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공감 900회 방송

EBS의 음악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의 공연 횟수 및 제작진 축소 결정이 난 것으로 알려져 대중음악계 반발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EBS 지부가 27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스페이스 공감’의 공연회수는 주 5일에서 2일로 줄고 제작 PD가 3명에서 2명으로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은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과의 상의 없이 사측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EBS 지부는 성명을 통해 “신용섭 사장은 지난 12월 13일 편성위원회에서 의결한 2014년 편성개편안을 시행결재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뜯어고쳤다”며 “공사법이 정한 규정과 절차는 무시하고 본인의 입맛대로 제작 예산과 인력을 마음대로 바꿨다”라고 밝혔다. 한 제작진은 27일 텐아시아와의 통화에서 “제작진에게 전혀 언질 없이 일사천리로 감축이 결정이 됐다”며 “현재 결정대로라면 3월 개편부터 공연이 줄어들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공감’은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모토 아래 2004년 4월 신영옥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신중현, 김창완, 송창식, 황병기, 나윤선 등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담았다. 신인 발굴 프로그램 ‘헬로 루키’를 통해 새 얼굴 발굴에 앞장서며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한음파, 오지은, 게이트 플라워즈 등 실력파 뮤지션들의 등용문이 돼왔다. 지난 9년여 동안 많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스페이스 공감’만은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팬들과 뮤지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스페이스 공감’은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한국방송대상 예능콘서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작진 측은 “공연과 제작진을 축소하는 것은 예산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뮤지션들은 설 무대가 줄어들고, 관객들은 공연을 볼 기회가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EBS ‘스페이스 공감’은 공익성을 가진 프로그램으로써 좋은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3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공연을 직접 관람했는데 그런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립싱크가 방송계의 관행처럼 여겨지던 시절, 스페이스 공감은 음악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공연 프로그램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방송계에 음악적 본질을 되살림은 물론, 매일 공연을 시청자에게 약속함에 따라 폭넓은 장르의 음악 향유 기회를 제공해왔다. 특히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비롯해 인디음악과 같이 소외된 음악들을 소개해오는데 앞장섰다. 관계자는 “일주일에 5번 하던 공연을 2회로 줄이면 출연하는 뮤지션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소외받는 층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방송의 질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페이스 공감’ 내년 2월에 방송 1000회, 4월에 10주년을 맞는다. 기념행사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방송 축소 결정이 나 제작진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대중음악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 씨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예능이 아닌 순수하게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스페이스 공감’이 거의 유일하다. 15년 넘게 음악을 한 뮤지션의 입장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오를 수 있는 무대”라며 “상업적인 음악에 치우친 국내 음악시장에서 균형을 잡아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작곡가 김형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EBS 스페이스 공감 대폭 축소. K pop의 미래는 다양한 음악의 공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잖아도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는 무대가 심히 부족한 현실인데요… 안타깝네요”라고 적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씨는 “‘스페이스 공감’은 다양한 음악을 알리고, 라이브 음악의 가치를 지켜온 한국 대중음악의 산실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성과를 무시하고 프로그램을 축소하면 그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스페이스 공감’이 계속 되기 위해 뮤지션들이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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