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맥러플린은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봉우리다. 신, 전설, 레전드란 단어가 남용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살아있는 기타의 신을 꼽으라면 딱 둘이다. 제프 벡과 존 맥러플린. 이들은 전 세계의 거장들도 한번쯤 같이 협연해보고 싶어 하는 ‘기타리스트의 기타리스트’다.
존 맥러플린이 위대한 이유는 그의 삶이 곧 재즈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후반 고향 영국에서 재즈의 본고장 미국으로 건너가 토니 윌리엄스를 만나서 라이프타임을 결성한 것,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를 만난 것,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를 결성한 것,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 협연한 것, 인도음악에 관심을 갖고 리멤버 샥티를 만든 것, 이 모든 것이 재즈 역사에 굵직한 점으로 남아 있다. 존 맥러플린은 블루스, 록, 플라멩코, 인도음악 등을 체화해 그것을 재즈의 어법으로 해석하면서 그야말로 초인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그가 없었다면 재즈에 있어서 진정한 재즈 록·퓨전, 장르 간 크로스오버의 모양새는 지금과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존은 ‘퓨전’이란 단어를 싫어하지만 말이다. 모든 길은 재즈로 통하고, 재즈를 통해 불가능한 음악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존 맥러플린이 후대에 전해준 영감은 너무나 광대하다.
존 맥러플린은 자신의 밴드 포쓰디멘션과 함께 3월 20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올해로 72세이지만 그는 아직도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면 날카로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존은 재작년에 나온 포쓰디멘션의 앨범 ‘나우 히어 디스(Now Here This)’를 자신의 음악 인생 최고작이라 자평한 바 있다. 이번 내한공연은 그의 깊은 음악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 맥러플린에게 질문지를 보내고 며칠 지나지 않아 플라멩코기타의 거장 파코 데 루치아가 사망했다. 존은 이에 대한 비통함도 전했다.
Q. 이번엔 자신의 밴드 포쓰디멘션과 함께 한국에 온다.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 함께 한 트리오, 데니스 챔버스, 조이 디프란체스코와 함께 한 오르간트리오, 파이브 피스 밴드 내한 이후 네 번째 내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한국을 찾는 소감이 어떤가?
존 맥러플린: 포스 디멘션과 함께 한국에 다시 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포스 디멘션과 9년 정도 함께 활동해왔는데 정말로 환상적인 팀이다. 여러 밴드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포스 디멘션은 마하비쉬뉴 오케스트라에 가장 근접한 팀이다. 몇 년 전에는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 함께 기타 트리오로 한국 공연을 가진 적이 있는데 며칠 전 파코가 세상을 떠나 나 역시 매우 비통함에 빠져있다.
Q. 지난 파이브 피스 밴드 내한공연 열기가 대단했다. 당시 분위기가 기억이 나나?
존 맥러플린: 물론이다. 한국 공연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정말로 끝내주는 밴드였다. 칙 코리아는 내 오랜 친구이자 위대한 뮤지션이다. 게다가 케니 가렛,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라니. 세상에 이런 팀이 어디 있겠는가? 한국 공연을 할 때마다 항상 최고의 관객들을 만났던 것 같다. 이번에 게리 허즈번드, 에띤느 음바페, 란짓 바롯과 함께 하는 포스 디멘션 공연 역시 한국팬들이 무척 좋아하실 거라 확신한다.
포쓰디멘션
Q. 포쓰디멘션은 어떻게 결성을 하게 됐나?존 맥러플린: 8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의 메인 밴드로 결성된 지는 얼추 10년이 되어간다. 당시 퀄텟 구성의 밴드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라 리유니언(La Reunion)에서 두 번 공연을 해달라는 초대를 받았다. 어떤 밴드 구성이든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팀으로 공연을 하면 되기에 마침내 그동안 생각하던 일을 현실화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당시 클래식 음반 제작, 샥티 투어 등으로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시작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보다 몇 년 전에 발표된 ‘인더스트리얼 젠(Industrial Zen)’ 앨범을 들어보면 몇 곡에서 게리 허즈번드가 드럼과 키보드를 연주하는 걸 들을 수 있다. 지난여름 보스톤 공연을 녹음한 포스 디멘션의 새 앨범 ‘더 보스턴 레코드(The Boston Records)’이 곧 발매되는데 이 앨범 역시 아주 맘에 든다.
Q. 2009년에 결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포쓰디멘션은 재즈, 록, 인도 전통음악 등 존 맥러플린이 시도한 음악을 한데 모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포쓰디멘션이 추구하는 음악은?
