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불타는 토요일이었다. 2013년, 데뷔 14년 만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가 4년 만에 개최한 단독콘서트는 축제의 장이었다. 23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약 4,500여 명의 관객이 모여 다이나믹 듀오와 하나 되는 시간을 만들었다.

‘럭키 모먼트 위드 다이나믹 듀오(Lucky Moment with Dynamic Duo)’라는 공연 타이틀에 맞게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위에는 슬롯머신 형상을 한 전광판이 놓여 있었다. 보통 공연의 시작은 조명이 일제히 꺼지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다이나믹 듀오의 콘서트에는 조명 효과 대신 술병을 든 취객이 등장해 슬로머신을 작동시키는 퍼포먼스를 벌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작동된 슬롯머신의 결과는 ‘리듬파워’. 그러자 다이나믹 듀오의 소속사 아메바컬쳐의 힙합 아티스트인 진짜 리듬파워가 등장해 ‘리듬파워’와 ‘본드걸’을 불러 콘서트 분위기를 달궜다.

진짜 주인공 다이나믹 듀오는 ‘진격의 거인 둘’로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빨간 천막 뒤로 보이는 거대한 실루엣과 함께 ‘지금껏 십 년이 넘는 긴 시간 무대 위에서 뜨겁게 불 태웠어’, ‘마이크를 잡은 2000년 그 언제부터 난 숱한 고비를 넘겨왔던’ 등의 가사는 뜨거웠던 2013년을 보내고 앞으로를 위한 다이나믹 듀오의 메시지와 결의가 느껴졌다.



개코, 최자의 파워풀하면서도 쫄깃한 랩핑과 함께 감각적인 무대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 ‘만루홈런’에는 이대호 경기 영상, ‘슛 골인’에는 축구 경기 영상, ‘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에는 전광판이 모두 맥주로 채워지기도 했다. ‘자니’에서는 카카오톡 메신저 화면으로 가사를 표시하는 등 가사와 관련된 재치 있는 영상들이 펼쳐져 재미를 더했다. 댄서들의 멋진 퍼포먼스도 볼거리를 선사했다. 크럼프크루 몬스터우팸의 크럼프 퍼포먼스, ‘살발해’ ‘슈퍼스타’ ‘도넛 숍’에 맞춘 밴드와 비보이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으며 ‘뱀(BAAAM)’ 무대에서는 여자댄서들이 정말 뱀 같은 요염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메바 소속 아티스트들의 지원 사격도 계속됐다. 가수 크러쉬가 ‘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날개뼈’, ‘굿 러브’를 피처링에 나서 무대를 빛냈으며, 자이언티도 ‘물음표’, ‘씨스루’를 함께 불러 풍성한 무대를 만들었다.

긴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멘트도 생략하고 쉴 틈 없는 힙합 무대들이 이어졌다. 관객들도 이에 화답하듯 모두 머리 위로 손을 들고 열광적으로 흔들었다. 지정석에 앉아있던 관객들도 못 참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최자는 “4년 만에 단독콘서트라 멘트가 어색하다”며 웃었고, 개코는 “너무 어색해서 모니터 보고 적힌 대로 읽고 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개코가 “올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라고 묻자 관객들이 “네~”라고 우렁차게 대답해 개코가 “아~ 네래”라며 웃기도 했다. 다이나믹 듀오는 “내년에는 더욱 좋은 노래로 보답하겠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좋은 음악을 보여드리겠다”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진짜 콘서트의 모습은 공연 막바지에 들어서야 드러났다. ‘고백’, ‘진짜’, ‘출첵’, ‘링 마이 벨’까지 다이나믹 듀오의 주옥같은 히트곡이 연달아 이어지자 관객들은 떼창을 하며 콘서트를 불태웠다.

불타는 공연의 열기는 앙코르 무대에서도 계속 됐다. 리듬파워, 자이언티 등 무대에 올랐던 아메바컬쳐 소속 아티스트들이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 열광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모든 관객들이 공연장이 무너질 듯 뛰었다. 그리고 콘서트가 끝이 났다. 관객들은 아쉬운 듯 앙코르르 다시 한 번 외치기도 했다. 다이나믹 듀오는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채 공연의 막을 내렸다. 그들의 힙합에 중독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이나믹 듀오는 23, 24일 양일간 서울 콘서트를 개최한 후 30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7일 대구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콘서트를 이어간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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