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SBS ‘상속자들’이 김우빈이라는 이름을 대중에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 됐다. 끝나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았을 것 같다.
안도감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KBS2 ‘학교 2013′ SBS ‘상속자들’ 영화 ‘친구 2′까지 연이어 히트작에 출연하며 ‘대세 배우’라는 이름을 얻은 김우빈의 얼굴 표정에는 ‘한시름 놓았다’는 편안함이 읽혔다. SBS ‘상속자들’의 최영도를 떠올리게 하는 위트 있는 말솜씨도 지니고 있었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이어가는 답변 속에는 종종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농담이 섞였다. 2013년을 누구보다 뜨겁게 보내고 이제 조금 숨을 돌리며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는 그에게서는 그렇게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 엿보였다.
김우빈: 마지막 촬영을 마치니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대본이 더 나올 것 같고, 더 잘 했으면하는 아쉬움이 많더라. 사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편하게 못 본다. 장면마다 잘 못한 부분이 눈에 많이 띄어 맘놓고 보질 못하겠다.(웃음) 김은숙 작가님이 ‘신사의 품격’ 이후 또 불러주셔서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단 생각을 많이 했다.
Q. 극중 최영도가 초반에는 굉장한 악역으로 등장해 처음엔 고민을 좀 했다고 들었다.
김우빈: 처음엔 나조차 ‘얘 정말 쓰레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못돼 보였다. 나는 어디까지나 극중 서브 역할이기 때문에 캐릭터적으로 악랄함을 많이 뽑아내려는 생각은 있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예상 외로 많이 응원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Q. 악역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다 보니 실제 악한 면을 지니고 있느냐는 얘기도 들었을 것 같다.
김우빈: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선생님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 그래서 늘 연기할 땐 그 인물로 살아가려고 한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늘 그 사람에 대한 일대기와 100문 100답을 쓴다. 그걸 쓰면서 내 안에 있는 악한 모습을 상상해서 많이 끌어내려고 했다. 내가 한 연기니까 내 안에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다.
Q. 영도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김우빈: 은상이와의 짝사랑을 끝으로 이성에 눈을 떠서 좀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날 것 같다. 성인이 되면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여러가지를 누리면서 살 것 같고. 탄이와는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여전히 절친한 친구로 지낼 것 같다. 음…. 내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건을 한꺼번에 겪으면서 그동안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Q. 방송 후 ‘최영도 어록’이 생길 정도로 대사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대사가 있나.
김우빈: ‘뭘 또 그래?’ 란 대사 좋아한다. 써보니 활용도도 높고, 하고 싶은 얘길 재미있게 풀 수도 있고 여러모로 매력있는 말투다.
Q. 매 작품마다 특히 다양하게 표정연기를 구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김우빈: 표정연습을 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김윤석 선배를 인터뷰한 글을 읽었는데 ‘표정 연습을 하지 말라’면서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걸 연습하지 말라고, 그저 느끼는 대로 나오도록 하라고 하시더라. 그 때부터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진 것 같다.
Q. SBS ‘신사의 품격’ KBS2 ‘학교 2013′ 등에 이어 고교생 역할이 벌써 네 번째였다.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떠올랐을 것 같은데.
김우빈: 촬영 때 교실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나곤 하더라. 그래서인지 ‘학교’를 찍을 때 꽤 즐거웠던 것 같다. 중1 때 처음 모델이라는 꿈을 꿨는데 부모님께서도 다행히 처음부터 지지해주셔서 학업에 대한 압박감은 없이 즐겁게 학창시절을 보냈다.
Q. 영도처럼 방황하던 시기는 없었나.
김우빈: 방황은 누구나 하는 거 아닌가?(웃음) 안했다고는 할 순 없는데 가출이나 큰 사고를 친 적은 없었다. 물론 나름의 사소한 반항이나 다툼 등은 당연히 있었지만 크게 싸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Q. 교복은 혹시 기념으로 가져왔나.
김우빈: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가져왔다. 나중에 좋은 일에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학교 2013′ 때 입었던 교복을 가장 좋아한다. 차이나 칼라라 뭔가 좀 있어 보인다.(웃음)
Q. 이민호 박신혜 강민혁 등 대부분 또래 배우들이라 ‘상속자들’ 촬영장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했다고 들었다.
김우빈: 사랑스런 동생들을 발견한 것도 큰 성과다. 며칠 밤을 새다가도 형식이나 민혁이가 오면 잠이 다 깨고 힘이 날 정도로 좋았다. 신혜한테도 많이 배웠다.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부터 감정 조절하는 부분까지 ‘역시 선배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여자인데도 체력도 굉장히 좋고(웃음) 민호 형과는 굉장히 죽이 잘 맞아서 친구처럼 어울려다녔다.
