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의 인기 요인을 한두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의 인기는 여러모로 생각할 만한 지점을 던져준다.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이 작품은 극중 충혜왕을 왕유라는 가상의 인물로 수정하는 등 내홍을 겪으며 출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연 후에는 시청률 면에서 순풍에 돛단 듯 순항중이다. 화제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시청률만 높고 별다른 화제가 되지 못하는 작품도 존재하는 반면 ‘기황후’는 매 회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기황후’가 ‘반전의 드라마’가 된 이유는 뭘까.
MBC 드라마 ‘기황후’는 방영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 기승냥(하지원)은 고려 공녀에서 훗날 원나라(몽골) 황후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창작자로서는 다뤄보고 싶은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역사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기황후는 조국 고려에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인이다. 반면 드라마는 그녀를 영웅으로 그린다. 급기야 17일 방송된 38회에서 기승냥은 황후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이유로 “고려인을 위해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애초에 이런 드라마일 것으로 예고된 터라, ‘기황후’는 첫 방송 전부터 대중의 거센 반감에 직격탄을 맞았다. 기황후 뿐 아니라 주진모가 연기하는 왕유 역시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왕유는 당초 고려의 28대 왕 충혜로 설정이 되어 있었는데, 그 역시 역사 속에서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뜨거워지자, 충혜는 가상의 인물인 왕유로 다급히 변경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10월 열린 ‘기황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PD와 작가를 비롯한 배우들은 역사왜곡과 관련된 해명을 쏟아내기에 분주했다.
하지만 ‘기황후’는 줄곧 높은 시청률 속에 5개월 째 순항 중이다. 시청률 10% 중반을 기록하는 것도 힘들어진 요즘, 30%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위세를 증명한다. 모든 논란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기황후’, 순항의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 기황후가 논란을 빗겨간 이유1, 화려한 영상과 스피디한 전개
‘기황후’의 인기 요인으로 화려한 영상과 빠른 전개를 꼽을 수 있다. 첫 회는 주인공 기승냥과 고려왕 왕유(주진모) 그리고 원나라 왕 타환(지창욱)의 애절한 삼각 멜로를 한 눈에 보여주는 신으로 시작을 알렸으며, 여느 사극과 다르게 아역 분량을 대폭 축소시키고 굵직한 사건들의 빠른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반에 접어들면 전개의 속도가 떨어질 법도 한데, 여전히 ‘기황후’는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들로 분주하며 그렇다고 전개가 허술하지도 않다. 여기에 억대 제작비를 들여 만든 화려한 원나라 궁중에 대한 묘사와 완성도 높은 액션신이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를 잦아들게 만들었다.
# 기황후가 논란을 빗겨간 이유2, 캐릭터의 매력
주요 인물인 기승냥, 타환, 왕유를 비롯, 악역인 타나실리(백진희)와 연철(전국환) 등 주요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 점도 이 드라마의 절대적 성공 요인이다.
캔디형 여전사로는 역시 하지원이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타환 역의 지창욱은 초반 깨방정 스러운 캐릭터에서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만의 매력을 살려 그려내는데 성공, 하지원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첫 악역에 도전한 배우 백진희는 어딘지 어설픈 악녀의 매력으로 기승냥과 대적하는 사건을 보는 재미를 가중시켰다. 연철 역의 전국환이 새삼 주목을 받게 된 점 역시 드라마 속 캐릭터가 가진 매력 덕분이다.
# 기황후가 논란을 빗겨간 이유3, 전형적일지라도 흡입력 있는 스토리
‘기황후’가 비록 여성 사극의 전형적 형태, 위기극복 드라마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 단계가 탄탄하게 그려졌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실제 역사에서는 기황후가 악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 드라마 속 주인공 승냥이 정의로운 인물이며 고려를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과정에 탄탄한 근거가 제시되고 있으니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또 비록 전형적 스토리일지라도 영웅이 역경을 딛고 승리하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이 선호해온 스토리인데, 그 과정이 쫄깃하며 탄탄하기에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기승냥 캐릭터가 초반 남장무사에서 중반 타환의 후궁이 되면서 궁궐의 지략가로 거듭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있다. 왕유와 타환 사이를 오가는 애절한 멜로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드라마의 매력이 된다.
그렇게 ‘기황후’는 초반의 우려를 씻고 안정적으로 안방극장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역시 ‘역사왜곡’이라는 오점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런 논란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들였다는 점이 드라마 자체의 탄탄함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절반의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달려온 ‘기황후’는 과연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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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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