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하지만, 명백한 사실 오류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MBC ‘기황후’처럼 방송 전부터 뜨거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기황후’는 방송 전 실존 인물 충혜 역할을 가상 인물인 왕유로 바꾸면서 드라마에 픽션을 가미해 왜곡 논란을 피해갔다. 그러나 타환, 타나실리 등 여전히 실존 인물의 이름과 설정을 차용한 부분이 남아 있기에 정확한 지적이 필요하다. 따지려고 하면 끝이 없지만, 간단한 역사적 사실을 가끔 아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난 4일 방송된 ‘기황후’ 35회에서 원나라 황후 타나실리(백진희)가 미래의 기황후, 기승냥(하지원)을 해치기 위해 견고술을 이용해 저주를 내리고, 승냥이 낳을 아이가 딸이거나 사산이길 기도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승냥은 온갖 방해 공작을 모두 떨쳐내고 드디어 아들을 순산했다. 타환(지창욱)은 아들의 이름을 ‘아유시리다라’라고 지으며 행복해했다. 아유시리다라는 훗날 북원의 제2대 황제이며 원나라로는 12대 황제 원 소종이다.

# 실제로, 타나실리는 아유시리다라가 태어났을 때 이미 고인(故人)

실제 역사에서 타나실리는 아유시리다라가 태어나는 순간에 기도를 할 수 없었다. 아유시리다가 태어날 때에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유시리다라는 1338년에 태어났고, 타나실리는 그 3년 전인 1335년에 죽는다. 타나실리는 형제들이 일으킨 모반 사건에 연루돼 사약을 먹고 죽었다.

시기상으로는 큰 오류가 있지만, 타나실리가 승냥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타나실리는 승냥을 수시로 채찍질했으며 인두로 살을 지지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연철(전국환)로 대표되는 타나실리의 집안이 타환과 적대 관계였던 것도 맞다. 아마도 곧 ‘기황후’에서는 연철의 아들 당기세(김정현)를 중심으로 모반이 일어나 타나실리를 비롯해 연철 쪽 사람들이 모두 숙청당할지도 모른다.

# 실제로, 타환의 황제 즉위는 연철이 죽은 뒤 이뤄졌다

4일 방송된 ‘기황후’에서 저주를 받고 망령에 시달리며 몰락해가는 연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연철의 죽음은 타나실리의 실제 죽음보다 더 이전이다. 사실 실제 역사에서 타환은 연철이 죽어서야 황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날 ‘기황후’에서 타환은 마하(타나실리의 가짜 아들)의 생일 연회 도중 “태자는 엄중한 경선을 통해 선정하겠다”고 선언하고, 이에 당기세가 “장자만을 계승한다는 쿠빌라이의 뜻을 거역하시냐”고 반문하자 타환은 “대승상(연철)이 나의 아우를 황제에 올린 것을 기억하느냐”며 비꼬았다. 이 대화에서 드러나듯이 타환 이전에 원나라 황제는 타환의 친동생인 영종(寧宗)이다. 영종은 궁궐 안의 파벌싸움으로 타환이 고려에 유배가 있던 사이를 틈타 연철이 세운 허수아비 왕이다. 그러나 영종은 1332년, 즉위 두 달도 되지 않아 죽고, 연철은 이듬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이를 황위 올리려 하면서 타환을 막고 나라를 쥐락펴락했다. 실제 역사 속에서 타환은 연철이 살아있는 한 황제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MBC ‘기황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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