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기황후’③ 잘나가는 팩션 사극 속 결정적 옥에 티는?

한 드라마의 인기 요인을 한두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의 인기는 여러모로 생각할 만한 지점을 던져준다.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이 작품은 극중 충혜왕을 왕유라는 가상의 인물로 수정하는 등 내홍을 겪으며 출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연 후에는 시청률 면에서 순풍에 돛단 듯 순항중이다. 화제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시청률만 높고 별다른 화제가 되지 못하는 작품도 존재하는 반면 ‘기황후’는 매 회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기황후’가 ‘반전의 드라마’가 된 이유는 뭘까.

물론 이 질문에 답은 여러 가지다. 화려한 볼거리와 빠른 전개, 살아 숨 쉬는 듯한 매력적인 악역부터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 주인공까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는 ‘기황후’도 ‘옥에 티’ 논란은 피해갈 수 없었다. ‘팩션 사극’이라는 미명(美名)으로 덮어두기에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던 몇 가지 장면을 꼽아봤다.

# 옥에 티1: 고증은 필수, 변발은 기본 아닙니까.

아쉽게도 ‘기황후’ 속에는 변발(중국 북방 민족의 남자들이 앞부분만 깎고 뒷부분은 땋아 늘인 머리 모양)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스타일리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MBC '기황후' 방송 화면 캡처

MBC ‘기황후’ 방송 화면 캡처

‘기황후’가 고려 말기와 대원제국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역사적인 고증을 따르자면 타환(지창욱)과 원나라 남성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원나라 특유의 복식인 변발을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황후’에는 변발이 없다. 그간 관행처럼 유지되어온 사극 속 ‘변발의 실종’은 방송 전에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과 맞물려 ‘기황후’가 역사에 충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특히 이에 대해 ‘기황후’의 일부 출연자는 제작발표회 당시 “드라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인물들 간의 감정이나 관계 등에 집중해서 봐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팩션 사극의 외연이 한 번 더 확장되는 순간이다.

# 옥에 티2: 고조선에서 온 갑옷, 알록달록한 복식

머리 모양과 함께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바로 등장인물의 복식이다. 드라마 제작 여건상 어려움도 있겠지만, 하나같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는 보조 출연자들의 모습은 깐깐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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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요 출연자들의 갑옷은 앞서 지난 2006년 방송된 ‘주몽’ 속 의상과 일치해 ‘지나친 돌려입기’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주몽’의 배경이 고조선 멸망 시기부터 고구려 건국 시기까지의 이야기인 것을 감안하면 1,000년 이상의 시간을 건너온 갑옷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KBS1 ‘정도전’이 정통 사극을 표방하며 막대한 비용을 고증에 투자한 것과 대조적인 측면이 아닐 수 없다.

# 옥에 티3: 타나실리 명줄도, 타환의 즉위도 시청률 마음대로

최근 방송분에서는 타나실 리가 미래의 기황후 기승냥(하지원)원과 그녀가 임신한 아유시리다라를 없애기 위해 견고술을 이용해 저주를 내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역사에는 아유시리다라가 1388년에 태어났고, 타나실리는 그 3년 전인 1335년에 죽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즉 타나실리(백진희)는 아유시리다라의 탄생 전 이미 명을 달리한 사람인 것이다. 타나실리는 형제들이 일으킨 모반 사건에 연루돼 사약을 먹고 죽었다.

MBC '기황후' 방송 화면 캡처

MBC ‘기황후’ 방송 화면 캡처

‘기황후’의 ‘팩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일 방송된 ‘기황후’에는 저주를 받고 망령에 시달리며 몰락해가는 연철(전국환)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연철의 죽음은 타나실리의 실제 죽음보다 더 이전이다. 사실 실제 역사에서 타환은 연철이 죽어서야 황위에 오를 수 있었다.

앞서 ‘기황후’는 “기황후를 미화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급히 ‘사극’에서 ‘팩션 사극’으로 장르를 선회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황후’는 뜨겁다. 본래 ‘팩션’이라는 장르 자체가 100% 허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것”이기 때문.

물론 역사 기록에는 공백이 있으니 그 빈자리를 ‘작가의 상상력’을 입히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미 ‘사실’로 기록된 부분까지 조작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재밌으면 장땡’이라고 말하기에는 ‘역사’라는 소재의 무게감이 그리 가볍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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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MBC ‘기황후’ 방송 화면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