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속 영도(왼쪽)와 탄은 20회를 끝으로 떠났다
말캉말캉한 김은숙의 남자, 탄이(이민호)와 영도(김우빈)를 사이에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선택을 못하고 갈팡질팡 방황했던 영혼들을 위한 추천서를 준비했다.
12일 종영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남주인공 탄과 영도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실시간 사랑을 받았다. 한없이 다정다감하며 적절한 순간 박력과 적당해서 귀여운 집착까지 가진 탄은 “나 너 좋아하냐?”라는 희대의 고백어를 탄생시켰다. 그런가하면 영도는 나쁜남자 특유의 거친 야성적 매력에 ‘상남자’들만이 보여주는 의리와 카리스마로 올해 최고 대세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회를 끝으로 탄과 영도는 보내줘야할 때가 왔다. 그들의 빈자리가 아쉽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훈남이 있으니 걱정없다.
그 주인공은 tvN ‘응답하라 1994′ 속 감성 돋는 쓰레기 칠봉이, 그리고 영화 ‘용의자’의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거친 공유와 박희순이다!
‘응사’ 속 칠봉이(왼쪽)와 쓰레기, 두 훈남을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다
(1) 감성 쓰레기 vs 몸짱 집념남 칠봉으로 흔들리는 불금황토탄과 영도가 평일 밤을 책임졌다면, 불타는 금요일과 황금같은 토요일을 책임져온 이들은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정우)와 칠봉(유연석). 회를 거듭할 수록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매력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는 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아직 2주나 더 남았다.
두 사람 모두 나정(고아라)을 향한 마음을 본격적으로 꺼내 정면승부에 돌입한 상태다. 나정과 알콩달콩 연애를 시작한 쓰레기는 별명처럼 짐승과 다름없는 남자다. 상한 우유도 모르고 마시고, 발 닦는 수건으로 얼굴까지 닦는다. 집구석은 거의 폐가 수준이다. 그러나 나정을 향한 정성만큼은 1등이다. 바쁜 레지던트 생활 중에도 나정을 위한 시간만큼은 꼭 내는 그의 최대 매력은 은근한 일편단심이다. 섹시한 첫사랑의 귀환에도 끄떡없었던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속에 감춰진 사나이의 진짜 마음이 여심을 울리기 충분하다. 다정다감 탄의 부재는 감성 쓰레기로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쓰레기의 최후의 경쟁자, 칠봉이의 매력도 대단하다. 칠봉의 포텐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은 아이싱을 하던 바로 그 때. 가슴팍을 가린 붕대 사이로 드러난 탄탄한 근육질 상반신이 삽시간에 여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쓰레기와는 또 다른 종류의 다정함,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한 서울남자 특유의 세심한 매너가 그의 최고 매력이다. 쓰레기와 연애 중인 나정을 보며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집념 역시 얌전해보일 것 같은 이 남자의 반전 매력.
‘용의자’ 공유(왼쪽)와 박희순은 거친 남자의 매력으로 중무장했다
(2) 포텐터진 액션 공유 VS 피끓는 박희순, 거친 남자들 매력에 빠진 스크린 불금과 황토는 역시 클럽이라는 여성들에게는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훈남들을 추천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는 24일 개봉되는 영화 ‘용의자’ 속 지동철(공유)과 민세훈(박희순)의 매력은 브라운관 대세 훈남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커피 CF 속 감미로운 공유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그는 ‘용의자’를 통해 ‘아저씨’ 원빈 그 이상의 완벽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영화 예고편 속 자주 등장한 한강 점프신은 이 영화 속 가장 약한 액션 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용의자’ 속 공유가 보여주는 액션신은 역대 액션물 중 최고 수준이다. 액션의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음을 보여줬고, 공유는 그런 신들을 더욱 완벽하게 소화해낸 피사체가 됐다. 특히 그의 상체 근육을 모두 드러낸 중반부 탈출신, 이 영화를 삼켜버리는 최고의 장면으로 완성됐다. ‘용의자’로 공유는 앞으로 수년간 회자될 국내 액션 히어로를 보여준 셈이니 그를 목격한 순간 당신은 이미 탄이도 영도도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브라운관 속에서 두 남자 주인공 사이를 정신없이 오갔던 변덕스러운 여심. 이토록 멋진 공유를 만나고도 속절없이 흔들리고 만다. 박희순이 연기한 민세훈이라는 남자 때문이다. 초콜릿 색깔로 태닝한 피부의 박희순은 첫 등장 순간부터 그의 이전 필모그래피를 지우는 강렬하면서 새로운 인상을 심어버린다. 첫 인상부터 훈훈했던 남자는 사소한 실수도 감점요인이 되지만, 언제나 곁에 있었던 그의 갑작스러운 변신은 가산점이 되는 법이다. 과거의 편안했던 인상을 지우고, 힘을 꽉 준 캐릭터로 돌아온 박희순의 재발견은 감동적이기 까지하다.
보통 액션물의 무게중심이 남자주인공 한 명에게 절대적으로 기울어있는데 반해, 이 영화는 지동철과 민세훈 두 캐릭터 고루 살아숨쉬고 있어 이번에도 여성 관객들을 시험에 들게 만든다.
자, 세상은 넓고 훈남은 많다. 옛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다 하지 않았나. 탄과 영도의 빈자리는 또 이렇게 채워지고 만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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