존 맥러플린: 내 음악의 목표는 해방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말이 잘난 척하는 것같이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재즈는 즉흥적인 음악이고 그렇기 때문에 함께 연주할 때 완벽하게 본인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음악이다. 인도 음악 역시 즉흥연주의 리듬적인 면뿐만 아니라 이런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결국 음악이란 단지 음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음악 안으로 들어가 듣는 이들에게 경험이 될 수 있는 삶을 연주하는 것이다.
Q. 존 맥러플린 솔로활동부터 라이프타임,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작업들,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의 협연, 리멤버 샥티 등 당신이 한 프로젝트들은 재즈 역사계에 중요한 움직임으로 각인됐다. 이들 프로젝트들의 중요성의 경중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본인은 어떤 작업이 가장 즐거웠나? 이유는?
존 맥러플린: 이런 질문은 화가에게 어느 작품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답이 없다. 음악에 있어 모든 경험을 사랑한다. 물론 오래 전 녹음한 음반을 들어보면 나의 무지와 무능력과 치열하게 싸움하던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이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Q. 미국에 오기 전 영국에서 녹음한 1집 ‘익스트래펄레이션스(Extrapolations)’가 궁금하다. 이 앨범은 재즈와 록이 적절히 섞여 있다. 이 음반에서 보여주려 한 것은 무엇인가? 이 음반이 당신에게 갖는 의미라면?
존 맥러플린: 난 한번도 ‘퓨전’ 음악을 만들려고 해 본 적이 없다. 난 재즈 음악을 사랑하는 재즈 뮤지션이다. 로큰롤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1960년대 생계를 위해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을 연주했다. 그러나 재즈에서 리듬 앤 블루스를 빼면 더 이상의 재즈는 없다. 당시 마일즈 데이비스와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당시는 사회, 가치, 음악 모든 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시기였다. 그래서 내가 자라면서 접한 모든 요소들이 재즈를 통해 표출되기 시작되었다. ‘퓨전’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 것이 아니다. 매우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퓨전’이란 단어는 이런 새로운 음악을 광고하기 위해 음반사에서 만든 용어일 뿐이다.
Q. 재즈, 팝 역사를 통틀어 존 맥러플린처럼 다양한 장르 반경의 연주를 들려주는 기타리스트는 없다. 당신은 블루스, 재즈, 록은 기본이고 여기에 플라멩코, 인도음악 등 에스닉한 연주에도 통달했다. 어떻게 이렇게 잡식성의 취향을 실현할 수 있게 됐나?
존 맥러플린: 인도음악, 블루스, 플라멩코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고 11살 때 재즈를 발견했다. 이 모든 음악들과 사랑에 빠졌고 특별한 노력 없이 내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흡입되었다. 어디선가 ‘사랑이란 길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란 이런 속담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해왔던 방식이다.
Q. 존 맥러플린이 재즈 역사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재즈, 록, 인도음악, 라틴 등 다양한 장르를 ‘퓨전’해 제3의 음악을 만들어낸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재즈 록·퓨전이란?
존 맥러플린: 위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재즈 뮤지션이다. ‘퓨전’재즈 혹은 다른 종류의 재즈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스무드 재즈’ ‘펑키 재즈’란 용어를 알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런 음악들은 진부한 표현으로 가득 찼고 내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재즈를 표현하지 않는다. 마일즈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와 같은 거장들 재즈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그들의 음악이 내가 음악을 하는데 있어 기준이다.
Q. 당신도 이제 70세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최근 앨범을 들어보면 예전과 같은 강렬하고 날카로운 기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비결은 무엇인가?
존 맥러플린: 사랑이 필요하다
Q. 혹시 후배 중에 눈여겨보고 있는 재즈 기타리스트가 있다면?
존 맥러플린: 물론이다. 웨인 크랜츠, 지미 허링, 알렉스 매카첵 같은 젊고 유능한 기타리스트들이 있다.
Q. 수많은 거장들과 함께 해왔다. 잼세션을 나눈 연주자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자가 있다면, 누구인가?
존 맥러플린: 마일즈 데이비스
Q. 포쓰디멘션 외에 음악적인 향후 계획이 있다면?
존 맥러플린: 솔로 바이올린과 사운드 디자인을 위한 곡을 만들고 있다. 음악도 기존의 내 음악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 난 앉아서 음악을 만드는 타입이 아니다. 무언가가 내게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올해 샥티 음반을 만들 계획인데 1978년 레코딩 이후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한다. 올 가을에는 포스 디멘션과 유럽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의 수도 라말라에서의 자선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번 아시아 투어는 끝이 난다. 내년에 확정된 유일한 공연은 라말라에서의 또 다른 공연인데 유명한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하려고 준비 중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플러스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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