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2NE1, 이상은, 브라운아이드소울
한때는 내가 너 없인 숨 쉬기도 힘든 줄 알았어, 그때는 니가 나를 존재하게 만든 신 인 줄 알았어, 조금 아쉽지만 민망한 이야기소녀시대 ‘Mr.Mr.’
소녀시대 ‘Goodbye’ 中
이제 사람들은 소녀시대에게서 ‘첨단의 것’을 원한다. SM엔터테인먼트와 소녀시대로써도 이에 대한 강박이 있지 않을까? 신보에서는 그런 강박을 조금 털어버린 듯하다. 타이틀곡 ‘미스터미스터’는 ‘아이 갓 어 보이’처럼 파격적인 구성을 가지지 않는다. 이 곡의 최대 강점은 멜로디다. 최근의 소녀시대 타이틀곡들은 SM의 기조에 따라 무대를 유념하고 꾸려지다보니 귀에 꽂히는 키 멜로디보다는 드라마틱한 구성에 방점을 뒀지만 ‘미스터미스터’는 노래를 쉽게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가 강하다. 나머지 곡들 역시 수려한 멜로디, 사운드를 지닌 출중한 팝 넘버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SM의 기조에 어울리는 곡들이랄까? 기존의 소녀시대 앨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세련된 사운드+접근하기 쉬운 멜로디+복고풍’의 어법을 따르고 있는데 1990년대 영미 팝을 듣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첨단의 스타일을 쫓기보다 친숙함을 택한 것은 어쩌면 8년차 걸그룹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파격이 없다고 해서 놀랍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굿바이’ ‘유로파’와 같은 곡들은 여전히 차별화된 사운드와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귀에 단숨에 쏙 들어올 정도로 듣기 좋은 팝 앨범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2NE1 ‘Crush’
데뷔 6년차에 내놓는 정규 2집. 음악적으로 보자면 힙합, R&B에 기반을 둔 투애니원(2NE1)의 음악적 색이 신보에서 더욱 확장된 모습을 보인다. 세계적인 무대 연출가 트레비스 페인은 “투애니원과 작업을 하면서 엔 보그가 연상됐다. 강렬한 음악 스타일부터 멤버들끼리 의리가 있는 것까지 닮았다. 멤버들이 독특한 재능을 가진 것은 TLC와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투애니원은 이들 걸그룹처럼 흑인음악의 트렌드를 발전시킨 음악을 들려줘왔다. 신보에서는 리더 씨엘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씨엘이 곡을 만들었다기보다 테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YG 프로덕션팀에 가담했다고 말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씨엘이 참여한 곡들은 투애니원, 그리고 같은 소속사 보이그룹인 빅뱅의 스타일에서 이어지고 있다.(‘멘붕’이 탑의 노래처럼 들리는 것이 재밌다) 씨엘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크러쉬(Crush)’는 기존의 ‘내가 제일 잘 나가’의 어법을 이어가는 곡. 타이틀곡 ‘컴백홈’은 투애니원이 간간히 선보였던 레게리듬에 훅이 있는 멜로디, 그리고 강렬한 트랩(trap)의 사운드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멤버들의 성장이 들리는 부분은 ‘살아봤으면 해’ ‘착한 여자’와 같은 발라드 곡, 그리고 ‘해피(Happy)’ ‘베이비 아이 미스 유(Baby I Miss You)’처럼 멜로디가 뚜렷한 곡들이다. 투애니원은 이제 감칠맛까지는 아니지만, 꽤 곡의 맛을 살리는 보컬을 들려준다.
