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발표된 악동뮤지션의 노래가 일주일 넘게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악동뮤지션의 강세를 예상했다. 악동뮤지션의 음원발표 날짜를 일부러 피한 뮤지션이 있을 정도다. 버스커버스커의 경우 그 누구도 음원차트 장악을 예언하지 못했지만, 악동뮤지션은 달랐다. SBS 오디션프로그램 ‘K팝스타’ 우승 외에도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는 후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음원차트 장기집권은 단순히 후광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YG의 후광을 넘어선 악동뮤지션 본인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스며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악동뮤지션의 신보가 이토록 사랑받는 원인이 뭘까? 바로 ‘K팝스타’에서 시청자를 매료시켰던 특유의 매력이 잘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악동뮤지션이 YG엔터테인먼트로 간다고 했을 때 사실 좀 의아했다. YG는 힙합 계열의 레이블로 악동뮤지션의 음악과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SM, YG, JYP 3사는 분명히 독자적인 음악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 연예기획사이기 이전에 엄연히 음악레이블이다. 주류 기획사일수록 소속 뮤지션은 레이블의 색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더구나 악동뮤지션은 아직 10대인 어린 남매가 아닌가?

악동뮤지션은 기본적으로 어쿠스틱 팝에 기반을 둔 듀오이기에 이들이 YG라는 회사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낼지 궁금했다. 혹시나 YG의 색이 악동뮤지션 본연의 매력을 흐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헌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음반 ‘플레이(PLAY)’를 들어보면 YG가 이찬혁이 만든 자작곡들의 개성을 잘 살려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록곡들은 악동뮤지션이 통기타 한 대로 만들었을 법한 노래에 최소한의 세션을 첨가해 담백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앨범에 실린 ‘지하철에서’ ‘길이나’ ‘갤럭시’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악동뮤지션 특유의 톡톡 튀는 멜로디와 가사 센스가 잘 드러난다. 특히 ‘200%’의 ‘네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경쟁자, Yes I’m a soldier for you, Sweet 멘트 장전, 발사하기 전에 제군들 입 풀었나(yes 완전), 간장콩장콩장장 equals 간 콩장장(Yeah I’m ready)‘라는 랩은 순수한 악동뮤지션이기에 쓸 수 있는 가사일 것이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본인이 “시골에서 고구마를 키우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던 악동뮤지션의 시선을 헤치지 않았다.

악동뮤지션은 투개월과 버스커버스커의 장점을 고루 지닌 팀이라 할 수 있다. 통기타를 기본으로 두고 투개월처럼 어반(urban)한 느낌부터 버스커버스커처럼 풋풋한 감성을 동시에 표현이 가능하다. 즉, ‘200%’처럼 달콤한 R&B 풍의 리드미컬한 곡부터 ‘지하철에서’처럼 차분한 포크풍의 곡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우연히도 ‘200%’는 주류 가요계에서, ‘지하철에서’는 인디 계열에서 대세를 이루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악동뮤지션이 다양한 층위의 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유연함 덕분이다.

악동뮤지션의 ‘플레이’를 통해 YG는 이처럼 ‘인디’스러운(옳은 표현은 아니다) 음반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악동뮤지션은 YG와 음악적으로 마냥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유사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찬혁의 랩과 이수현의 소울(soul)풍의 보컬,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 ‘가장 아이돌스러운 곡’이라고 한 ‘크레셴도’의 악곡 풍(이 노래는 빅뱅이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거다)이 그렇다. 아마도 이러한 닮은 요소가 YG와 어우러지는데 윤활유가 됐을 것이다.



앨범에서 YG의 스타일이 특히 도드라지는 곡들로는 ‘가르마’ ‘안녕’을 들 수 있다. 여기서 YG는 흑인음악(소울, 힙합)이라는 본인들의 노하우로 악동뮤지션의 음악을 잘 ‘거들고’ 있다. 작곡 의도를 침범하지 않되,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악동뮤지션은 본인들의 이름을 건 음반을 낼 수 있었고, YG는 싱어송라이터의 작업에 자신들의 스타일을 가미하는 노하우를 얻었다. 이것은 YG의 또 다른 방식일까? 뮤지션 본연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 말이다. 이는 여타 대형 아이돌 기획사에서는 아직 시도하지 않은 작업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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