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안구정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꽃남도, 알고 보면 보드라운 속내를 가지고 있던 반전매력의 짐승남도 이들의 매력에는 모두 무릎을 꿇는다고 한다. 바로 다크남들! 다크서클이 없는 깨끗하고 단정한 마스크에도 어딘지 그늘이 느껴지는 남자들은 보호본능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한 번 발동걸린 보호본능은 도무지 제어가 안 된다. 그래서일까? 어두운 남자들의 매력은 한 번 빠지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고들 한다.

마성의 매력으로 여심을 흔든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점령한 다크남들의 매력을 해부해 보았다.


# ‘별그대’, 사연있는 훈남 외계인과 다크의 끝 소시오패스의 대결


시청률 30% 고지도 얼마 남지 않은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를 아직도 천송이(전지현)의 드라마로 생각하는가. 물론 이 드라마는 철저히 천송이의 매력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여운을 담당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도할배, 도민준(김수현) 선생이다. 방금 잡은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천송이라는 캐릭터의 생명력이 빛을 발하는 것은 뒤에서 묵직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도민준이라는 존재의 무게 때문이다.

도민준의 존재감은 그의 말 못할 사연에서 시작된다. 사연있는 훈녀의 매력은 온갖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다뤄졌다. 그런데 천송이의 뒤를 지키는 도민준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연있는 훈남의 매력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민준의 말 못할 사연이란 그가 400년전 조선시대 지구땅에 떨어진 외계인이라는 사실.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커밍아웃을 할 수 없는 이 남자, 지구인과 타액이 섞이면 앓아 누워버리는 이 남자의 눈빛에는 비밀이 가득 담겨있다. 그런 도민준의 다크포스는 결국 국내 최고 톱 배우 천송이마저 굴복시키고 만다.

게다가 도민준의 별첨매력은 위기에 처한 천송이를 구해주는 초능력. 이 초능력과 본연의 다크포스는 슈퍼히어로 무비 속 고뇌하는 영웅과도 접점이 있으니, 스파이더맨의 메리제인, 배트맨의 캣우먼처럼 도민준의 옆을 천송이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도민준의 옆에는 천송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크의 끝, 카톡개를 쏙 빼닮은 소시오패스 이재경(신성록)이 있다. 이 남자가 등장하는 순간 드라마는 더 이상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스릴러로 변신한다. “몸 조심하라”는 안부인사도 이 남자가 하면 협박으로 들릴 지경. 하지만 이상하게 재경 역시 여심을 자극하는 지점이 있어 그도 최고의 여배우를 사로잡는 것에 성공하고 만다. 바로 천송이의 라이벌, 한유라(유인영)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잔인한 이 남자, 한유라를 살해하는 악마가 된다. 다크남들의 몹쓸 매력에 허덕이는 것은 여배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별그대’의 주요 관전포인트는 바로 김수현의 도민준, 신성록의 이재경이 벌이는 캐릭터 대결, 연기대결이다. 20대 중반의 김수현이 가진 에너지는 한계가 없는 듯 보이고, 악의 축 그 자체인 신성록이 보여주는 위압감도 인상깊다.

# ‘기황후’ 사랑잃고 다크해진 타환, 보호본능을 자극하다

‘별그대’ 속 다크남들이 자신만의 비밀에 갇혀 다크마력을 뿜어내고 있다면, ‘기황후’의 타환(지창욱)은 가질 수 없는 사랑의 상처 탓에 어두워진 남자다. 사실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남자야말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존재 아닌가.

원나라 황제로 태어난 그는 가질 수 없었던 고려 여인, 승냥(하지원)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기다리는 은근한 순정파이기도 하다. 하지만 승냥을 영원히 잃게 됐다 여기면서 부터 그의 마음은 뒤틀리기 시작한다.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귀여운 깨방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승냥을 잃고 아이처럼 펑펑 울며 잃은 사랑을 따라 죽겠다고 울부짖는 타환. 급기야 심장이 끊어질 듯 고통스러워하다 실어증까지 덜컥 걸려버렸다. 이 남자가 받은 상처의 크기는 가늠조차 어렵지만, 헬쓱해진 얼굴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통에서 헤어나올 타환은 철부지 소년에서 진짜 남자로 훌쩍 자라버린 변화를 보여줄 예정. 상처 속에 울부짖는 다크타환은 시작부터 여심을 발동시킨다. 어둠의 끝에 선 타환이 보여줄 다크매력은 어떤 마성을 띄고 있을까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 무엇보다 타환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을 잃은 한 남자의 성장을 완성시킨 지창욱이라는 배우의 재발견도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레이트’ 조단 벨포트, 방탕의 끝을 보여주는 이 남자의 치명적 매력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이트’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연기하는 조단 벨포트는 실존인물이다. 화려한 언변, 수려한 외모, 번뜩이는 두뇌를 가진 이 남자는 22살 어린 나이에 월가에 입성, 취직 6개월 만에 주식브로커 면허를 따고 26세에 스크래튼 오크몬트사를 설립해 이를 거대 투자은행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나, 환락에 허우적거리며 인생을 소비하는 쾌락주의자이기도 하다.

이런 벨포트의 인생을 그리는 영화는 17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마약과 알코올, 수위높은 정사신, 그리고 이를 향한 벨포트와 그 패거리들의 짐승같은 울부짖음을 묘사한다. 피하지 않고 진격하는 쾌락의 스크린은 디캐프리오가 뿜어내는 마성으로 꽉 차 있다.

아내를 곁에 두고도 다른 여자를 향한 눈빛을 거두지 못하는 나쁜 남자의 얼굴과 마약과 탐욕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 인간의 비극을 오가는 벨포트의 얼굴이 가진 잔상은 꽤 강렬하다. 무엇보다 미국적 부의 고속성장 뒤에 깔린 욕망과 쾌락만을 향해 질주하는 인간의 천박한 본성을 온 몸으로 표현해 낸 배우 디캐프리오가 가진 본연의 마성의 매력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는 이 영화로 제71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이 기세를 몰아 오는 3월 예정된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 트로피까지 낚아챌 수 있을지 전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여심을 흔들기 시작한 것은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 속 감미로운 미소, 전세계적 흥행 블록버스터 ‘타이타닉’ 속 잭 도슨의 희생의 사랑에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이제 불혹을 넘겨버린 디캐프리오는 나쁜 남자의 매력으로 전세계를 삼키고 있다.

사연 지닌 히어로와 악마나 다름없는 소시오패스, 상처받아 울부짖는 황제, 그리고 방탕의 끝을 달리는 쾌락주의자. 이들 다크남들 중 당신이 꼽는 최고의 매력남은?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SBS, MBC 캡처, 우리네트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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