이 사진을 올리고 “여객선 참사 실종자 가족들에게 정민아의 노래 ‘울지 말아요’를 들려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피켓의 글이 노래로 다시 태어나 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려도 좋을 거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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