Q. 개성적인 외모로 ‘신세대들이 원하는 마스크’라는 평이 많다.
김우빈: 회사 대표님이 날 처음 봤을때 ‘넌 다음 세대 얼굴이지 지금 어필할 수 있는 얼굴은 아니다’라고 하셨다. ‘트와일라잇’ 같은 뱀파이어 영화가 나왔을 땐 ‘저런 걸 노려야겠구나’ 싶기도 했고.(웃음) 그래서 좀더 내공을 쌓고 기회가 왔을 때 ‘나라는 친구도 있어요, 한번 봐주세요’하고 대중들에게 다가가고픈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와서 맘 속 한 켠엔 부담감도 있다. 기대해주시는 부분에 못 미칠까봐.
Q. 개인적으로는 외모에 대한 고민도 좀 있었나보다.
김우빈: 많았다. 너무 강하게 생겼고, 특히 눈썹이 드러나면 더 세 보이는 인상이라서. 그래서인지 ‘실제로 만나보면 생각보다 선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그럴 땐 ‘세상에 어떻게 잘생긴 사람만 있겠나. 난 아직 어리니 꼭 잘생긴 역할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다른 걸 찾아봐야지’란 생각을 했다.
Q. ‘상속자들’ 촬영을 하면서 영화 ‘친구2′ 개봉 Mnet ‘엠카운트다운’ MC 등의 일정이 한꺼번에 진행돼 무척 바빴을 것 같다.
김우빈: 어릴 때부터 무척 원했던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감사하고 재밌게 했지만 좀 힘들기도 했다. 특히 ‘엠카운트다운’은 생방송이다 보니 늘 부담감이 있다. 갑자기 모니터가 꺼질 수도 있고 돌발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땐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시간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Q. 연기 외에 춤이나 노래에도 소질이 있는 편인가.
김우빈: 춤은 정말 못 춘다.(웃음) 많이 노력해봤는데 어렵더라. 고3 때 자세교정도 할 겸 재즈댄스와 발레를 1년씩 했는데 하기 전과 후가 똑같았다. 그 때 ‘아 난 춤은 아니구나’ 하고 접었다. 노래는 가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노래도 타고 나는게 크지만 배우면 어느 정도 된다고 해서 짬날 때 배워보려고 한다. 안되면 그 때 가서 안 하면 되니까.
Q. 차기작 러브콜이 많을 것 같다. 어떤 걸 해보고 싶나.
김우빈: 올 초에는 무조건 어떤 거든 결정할 것 같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첫번째 조건일 것 같다. 내가 납득이 되고 재미있어야 보는 분들도 그럴테니. 달달한 연기도 해보고 싶은데 신혜랑은 못할 것 같다. 또 같이 나오면 보는 분들이 몰입이 안 될 거다.(웃음)
Q. 또 교복을 입는 역할이어도 상관없나
김우빈: 교복 또는 반항아 역할이라고 해서 가리진 않는다. 다만 교복 입고 촬영할 땐 자꾸 수염이 자라서 힘들긴 하더라(웃음) 중간 중간에 면도할 시간만 주면 오케이다.
Q. 예능이나 뮤지컬 등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지.
김우빈: 뮤지컬을 무척 좋아한다. 설레고 멋지니까.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은데 아까 말했듯 춤이 안 돼서…. 예능 프로그램도 좋아하는데 토크는 잘 못하겠다. 카메라가 있으면 말을 걸러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낯설다. SBS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은 두 번 나갔는데 재밌더라.
Q. 지금 김우빈에게는 ‘자고나니 스타’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다음 행보에 대한 초조감은 없나.
김우빈: 뭐 다 잘 될 순 없는거니까. 다음에 잘 안 되면 또 다음 번에 하면 되는 거 아닐까. 다만 내게 맞는 것,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는 게 중요할 것 같다.
Q. 식상한 질문이지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김우빈: 지금 찾아가는 중이다. ‘학교 2013′을 마쳤을 땐 상대 배우를 배려할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인 나에게 먼저 편하게 말 걸어주고 분위기를 풀어주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웠다. ‘상속자들’을 끝내고는 스태프들을 생각할 줄 아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느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힘들게 일하시는 스태프들의 얼굴이 점점 보이더라. 이렇게 작품할 때마다 매번 한두 개씩 배우고 있는데 좋은 배우가 되는 조건을 100가지쯤 알게 되면 나름 괜찮은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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