이상은 ‘Lulu’
이상은은 이 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닮고 싶어 하는 선배 아티스트다. 이유가 뭘까? 외모부터 느껴지는 자신만의 일관되고 확실한 스타일,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음악 때문일 것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언젠가는’ 외에 ‘공무도하가’ ‘어기야 디어라’ ‘벽’과 같은 곡들은 후배들에게는 커다란 산과 같은 노래들이다. ‘루루’에서 이상은은 기존에 해온 작사, 작곡, 노래 작업에서 더 나아가 프로듀서로서 모든 작업을 총괄했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이상은은 홈레코딩을 통해 작곡부터 미디, 약간의 건반 연주에 이르기까지 거의 혼자서 작업을 했고, 후반작업에서 3호선버터플라이의 베이시스트이기도 한 사운드메이커 김남윤이 힘을 보탰다. 이상은 특유의 어루만져주는 듯한 멜로디는 여전하다. 전과 비교해보면 소리의 배치에 있어서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단지 선입견 때문일까? ‘1985’처럼 ‘뿅뿅’거리는 음악도 재밌고, ‘무지개’는 기계로 만든 애니멀 컬렉티브처럼 들린다. 이제 음악에 입히는 옷까지 직접 만들기 시작했으니 이상은에겐 새로운 출발이다. 그녀는 또 성장할 것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Thank Your Soul - Side A’
테이프로 나왔다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4집의 파트 A로 7곡이 담겼다. 앨범에는 LP가 통용되던 1960~70년대, 그리고 테이프가 일반적이던1990년대 스타일까지 순도 높은 흑인음악이 담겼다. 첫 곡 ‘BES Theme’부터 60~70년대 미국 소울의 전통적인 맛이 강하게 배어난다. 이어지는 ‘필리 러브 송(Philly Love Song)’에서도 역시 오르간과 브라스가 가미된 세션부터 화음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예스러운 R&B를 들려준다. 타이틀곡 ‘패스 미 바이’는 90년대 풍의 어반 소울, 그리고 ‘유 아 소 뷰티풀(You Are So Beautiful)’에서 나얼은 마치 마빈 게이처럼 노래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류 가수가 이런 ‘딥’한 소울음반을 낸다는 것은 정말 모험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아티스트가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고 그것이 높은 완성도로 이어지는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브아솔은 이런 음악으로 별다른 활동 없이 음원차트 1등을 찍는다. 브아솔이기에 가능한 일.
사스콰치 ‘Strange Season’
프로듀서 박파람을 중심으로 한 4인조 일랙트로 팝 밴드 사스콰치의 새 EP. 사스콰치는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매우 경쾌하고 때로는 귀여운 음악을 들려준다. 재작년에 나온 데뷔앨범 ‘유토피아(Utopia)’에서는 청량감 넘치는 신디사이저 소리가 중심이 된 경쾌한 음악을 들려준 바 있다. 외양은 일렉트로니카이지만 속은 감성적인 모던록의 질감이 강한 곡들도 있었다. 신보에서도 전자음악과 밴드의 사운드가 적절히 석여 있다. ‘퍼레이드’에서는 8비트 칩튠(고전게임 BGM을 흉내 낸 음악)을 시도하는데 이것이 사스콰치의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새 앨범에서 사스콰치는 이 칩튠을 군데군데 이용해 유머러스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다이어리’에서는 사스콰치의 수식어이기도 한 ‘90년대 가요 리바이벌’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 곡은 마치 ‘푸른하늘(유영석)’을 떠오르게 한다.
소찬휘 ‘Neo Rockabilly Season’
소찬휘가 로커빌리로 돌아왔다. 록 음악의 초기 형태인 로커빌리는 셔플, 힐리빌리와 같은 고전적인 리듬을 차용한 흥겨운 음악이다. 영미 권에서는 제프 벡, 이멜다 메이 등 여러 세대의 뮤지션들이 로커빌리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국내 인디 신에서는 락타이거스, 포브라더스, 테디보이스와 같은 팀들이 로커빌리를 해왔다. 소찬휘는 락타이거스(현 스트릿건스)의 베이시시트 로이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로 곡을 만들고 녹음했다. 자신에게 낯선 로커빌리라는 장르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었다. 수록곡들에는 로커빌리 특유의 흙냄새 풍기는 경쾌함이 가요의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찬휘의 허스키한 음색은 은근히 로커빌리와 잘 어울린다. 여기에 업라이트 베이스를 흥겹게 퉁기는 로이의 연주가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가 부르기도 한 ‘티어스’가 소찬휘를 알린 곡이긴 하지만, 그녀는 본래 록밴드 기타리스트 출신의 순도 100% 로커였다. 로커빌리라는 장르가 국내에 매우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발라드나 댄스음악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돌아온 소찬휘의 시도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바이브 ‘Ritardando’
바이브의 정규 6집. 바이브는 국내 음반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돼 단 한 장의 밀리언셀러도 나오니 않은 2002년에 가장 높은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팀이다. 즉, 예전 같으면 100만 장 가수인 것. 이번 앨범은 가창력도 가창력이지만, 음반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큰 욕심을 부린 것이 들린다. ‘해운대’의 경우 다비치 강민경의 ‘한소절’ 피처링이 큰 임팩트를 준다. 이런 식의 피처링은 이 곡이 처음인 듯하다. 이는 기존의 지리한 듀엣 식의 피처링 방식을 피하면서 리스너들에게 듣는 재미를 주는 것. 이외에도 바이브는 탱고, 아이리시 포크 등의 리듬에 자신들 특유의 동양적인 R&B를 가미해 들려주고 있다. 음반의 구성미를 살리려고 하는 노력이 들린다. 때문에 대중가요임에도 힘을 준 악곡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의 대중, 그리고 기존 바이브의 팬들은 이처럼 멋진 음악들보다 그냥 듣기 편한 음악을 좋아할 것이다. 그것은 슬픈 일이다.
