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온 ‘아트 스타 코리아’(위쪽), JTBC ‘밀회’ 스틸

근엄한 표정을 한 심사위원이 퍼포먼스를 앞둔 아티스트 앞에 선다. 이를 바라보는 이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아티스트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아티스트가 “저는 경험을 통해 지난 시간 상당부분 동의할 수 없었음을 고백하며 정중히 탈락을 요청드립니다”라고 말하자, 한 심사위원 “내가 예술의 주인공이 되다니”라며 허허 웃음을 터트린다. 철옹성과도 같았던 예술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지난달 30일 첫 전파를 탄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아트 스타 코리아(ART STAR KOREA)’(이하 ‘아스코’)는 첫 방송부터 사상 초유의 ‘경연 프로그램 참가자의 탈락 제안’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아스코’가 전하는 방송의 메시지는 화제성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간 난해하다고만 여겨졌던 ‘현대 예술’ 앞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는 점에 있다.

이미 탈락한 이국현, 송지은을 제외한 구혜영, 김동형, 료니, 림수미, 서우탁, 신제현, 유병서, 윤세화, 이베르, 이현준, 차지량, 최혜경, 홍성용 등 총 13명의 아티스트들은 창작지원금 1억 원과 개인전 개최, 해외 연수 및 국내 아틀리에 입주 등 다양한 혜택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경쟁이 주는 긴박감, 자신의 자존심이 달린 퍼포먼스가 평가 받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참가자들의 표정을 어둡게 한다. 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은 흥미로움에 가득 찬다.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흥미로움으로 치환했다는 점에서 ‘아스코’는 그렇게 예술을 대중과 한 발짝 가깝게 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토리온 ‘아트 스타 코리아’ 방송 화면 캡처

방송 2회분을 통해 다뤄진 미션 주제들도 그런 의도와 맞닿아있다. 1회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와 2회 ‘본인이 예술을 하는 이유를 작품으로 표현하라’는 미션은 아티스트들의 고민해야할 화두이기도 하지만, 대중이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스코’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참가자들이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가까이서 보여줌으로써 ‘현대 예술’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기인하는 고정관념을 깨나가고 있다.

MC 정려원을 비롯해 2회에서 스페셜 심사위원으로 등장한 배우 임수정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한다. 동경의 대상이 되는 스타들이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고 대중의 시선에서 퍼포먼스를 즐기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즐거움이 있고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예술가들만 나와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보다도 거부 반응이 덜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예술의 벽 허물기’는 드라마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가 그 예다.

JTBC ‘밀회’ 스틸. ‘밀회’는 박종훈, 신지호, 진보라, 양민영, 등 스타 연주자가 실제로 출연한 작품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클래식’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밀회’는 매회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물론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는 이야기 중 하나가 완벽한 커리어우먼 오혜원(김희애)과 천재적 재능을 가진 스무 살 청년 이선재(유아인)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완벽히 ‘클래식’만을 위한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밀회’는 이미 방송 7회 만으로도 ‘클래식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나가고 있다.

‘밀회’가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아스코’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아스코’가 ‘나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치부됐던 ‘현대 미술’의 작업 과정과 참가자들의 면면에 집중하며 좀 더 직접적인 방식을 취한다면, ‘밀회’는 그 접근 방식 또한 작품의 분위기만큼이나 은밀하다. ‘밀회’는 선재와 다미(경수진)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을 예술계 상위 0.1% 집단으로 설정해 시청자의 질투와 높은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내밀한 욕구를 자극한다.

JTBC ‘밀회’ 스틸

결과는 나쁘지 않다. ‘밀회’가 예술계의 부당함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매 방송이 끝난 뒤 주연 배우들이 연주한 클래식 곡의 제목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이는 실제 연주자 출신의 배우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충분히 방송을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밀회’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마음의 장벽이 사라진 뒤 클래식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경험을 통해서 방송의 막대한 파급력을 지켜봐왔다.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와 오디션 프로그램이 ‘예술’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놓고 대중과의 접점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웅크렸던 날개를 펴고 집밖으로 나온 예술인들의 활약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스토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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