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94’ 12회 11월 29일 오후 8시 40분

다섯줄요약
동일은 뇌종양에 걸린 절친한 친구 문병을 가고, 친구의 유쾌한 모습에 안심하지만 이내 친구의 병세를 알고 슬픔에 빠진다. 쓰레기 형의 결혼식 때문에 나정과 신촌하숙 사람들은 모두 결혼식장에 모이고, 쓰레기의 첫사랑이 등장하자 나정은 긴장한다. 결혼식 이후 칠봉을 만나기 위해 삼풍백화점으로 향하던 나정은 급작스런 붕괴사실에 충격에 빠진다. 칠봉이 무사하단 사실을 알고 칠봉을 껴안은 채 나정은 오열하고 쓰레기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 응급실은 붕괴사고 여파로 아수라장이 된다. 쓰레기는 실습이 끝나는 시점에 나정에게 고백할 준비를 하고, 보지 않겠다던 뮤지컬을 보기 위해 나정을 만나러 간다.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자고 청하는 쓰레기의 손을 나정은 힘껏 잡는다.

리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방송될 것이라고 예고가 나간 상태에서 상당수의 반응은 이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아마도 그것이 가상이 아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드라마 속의 나쁜 역할과 현실 속의 연기자를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래서 그들을 드라마를 보는 동안만 욕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타박한다. 우리는 뻔히 영화를 본다는 것이 돈을 직접 내고 두 시간을 사는 행위임을 인지하면서도 깜깜한 극장 안에서 웃고 울고 무서워하거나 놀라워한다. 이처럼 현실이 아닌, 현실을 닮게 구성한 가상의 세계 안에서도 인간인 우리는 순간의 희노애락에 놀아나는데, 하물며 가상이 아닌 실제의 일을 대면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힘을 요하는 일인가.

현실을 마주하는, 그것도 ‘아픈’ 현실을 마주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시청자의 마음을 제작진도 몰랐을 리 없다. 특히 이제까지의 ‘응사’가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청춘들과 그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지금은 어찌되었든 낭만화 된 기억으로 남은 90년대 중반을 그려왔음을 모두 알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응사’는 피해가지 않았다. 누구에게라도 삶이라는 시공간의 축이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기에, 삶의 어두운 구석을 들춰내는 것이 진정한 완성임을 알기에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응사’의 또 다른 의미에서의 리얼리티는 우리가 극에 몰입하고 공감하게끔 힘을 실어준다. 쌕쌕, 012, kmtv, now와 같은 현실의 이름들이 바로 그런 힘이다. 물론 이중에는 과거에만 존재했던 것들이 오늘까지 존재하는 것보다 훨씬 많지만, 오늘을 오늘이게끔 한 일련의 과정들인 까닭에 이것들을 상기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비록 요즘 드라마의 협찬 명품과 교묘한 PPL에 지쳐버린 우리지만, 이런 리얼리티라면 얼마든 받아줄 수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90년대 중반이 ‘물질시대’의 시작을 알렸음을 기억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수다포인트
-조재윤과 정우의 형제 케미 최고네요 +_+
-녹색시대 들으면 ‘아저씨’라 불리던 95년, 8년이 지난 지금 여자 아이돌 노래 다 외우는데도 ‘아저씨’ 소리 듣는 건 왜인가요.
-김광석 콘서트 영상과 멘트, 정말 짠하네요.

톨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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