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과 복합장르 드라마의 강세, 케이블 드라마의 다변화’
2014년 드라마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키워드다. 점차 다양해지는 시청자들의 입맛과 눈높이를 반영, 시청 연령대별로 소재와 장르 면에서 드라마가 세분화되는 경향은 좀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적으로는 경기 불황 속에서 지상파와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드라마 제작 업계가 스타 출연료 삭감 등으로 비용 절감에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각 방송사의 1년 편성계획과 드라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토대로 텐아시아가 올해 드라마 흐름을 미리 짚어봤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원석 tvN PD, 김형석 KBS PD, 이영균 CJ E&M 홍보팀장, 이용석 SBS PD, 진혁 SBS PD, 이외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 2인
KBS1 ‘정도전’(왼쪽) KBS2 ‘감격시대’
# 대형 사극·시대극 강세 ‘눈길’한동안 주춤했던 대형 사극과 시대극이 각 방송사별로 편성되면서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점은 올해 드라마 트렌드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우선 MBC가 50부작 ‘기황후’를 오는 4월까지 방송하는 데 이어 KBS는 조선의 건국공신 정도전의 일대기를 다룬 60부작 ‘정도전’을 지난 4일 첫방송했다. 이어 총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1930년대 중국 상해를 배경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감격시대’도 15일 첫 전파를 탄다.
하반기에는 11년 만에 선보이는 MBC ‘대장금’의 속편 ‘대장금 2′가 가을께 제작 예정에 있고 SBS는 사도세자 이선의 이야기를 다룬 ‘비밀의 문’과 이순신을 소재로 한 팩션 사극 ‘이순신 외전’을 준비중이다. 이와 함께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퓨전사극’도 사극 인기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tvN 김원석 PD는 “퓨전 사극은 젊은 층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도록 CG도 많이 사용하고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돼 계속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올해도 여러 작품이 구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MBC ‘오로라 공주’
# 논란 속 ‘막장 드라마’ 퇴조할까지난해 MBC ‘오로라 공주’로 대표된 이른바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여론을 감안해 퇴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일고 있다.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드라마 제작 행태에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이미 쌓일 대로 쌓였기 때문에 시청률만을 이유로 막장 드라마를 존속시키기에는 방송사도 점점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오로라 공주’는 등장인물들의 잇단 사망 등 개연성 없는 전개에 포털 사이트에서 ‘추가연장 반대, 작가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SBS 드라마국 이용석 PD는 “방송사도 시청률을 이유로 시청자들의 계속된 반발을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극단적인 에피소드를 이용한 눈길끌기식 연출보다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처럼 잔잔하면서도 정서적 공감대를 건드린 작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막장 드라마가 점차 지양될 것으로 보이는 징조”라고 전했다.
톱스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SBS ‘별에서 온 그대’
#스타 캐스팅·스타 작가 파워는 지속 여부 분분여전한 스타·스타 작가 선호도 vs 현실적인 제작여건에 밀려 주춤할 것
드라마를 좌지우지하는 스타와 스타 작가 파워가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한 업계의 예측은 분분하다. 방송가의 견고한 주류가 된 스타나 스타 작가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제작여건 악화라는 현실적 이유로 예전보다는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하는 것. 이에 대해 tvN 김원석 PD는 “외국은 공동 작가 시스템이 안착돼있는 반면 한국 지상파 TV 드라마 작가들은 일당백으로 작가 한 사람이 드라마를 좌우하는 시스템”이라며 “신진 작가들의 진출은 늘어나겠지만 여전히 정통 드라마 작가들의 파워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류 붐이 약화되고 국내 광고 시장이 위축되는 등 현실적 이유로 스타나 스타 작가들의 영향력은 적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SBS의 이용석 PD는 “최근 드라마의 해외 수출이 급감하면서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전에 비해 드라마 한 회당 5만~8만 달러(한화 5,300만원~8,500만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고 국내 광고시장도 극심한 불황 상태”라며 “제작비가 스타나 스타 작가 기용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서고 있어 현실적인 이유로 고액 출연료나 원고료는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정리. 장서윤, 배선영, 김광국
사진제공. MBC, KBS,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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