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강유현의 솔로 프로젝트 ‘유발이의 소풍’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 문득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우 줄리 앤드류스가 떠올랐다. 목소리나 창법에는 닮은 구석이 딱히 없지만, 정답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노래가 닮았더라. 봄날에 잔디밭에서 아이들에 둘러싸여 노래해주는 유발이의 소풍을 상상해봤다. 유발이의 소풍이 소속된 재즈밴드 흠(Heum)을 한 페스티벌에서 봤을 때에도 왠지 정다웠다. 진솔함이 재즈의 선율을 타고 전해지는 모습이 신선했다. 이야기를 머금은 연주랄까? 재즈 밴드가 재즈 페스티벌이 아닌 일반 축제 무대에서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신기하더라. 이후 흠의 앨범에 담긴 ‘그날에 만난 좋은 사람’이란 곡을 꽤 오랫동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 발매된 정규 3집 앨범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다)’에서 유발이의 소풍은 노래하다가 이야기를 건네고, 이야기하다가 다시 노래를 한다. 음반을 듣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다. 일상의 이모저모를 하나의 음반으로 담아냈다. “음반을 만들어놓고 보니 특별히 사랑노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는 게 힘들다는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도 아니었어요. 정말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죠. ‘삶’ 자체를 제목으로 지었어요.”
‘유발이’는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발이 못생겼다고 얻은 별명이다. ‘유현이 발’이 유발이가 됐다. “유발이가 별명이 된 다음부터 부모님, 선생님, 심지어 교장선생님도 절 유발이라고 부르셨어요. 나중에 성적표에 이름이 강유발이라고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
유발이의 소풍은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여느 아이들처럼 클래식을 배우다가 재즈로 관심이 옮겨간 뒤에는 빌 에반스 오스카 피터슨, 진 해리스, 배니 그린과 같은 피아니스트를 열심히 공부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유발이의 소풍의 음악에는 재즈의 어법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재즈 밴드 흠(최정흠, 이광혁, 강유현, 심영주)은 대학교 선배들과 함께 2008년에 결성했다. “흠을 하면서 오빠들한테 음악을 참 많이 배웠어요. 청춘을 같이 보낸 가족과 같은 팀이에요. 멤버들끼리 보통 친한게 아니에요. 팀 결성 후 6년 내내 생일파티를 오빠들과 같이 할 정도로요. 제 생일 때 1박2일로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한답니다.”
유발이의 소풍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미국 뉴욕으로 진지하게 재즈 피아노 유학을 고민하다가 한국을 떠나기 전 5번의 공연을 기획했다. 팀 이름이 필요해 ‘유발이의 소풍’으로 공연을 하게 됐다. 덩달아 노래까지 부르게 됐다. “그냥 웃겨 보려고 했는데 3집 가수가 돼버렸어요.(웃음) 나의 소풍이었기 때문에 유발이의 소풍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뮤지션들이 각자 잘하는 게 다르잖아요. 우울한 음악, 에너지를 막 내지르는 음악. 제 음악은 소풍, 딱 그만큼의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5번 공연으로 그치려던 유발이의 소풍으로 여러 대회에서 상까지 받으면서 솔로앨범을 내게 됐다. 유학 장학금이 결정된 상황이었지만 이를 뿌리치고 한국에 남아 솔로활동을 이어갔다. 재즈 피아니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진로를 틀게 된 것이다.
정규 3집 ‘세라비’에는 크라잉넛, 킹스턴 루디스카, 송우진(스윗 소로우), 메이트리, 이지형 등 절친한 동료들이 참여했다.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과는 ‘절친’으로 유명하다. 각기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이지만 이 앨범에서는 그야말로 유발이스러운 음악을 들려준다.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봤어요. 아카펠라도 해보고, 앰비언트와 같은 사운드도 내봤죠. 크라잉넛 오빠들과 록도 해보고, 킹스턴 루디스카 오빠들 덕분에 브라스도 넣게 됐어요. 제가 인복이 많답니다.”
송우진과 함께 부른 ‘세라비’를 들어보면 디즈니 만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디즈니스럽죠? 회전목마를 탈 때 나오는 음악 말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를 동경했어요. 자막도 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 아름다운 배경음악에 빠져들었죠. 제 잠재의식이 강하게 남은 것 같아요.”
디즈니를 동경한다고 하자 자연스레 ‘겨울왕국’ 주제가 ‘렛 잇 고(Let It Go)’ 이야기가 나왔다. 디즈니 마니아가 들은 ‘렛 잇 고’는 어떨까? “전 너무 좋던데요. 주위에 질린다는 분들도 많은데.(웃음) ‘겨울왕국’ OST를 다 들어봤는데 가사도 완벽하고 특히 스토리와 음악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요새 너무 많이 들리긴 하지만….”
유발이의 소풍에게 좋은 음악은 뭘까? “전 들을 때 좋은 것보다 안 들을 때 좋은 곡이 정말 좋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아서 계속 그리워지는 음악이요. 그게 제 기준이에요. 음악도 사람에 대한 것도요.”
어떤 음악이 그리워지는 음악일까? “키스 쟈렛과 찰리 헤이든의 듀오 앨범 ‘자스민(Jasmin)’이 저에겐 그런 음악인 것 같아요. 굉장히 정적인 앨범인데 계속 생각나요. 노래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삽입된 랜디 뉴먼의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You’ve Got a Friend in Me)요.”
유발이의 소풍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영화음악가인 랜디 뉴먼을 롤 모델로 꼽았다. 거장으로 꼽히는 뉴먼은 독창적이면서 유머러스한 음악으로 유명하다. 유발이의 소풍의 음악은 랜디 뉴먼과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랜디 뉴먼처럼만 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젊었을 때 싱어송라이터로 자기 음악을 하다가 요새는 영화음악을 하시잖아요. 그 안에서 자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데 그런 행보가 너무 좋아요. 혼자 피아노를 치며 자유분방하게 노래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은 정말 자기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요.”
4월에는 유발이의 소풍이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산타바바라’가 개봉한다. “뭐든지 의도를 하고 시작한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밴드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흠을 하게 됐고, 노래를 하려던 게 아닌데 유발이의 소풍을 하게 되고, 영화음악까지 하게 됐어요. 저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음악이 정말 많답니다!” 유발이의 소풍은 3월 28~29일 서교동 라이브클럽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드럭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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