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과 안정환(왼쪽)이 등반 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대는 역시 국대, 한라산 난코스를 산다람쥐처럼 넘은 송종국과 안정환

2002년 대한민국 축구는 모두가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4강진출’의 신화를 써내려갔다. 그 당시 한반도의 붉은 물결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믿기 힘든 광경이다. 그 해 우리는 모두 뜨거웠고, 열정적이었다. 우리가 꾸는 모든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들떴다. 그 시절 기억의 힘은 강렬하다. 여전히 우리는 월드컵 시즌이 돌아오면 희망에 부풀어 오르게 되니 말이다.

다시 다가온 2014 브라질 월드컵, 올해는 더욱 특별한 광경이 예고됐다. 2002 태극전사들이 또 다시 한 팀으로 뭉쳤다. 송종국과 안정환이 MBC 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진의 해설위원으로 호흡하게 된 것이다. 딱딱한 국가대표 선수 시절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부담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형-동생 사이가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과 함께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했다.

14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제주로 향했다. 송종국과 안정환은 캐스터 김성주를 비롯해, 김정근, 김나진, 허일후 아나운서과 서형욱 해설위원과 함께 제주도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 이번 등반은 안정환의 아이디어였다. 한라산 코스 중에서도 유독 험한 성판악 코스를 택했다. 오전 9시40분께 산을 오르기 시작해 5시를 넘어 하산했다. 7시간이 넘게 걸린 난코스였다.

송종국이 한라산 정상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상에 가장 먼저 오른 이는 송종국이었다. 국가대표 다운 날랜 발걸음으로 험한 산을 쉽게 뛰어 넘어갔다. 가장 나중에 온 것은 김성주였다. 김성주는 “움직이는 것을 워낙 싫어해 등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정상에 함께 올랐다. 등반 이후 김성주는 “전시성 이벤트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다른 회사였다면 결코 하기 힘든 등반이었다. MBC 중계팀만이 갖고 있는 기동력과 케미스트리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실제 중계를 할 때도 여러 돌발 상황이 생기는데 그럴 때 우리 팀은 임기응변이 빠른 것 같다”라고 말하며 팀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의 화이팅이 팀워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다. 김정근 아나운서는 “송종국 위원은 선수시절부터 등산은 무조건 1등이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1등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 국대는 국대더라”라며 감탄했다. 그는 송종국 바로 뒤에서 등산을 했는데, 그의 날랜 발걸음을 쫓느라 고생을 꽤나 했다고 했다.

송종국은 “은퇴를 하고나서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등산을 하면서 다시 선수가 된 것과 같은 열정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선수시절 못지 않은 뜨거운 열정으로 월드컵 해설위원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실제 수년 전부터 이동시간을 아껴 라디오 모니터를 하는 등, 해설위원으로서 자신을 만들어나갔다. 유연한 그의 해설은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는 방송이 김성주 마저 감탄하는 노련한 방송인이 다 되었다.

안정환이 한라산 정상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안정환은 그만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 함께 ‘아빠!어디가?’에 출연하는 김성주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기도 하고,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선뜻 말붙이기 힘든 스타일인데 한꺼풀 벗겨지고나니 유머러스 한 또 다른 면이 있더라”라고 귀띔했다. 송종국 역시 “실제 이야기해보면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 정환 형”이라고 말한다.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도 유독 과묵했던 안정환이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재치가 넘친다. 그에게 “정상에 몇 등으로 올라갔나”라고 묻자, “나는 산과 경쟁하지 않았다. 그저 즐길 뿐”이라고 말한다. 바로 코 앞에 안정환을 목격하고 ‘국대 한 번 이겨보자’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쫓아 올라간 기자가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그는 벌써 한참 멀어졌다. 즐긴다고 하면서 산다람쥐처럼 날아다녔다. 국대는 국대였다.

해설위원으로서 안정환은 송종국에 비해 아직은 초보지만, 김성주나 송종국의 증언에 따르면 기존 해설위원이나 캐스터가 보지 못하는 디테일한 부분을 캐치해내는 능력이 있다. 또 다른 차원의 해설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정상인 백록담을 바라보며 ‘화이팅’을 외쳤다. 그 순간, 백록담에 함께 있던 제주 시민들 및 관광객들의 표정도 부풀어 올랐다. ‘지아 아빠’, ‘리환 아빠’로 대중과 가까워진 이들을 마주하면서 2002년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붉은 물결 속 태극전사들을 실제로 만나게 된 흥분이 묘하게 뒤섞인 듯한 표정이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과의 제주 등반 일정에서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2002년 태극전사들이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설위원의 직함을 단 두 태극전사가 자신의 인생 2막에 새로운 열정을 써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과거 증명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신화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느꼈다.

제주=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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