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가 아이돌 음악의 꽃이라면 그것을 비추는 카메라워크는 음악방송의 꽃이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항상 포인트 안무를 강조하는 것처럼 아이돌에게 퍼포먼스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특이하거나 눈길을 끄는 안무는 노래보다 더 인기를 끌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의 퍼포먼스를 담아내는 카메라워크는 음악방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방송은 가수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창구이기에 그 카메라워크에 따라 가수들이 준비한 퍼포먼스의 효과가 배가되기도 반감되기도 한다. 어느 음악방송이 아이돌 음악의 꽃을 가장 잘 피워냈을까? 텐카메라맨은 매주 한 팀을 선정해 그 팀의 포인트 안무를 알아보고 음악방송 카메라워크를 비교한다.



더 성숙해진 걸스데이의 반란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3일 미니앨범을 공개한 걸스데이는 타이틀곡 ‘썸씽’을 공개하고 음악방송 1위를 휩쓸고 있다. 지난 8일 MBC뮤직 ‘쇼!챔피언’, 11일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까지 휩쓸며 컴백 2주차 만에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기대해’로 섹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던 걸스데이는 ‘썸띵’으로 1위를 차지하면서 걸그룹으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 걸스데이가 1위를 할 수 있던 비결은 이단옆차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노래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섹시하면서도 끈적끈적한 매력의 안무에 있다. 엄정화의 ‘초대’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손짓과 깃털 안무, 박지윤의 ‘성인식’을 생각나게 만드는 옆트임 치마와 함께 고혹적인 눈빛이 퍼포먼스를 살린다. 치맛자락을 젖혔다 덮었다하는 아찔한 안무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 텐카메라맨은 걸스데이가 1위를 했던 방송사로 한정해 음악방송 카메라워크를 비교했다.

# 총평) 인기가요 > 쇼!챔피언 > 음악중심


‘쇼!챔피언’, ‘쇼!음악중심’(이하 음악중심), ‘인기가요’ 모두 아주 좋은 카메라워크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걸스데이의 섬세한 손짓과 함께 ‘인기가요’의 섬세한 카메라워크가 시너지를 발휘했다. ‘인기가요’ 도입부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등 비트 하나하나에 카메라 앵글을 전환하며 효과를 주며 박자를 가지고 놀았다. 너무 잦은 전환은 어지럽기도 하지만, ‘썸씽’ 노래 자체가 빠른 비트의 곡이 아니기에 오히려 아름다웠다. 무대 세트 또한 명불허전이었다. 빨간색 세트와 양초로 꾸민 배경은 고혹스런 신비감을 조성했다.

# 포인트 1) 엄정화 ‘초대’가 떠오르는 순간 : 인기가요 > 음악중심 > 쇼!챔피언


엄정화의 불후의 명곡 중 하나인 ‘초대’에는 박수를 두 번씩 쳐야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을 기다렸어~ (짝짝) 이런 밤이 오기를… (짝짝)’ 같이 추임새처럼 계속되는 ‘짝짝’ 소리가 유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걸스데이 ‘썸씽’에도 같은 부분이 있다. 한 소절씩 부를 때마다 ‘초대’를 떠올리게 하는 두 번의 ‘짝짝’ 소리가 첨가된다. 이를 살리는 안무도 포인트. 세 방송사는 모두 이 부분의 효과를 담아내는 데 성공하며 마치 똑같이 짠 듯한 카메라 앵글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인기가요’는 효과를 조금 더 살렸다. ‘음악중심’과 ‘쇼!챔피언’이 소진의 파트가 끝날 때 소진만을 클로즈업했지만, ‘인기가요’는 혜리와 유라가 박자에 맞춰 서로 고개를 엇갈리게 하는 장면을 담아 더 드라마틱한 순간을 연출했다. ‘쇼!챔피언’은 소진의 팔동작을 클로즈업했을 때, 약간 박자를 놓친 듯한 카메라 효과를 줘 아쉬움이 남았다.

# 포인트 2) 민아의 손짓대로… : 쇼!챔피언 > 인기가요 > 음악중심


시종일관 간질간질하면서도 끈적하게 이어지는 ‘썸씽’이 힘을 갖추게 되는 것은 민아가 부르는 보컬의 활약이 크다. 특히 ‘뻔한 너의 거짓말 그만 여기까지만 나씽 잇츠 썸씽 스탑 잇(nothing it’s something stop it)’으로 이어지는 민아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그와 동시에 민아의 제스처와 박자에 따라 다른 멤버들이 동작을 취하는 부분도 ‘썸씽’에 파워를 더한다. 이 역시 모든 방송사가 정확하게 짚었지만, 가장 효과적인 카메라워크를 보인 프로그램은 ‘쇼!챔피언’이었다. ‘쇼!챔피언’은 특히 마지막에 민아와 유라가 겹쳐 서 있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팔을 뻗으면서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그대로 살렸다. ‘인기가요’는 손끝까지 비추는 섬세함 탓에 구도의 힘이 상대적으로 덜 실렸다.

# 포인트 3) 소진의 피아노 연주 : 인기가요 > 쇼챔피언 > 음악중심


2절을 시작하는 소진은 가사와 반주에 맞춰 멤버들의 팔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듯한 시늉을 보인다. 이 역시 모든 음악방송이 제대로 잡아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인기가요’의 섬세함이 빛났다. 손끝이 살아있는 걸스데이 ‘썸씽’ 안무는 피아노 연주마저도 섬세함이 실려 있다. 소진은 혜리와 민아가 손을 겹쳐 만든 피아노를 연주하다 마지막에 아련하게 연주를 멈추며 이들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갠다. 그냥 대충 연주하다 멈추는 것이 아닌 것. 이런 장면은 ‘인기가요’의 섬세함이 없었다면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쇼챔피언’과 ‘음악중심’ 모두 좋은 카메라워크였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인기가요’! 살아있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MBC뮤직,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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