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녀사냥’ 18회 2013년 11월 29일 오후 10시 55분
다섯 줄 요약
샘 해밍턴의 자연스러워진 연기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왜’ 시리즈 중 특히 ‘사춘기와 성’을 줄줄이 꿰고 있다는 신동엽의 딸은 역시 부전여전이라는 감탄을 자아내며 그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혼자 그린 라이트를 껐던 허지웅은 자신만의 논리로 다른 이들이 연달아 그린 라이트를 끄게 만드는 설득의 힘을 발휘한다. 시청자들의 고민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남매 사연은 듣는 이로 하여금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리뷰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할지 모르겠다. 여성 출연자가 강도를 측정하겠다며 남성 MC의 허벅지를 만지고, 이를 질투한 게이 출연자가 테이블 위를 성큼 성큼 기어간다. 여기에는 성에 관한 이야기에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는 여자도, 남다른 취향을 꽁꽁 숨기느라 애쓰는 성소수자도 없다.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남자들의 여자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마녀사냥’이지만, 프로그램 후반부에 가면 남자들은 오히려 듣는 입장이 된다. 곽정은 기자는 연구결과 데이터와 함께 연애의 스킬을 전하고, 모델 한혜진은 거침없는 화법으로 여자의 마음을 표현한다. 게스트 김지민도 아무도 모르는(?) 과거 연애사까지 들춰내며 토크에 동참한다. 네 명의 MC는 짐짓 ‘우린 그런(?) 방송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여성게스트들이 솔직하면 솔직할수록 더 큰 만족감을 드러낸다. 여성들의 솔직함이 미덕이 되는 순간이다. 뿐만 아니라 탑게이 홍석천은 성시경을 향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성향을 표현한다. 그의 성적 취향이 다소 장난스레 다뤄지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렇듯 ‘마녀사냥’이 흥미로운 것은 성에 대한 이야기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소수자에게까지 확장되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성이란 만인의,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수다 포인트
- 글래머의 반대말이 아스팔트라니. 역시 ‘마녀사냥’의 스태프답네요.
- ‘신동엽으로 태어났는데 목사님으로 길러진 거야’, ‘권투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무하마드 알리인 거지’. 시경님의 비유에 이해가 쏙쏙 됩니다.
- 내 연인이 20년 전 헤어진 오빠, 동생이었다?! 세상에 정말 이런 일도 있군요.
글. 김진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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