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마블 영웅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어벤져스’에서 유머를 담당했던(?) 철갑 두른 사나이 아이언맨이 2013년 전 세계 팬들로부터 가장 큰 환대를 받았다. 3일 북미박스오피스모조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북미에서 개봉한 ‘아이언맨3’는 전세계에서 12억 1,543만 달러를 벌어들이면 흥행 ‘킹’ 자리에 앉았다. 2012년 ‘어벤져스’로 1위를 차지했던 마블은 ‘아이언맨3’의 흥행으로 2년 연속 가장 크게 웃었다. 다만 북미 시장에서의 1위는 살짝 위태로운 상황이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가 아직도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어 북미에서의 최종 순위는 바뀔 가능성이 크다.

올해 가장 놀랄만한 흥행을 거둔 영화는 2위에 자리한 ‘슈퍼배드2’다. 일루미네이션을 애니메이션 변방에서 중심으로 단숨에 끌어올린 1등 공신 ‘슈퍼배드’의 속편 ‘슈퍼배드 2’는 전세계에서 9억 1,88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형만한 아우가 있음’을 증명했다. ‘슈퍼배드’의 등장으로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으로 양분되어왔던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각변동을 겪는 중이다. 실제로 올해 픽사와 드림웍스는 ‘슈퍼배드2’보다 많은 제작비를 쏟아붓고도 흥행에서는 뒤쳐지는 성적표를 받았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이면서 픽사가 제작한 첫 번째 애니메이션 프리퀄인 ‘몬스터 대학교’는 7억 4,355만 달러로 5위에, 드림웍스가 내 놓은 원시가족 이야기 ‘크루즈 패밀리’는 5억 8,720만 달러로 10위 자리하며 ‘슈퍼배드2’의 흥행을 배아파 했다.

2013년 전세계 흥행 수익

제2의 ‘트와일라잇’? 이쯤이면 ‘트와일라잇’이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와 비견될 만하다. ‘헝거게임’ 시리즈 얘기다. 라이온스게이트가 4부작 프랜차이즈로 기획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가 불꽃같은 흥행력을 과시하며 2013년 흥행 3위 자리에 앉았다. 눈여겨 볼 것은 북미와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 비율이다.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북미에서의 비율이 큰 것을 알 수 있는데, 미국관객들에게 유독 인기가 높은 시리즈임을 수치로 다시금 증명해 보였다. 이 영화의 흥행은 아직 진행 중이다. 북미에서 3억 9,347만 달러, 해외에서 4억 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세계 7억 9,747만 달러를 기록 중인 영화는 북미 시장 1위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폴 워커의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이 북미 수익 2억 3,867만 달러에 해외 수익 5억 5,000만 달러를 더해서 전세계 수익 7억 8,867만 달러로 4위에 자리했다. 이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를 넘어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 최고 흥행기록이다. 사실 2001년 시리즈가 시작될 때만 해도, ‘빈 디젤표 액션’이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을 줄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3편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2006년)에서 잠시 주춤했던 시리즈는 4편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로 기사회생하더니 무서운 속도로 흥행 레이싱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폴 워커의 사망으로 촬영이 중단된 7편은 최근 폴 워커의 동생을 대역으로 캐스팅해서 촬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그의 빈자리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빠라람, 빰빰, 빠라라~.” 귀에 익숙한 BGM이 없어도! 전매특허인 쫄쫄이 팬티가 없어도! 그래도 돌아온 슈퍼맨은 전세계 영화 팬들에게 환영받았다. 경쟁사 마블의 ‘어벤져스’ 성공을 배 아프게 바라봤던 DC가 칼을 가는 마음으로 내놓은 비장의 카드 ‘맨 오브 스틸’이 6억 6,284만 달러를 쓸어 담으며 6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의 흥행보다 더욱 궁금한 것은, 속편인 ‘맨 오브 스틸2 – 배트맨 vs 슈퍼맨(가제)’의 흥행력. 잭 스나이더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는 속편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배트맨과 슈퍼맨이 등장한다. 마블의 영웅들이 한 자리에서 모인 것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만남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가 어마어마하다. 과연 2015년 ‘맨 오브 스틸2 – 배트맨 vs 슈퍼맨(가제)’는 흥행 몇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까.

‘시대를 뛰어넘은 미친 영화다!’ ‘압도적인 오프닝 시퀀스다!’ 제임스 카메론과 길예르모 델 토로를 흥분시키고, 평단으로부터 일찌감치 작품성을 검증받은 ‘그래비티’에 대한 입소문은 대단했다. 2013년 6억 5,328만 달러를 기록하며 7위에 안착했다.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3D에 최적화된 영화라는 점이 흥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티켓가격이 비싼 3D 상영관을 찾는 관객이 유독 많았던 영화다.

8위에 앉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 대해서는 만감이 교차한다. 흥행을 떠나서 작품성과 재미 면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극장에서 개봉중인 영화는 전 세계 수익 6억 3,312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아이언맨의 인기는 따라잡지 못했지만 토르도 잘 달렸다. 북미에서 2억 285만 달러, 해외에서 4억 2,700만 달러를 기록, 전편 ‘토르:천둥의 신’의 수익(북미 1억 8,103만 달러, 해외 2억 6,829만 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