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결여’
‘세결여’
‘세결여’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9회 2014년 1월 12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다미(장희진)는 어렵사리 강행한 촬영에서 결국 감정을 내비치고, 이는 곧 기사화 되어 준구(하석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준구와 다미의 관계에 대한 소문은 계속 커지고, 결국 준구의 집 앞까지 기자들이 찾아온다. 이 상황을 알게 된 김회장(김용건)은 크게 분노하고 준구와 은수(이지아)를 별장으로 보낸다. 한편 태원(송창의)으로부터도 슬기(김지영)에 대한 주의를 듣게 된 채린은 슬기를 다그치고, 결국 때리게 된다. 이에 서러워진 슬기는 집을 나간다.

리뷰
출구와 정답이 없는 결혼이라는 디스토피아의 희생자들은 결혼을 한 당사자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가족들 역시 포함된다. 재혼이라는 굴레 안에서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슬기(김지영)는 예상과는 달리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로 자신을 적대시 하는 채린(손여은)과 결국 극한의 상황까지 다다른다. 준구(하석진) 역시 다미(장희진)와의 상황으로 단순히 결혼 생활만이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갈등을 겪는다.

이처럼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그려내는 결혼이라는 디스토피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들의 자녀들과 가족들은 모두 함께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그 갈등이 조금씩 증폭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결혼 안에 담긴 불행의 의미는 조금씩 더 커진다. 드라마는 이들이 각자 디스토피아를 거쳐가는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절망을 꼼꼼하게 훑어낸다. 18회가 각자 당사자들이 겪게 되는 불행이었다면, 19회에서는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겪게 되는 또 다른 지옥들을 그렸다.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사자들을 너머 다른 인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안락할 것이라 여겨 채린을 택했던 슬기는 달라진 상황에 대한 섭섭함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중이고, 부잣집의 외동딸이라는 이유로 채린을 택했던 최여사(김용림) 역시도 정작 재산 상속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당황한다. 준구와 다미의 관계를 모두 알게 된 김회장 역시도 자식에게 실망하고, 자신의 과거까지 다시 한 번 손여사(김자옥)에 의해 각성된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결혼의 판타지가 걷힐 수 있다고 믿는 재혼을 통해 지극히도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결혼의 모습을 그리고, 그 끝 또한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게 한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현수(엄지원)의 결론이다. 오랜 짝사랑 끝에 광모(조한선)의 고백을 받았지만 절친한 친구와 결혼식장까지 들어갔었던 그의 존재에 대해 현수는 오래도록 고심한다.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현수의 결론은 아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혼의 의미에 대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혼을 통해 계속해서 깨어지는 결혼의 판타지, 혹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행에 대해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내리는 결론은 과연 어떠한 것이 될까. 이 세계 속의 디스토피아에 과연 끝은 존재할까. 결혼이 만드는 지옥도를 끊임없이 논하면서도 결국 ‘세 번’이나 결혼이라는 제도를 택하게 될 은수로 과연 이 드라마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내 놓아야 할 대답들은 끝이 없다.

수다 포인트
- 슬기 vs. 채린. 정신연령 8세들의 유치한 싸움의 진짜 위너는 바로 도우미 아줌마!
- ‘사진 찍지마’에는 반드시 붙어야 하는 단어가 하나 더 있습니다…
-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유쾌, 상쾌, 통쾌한 캐릭터인 도우미 아줌마의 회심의 한 마디! “팼제?”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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