퍼렐 윌리엄스 ‘Girl’
퍼렐 윌리엄스가 8년만에 발표하는 솔로 2집. 지금 퍼렐은 1인자의 길을 걷고 있다. 퍼렐처럼 프로듀서의 직함을 가진 이가 음악과 패션 등 팝 컬쳐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던 적이 또 있었나? 90년대의 1인자 베이비페이스와 같은 이들의 영향력은 어디까지나 음악 안에 있었다. 하지만 퍼렐은 다르다. ‘걸’이 나오기 전까지 세 개의 곡이 기대감을 최고조로 올렸다. 퍼렐이 피쳐링한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와 다프트 펑크의 ‘겟 럭키(Get Lucky)’, 그리고 퍼렐 자신의 곡 ‘해피(Happy)’가 그것이다. 신보에서 퍼렐은 모든 범위에서의 여자들에 관한 경의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많았다고. 자세히 말하자면 여자들의 눈, 입술, 몸매, 곡선들에 대한 감탄에서 이번 앨범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 대부분의 음악이 여기서 시작하지 않나? 퍼렐의 엉큼함은 물론 멋진 음악으로 귀결됐다. 기존에 퍼렐이 해온 트렌디하고 미니멀한 R&B들에 비해 고전적인 맛이 훨씬 더 배어나온다. 작 퍼렐의 첫 빌보드 넘버원 곡인 ‘해피’는 수십 번을 연속으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 저스틴 팀버레이크, 다프트 펑크, 마일리 사이러스, 앨리샤 키스 등 스타들이 게스트로 참여했는데, 그럼에도 앨범을 지배하는 것은 퍼렐의 ‘쿨’한 그루브.
그레고리 포터 ‘Liquid Spirit’
그레고리 포터는 오랫동안 공석이다시피 했던 미국 흑인 남성 재즈 보컬계의 스타 자리를 꿰찬 뮤지션이다. 작년에 나온 이 앨범으로 그래미어워드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을 거머쥐며 이제는 커트 엘링의 단독 비행을 저지할 수 있는 대항마로까지 떠올랐다. 그레고리 포터는 역대 재즈 보컬 계보에서 다소 특이한 경우라 볼 수 있다. 루이 암스트롱, 알 자로처럼 엄청난 스캣을 들려주는 스타일은 아니며, 냇 킹 콜, 루 라울즈와 같은 정통 크루너 보컬리스트도 아니다. 쳇 베이커와 같은 감미로운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며, 커트 엘링의 중후한 맛과도 또 다르다. 포터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담백하고 따스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흑인 보컬리스트이기에 가스펠, 소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편안한 노래를 들려준다. 굳이 비교하자면 빌 위더스와 같이 담백하고 깊이 있는 음색을 들려준다고 할까? 곰돌이 같이 성격 좋게 생긴 외모,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인간적이고 따듯한 목소리가 그레고리 포터의 최고 매력이다.
트리시아 에비 ‘Meet Me’
트리시아 애비는 중남미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작은 섬 과들루프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2007년 자비에르 리샤두(섹소폰)와 장 필립 보르디에(기타)로 이루어진 트리오를 통해 유럽 재즈계에 등장한 애비는 2010년 10월 첫 앨범 ‘비기닝(Beginning)’을 발매하며 존재를 알려나갔다. 트리시아 애비는 재즈를 기본으로 보사노바, 라틴, 프렌치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어법을 풀어놓는다. 재즈 쪽에는 이런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들이 꽤 있는데, 트리사아 애비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깊이와 유연함이다. 흑인이지만, 특별히 그녀의 음색에 블랙 필이 강조되거나 두터운 편은 아니다. 대신 그녀는 음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는 노련함, 그리고 절제를 아는 아티스트다. 이는 스탠더드 넘버인 ‘아이 폴 인 러브 투 이질리(I Fall in Love Too Easily)’, 자작곡인 ‘밋 미 온 더 브릿지(Meet Me On The Bridge)’는 에도 잘 나타난다. 넘치지 않는 것이 트리시아 애비의 매력.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브이홀엔터테인먼트, 산타뮤직
[나도 한마디!][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EVENT] 빅스, 오 나의 스윗 보이! 3월 구매고객 이벤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