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능대세로 떠오른 김주혁
배우 김주혁이 단 한 번의 예능 출연으로 ‘예능계 샛별’로 떠올랐다.김주혁을 인터뷰를 통해 여러차례 만나보았지만,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늘 낯가림이 유독 심한 배우라는 점이었다. 말수도 적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터뷰 중에도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봤고, 그때 문득 이 남자에게서 터져나올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배우치고는 예능에 대한 거부감도 생각보다는 없었다. 지난 9월 MBC 드라마 ‘허준’을 끝내고 다소 지쳐있던 김주혁을 만났을 때, “혹시 예능에 도전해볼 의향은 없느냐”라고 물어보았다. 그때 그는 “지금 마음은 50대 50이다. 나한테 맞는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어색한 감이 있었고, 리얼 버라이어티가 진짜 ‘리얼’이라서 어색하게 거짓된 연기를 요하지만 않는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연기를 요하는 것은 진짜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가식적인 위장은 능숙하게 하지 못하겠다는 그는 그래서 처음 보는 이들에게 낯을 가리기도 하지만, 한꺼풀 한꺼풀 벗기다보면 그 속에는 영구도, 전설의 오락반장도 있었다. 그것을 본격적으로 해부해낸 것은 KBS2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이 됐다.
지난 1일 첫 방송에서 김주혁은 그의 본색을 절반도 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김주혁을 잘 아는 측근들은 그에게도 예능의 피가 흐른다고 증언한다. 이들은 “나서서 분위기를 리드한다거나 주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혼자 궁시렁 거리고 별말 아닌 것으로 주위 사람을 웃기거나 하는 편이긴 하다. 또 개구진 면도 있어 1대1로 대화를 하다보면 은근히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김주혁은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가 처음으로 러브콜을 보낸 호스트이기도 했다. 당시 김주혁은 장진 감독의 연출 아래, 온갖 코믹 콩트 연기를 선보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주혁을 예능 기대주로 발탁한 ’1박2일’ 유호진 PD는 그와의 첫 만남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그는 우선 김주혁이라는 사람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처음 만난 순간 바로 결정을 했다”며 “우연한 계기로 김주혁을 만났는데, 사람이 참 좋더라. 강호동 형이나 김승우 형처럼 시끄럽고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살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오랜만에 명절에 만난 사촌형처럼 사람 좋고 그러면서도 책임감도 느껴졌다. 은근슬쩍 농담을 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1박2일’ 속 김주혁이 영구 흉내를 내고 있다
또 유호진 PD는 유난히 시끌시끌했던 시즌3 멤버들의 섭외과정 속 ‘맏형’ 캐릭터를 결정하기 전 제작진의 고민도 들려줬다. “지난 시즌2에 이미 배우들이 많았고 의외의 캐스팅에서 오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뒀지만,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예능감이 풍부한 팀을 꾸려야한다고 생각을 했다. 다만, 큰 형 자리에는 진지하고 진솔하면서도 고유의 내추럴한 느낌을 전하는 멤버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그 자리에는 김주혁 씨가 적역이었다.”’1박2일’ 시즌3는 자막을 통해 ‘떠들썩한 섭외의 최종 결과’라고 셀프디스를 할 만큼, 캐스팅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고 일부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을 거뒀다. 차태현, 김종민 등 기존 멤버들과 ’1박2일’만의 편안한 그림은 기존의 두터운 ’1박2일’ 팬들을 껴안을 수 있게 해주었고, 새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문을 열어젖히는 모습에서는 모두가 심기일전 하는 기운이 연출됐다. 첫 방송 시청률부터 14.3%를 찍은 ’1박2일’, 유호진 PD는 “기대 이상의 성적인터라 사실 약간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지만, 김주혁이라는 새로운 예능주자의 발견과 ’1박2일’이 다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은 오랜 팬들 입장에서 함께 ‘파이팅’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일이 됐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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