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갑수(왼쪽), 손예진

뉴스를 보면 끔찍한 사건들이 너무 많아 눈을 찌푸리게 된다. 그러나 범인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일 수도 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유괴범이라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영화 ‘공범’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한 유괴사건의 공소시효를 앞두고 다은(손예진)은 범인의 목소리가 자신의 아버지 순만(김갑수)일수도 있다는 위험한 의심을 하게 되고 아버지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26일 CGV 압구정에서 진행된 영화 ‘공범’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을 맡은 국동석 감독, 배우 손예진, 김갑수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다은의 입장이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Q. 드라마 ‘연애시대’에 이어 김갑수, 손예진은 7년 만에 다시 부녀로 만났다.
손예진: 그때보다 더 딸을 위해 살아온 아빠인데 참 (다은이가) 잔인한 의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혼란스러웠고 마음이 아팠다.
김갑수: 사랑하는 딸이 의심하니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 거 같나. 죽을 맛이다. 답답하고. 왜 의심을 하게 됐을까 싶다. 영화 촬영은 즐겁게 했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힘들었다.

Q. 제작을 맡은 박진표 감독이 손예진을 짐승 같다고 말했다.
손예진: 표현해보지 못한 극적인 감정이 정말 많았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순간 몰입해야 하니까 본능적인 연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짐승이라고 말씀하신 거 같다.

Q. 국동석 감독님은 김갑수를 히든카드, 핵포탄 같다고 말했는데.
김갑수: 그만큼 ‘공범’에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서는 밝힐 수 없지만(웃음).

Q. 이 영화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손예진: 일단 전적으로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했다. 시나리오 보면서 소름이 돋았고 마지막 장을 덮고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김갑수: 나도 손예진처럼 시나리오가 좋았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니까 끌렸고 또 손예진과 연기할 기회라서 택했다.

Q. 순만, 다은이를 연기하면서 살리고 싶었던 주안점이 있나.
김갑수: 딸의 의심은 다은이와 순만이의 관계를 비극적으로 몰고 간다. 의심을 어떻게 피해야 할까, 어떻게 결백을 주장해야 할까.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힘들었다. 화를 내야하는 건지, 울어야 하는 건지.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다.
손예진: 일단 시나리오를 선택했지만 대단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Q. 만약 내가 극 중 다은이의 상황이라면 아빠를 신고 했을까?
손예진: 영화를 찍으면서 내내 고민했던 거다. 실제 내 상황이면 상상이 안 된다. 신고 못 할거 같기도 하면서 아빠가 죄 값을 치러야한다고 생각한다.
김갑수: 아우~ 그럴 수 없지 않을까. 모두에게 거짓말을 해도 좋지만 나한테만은 진실을 말해달라고 할 거 같다. 신고는 못하지.

Q.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나.
손예진: 김갑수 선배님의 역할은 다은이의 감정 선에서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하나, 하나 담으려고 노력하셨다. 나는 예민하게 현장에 있었던 반면, 선배님은 편안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촬영할 때 계산된 연기일까,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걸까 잘 모를 정도로 굉장히 몰입하시는 거다. 연기의 이면을 생각하시면서 연기를 하시는 거 같다.
김갑수: 손예진의 연기는 구경하게 된다. 나도 연기를 해야 하는데 손예진 연기 구경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어려운 감정표현을 해닐 수 있을까?” 생각 했는데 그걸 뛰어 넘더라.

영화 ‘공범’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손예진

Q. 손예진, 김갑수는 촬영장에서 어땠나.
국동석 감독: 두 분의 연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큰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뿐만 아니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 까지 채워줬고 완벽한 다은이와 순만이를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두 분을 보면서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
김갑수: (감독님이) 어려 보이지만 워낙 집요하게 원하는 게 있었다. 한 컷, 한 컷 원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지겨울 정도로 주문을 했던 감독이다(웃음). 약간의 차이인데도 섬세하게 만족스러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다.

Q.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배우들의 소통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국동석 감독: 대부분의 장면을 소통하면서 찍었던 거 같다.
손예진: 스릴러고 무거운 소재지만 다은이는 밝고 사랑스러운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말 외에는 저한테는 주문이 없으셨던 거 같다(웃음). 한 장면에서 이 대사가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말씀 드리면 바로바로 정리하셔서 더 좋은 대사와 상황을 만들어 주셨다.

Q. 영화 속 대사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어려운 장면이 있었다면?
김갑수: 모든 장면이 힘들었다. 왜냐면 서로의 내면적인 감정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손예진: 한 장면이 끝나면 산 넘어 산이더라. 점점 갈수록 (감정연기가) 힘들었다. 다은이가 느끼는 결정적인 의심이 있다. 그 장면에서 아빠를 찾아가 오열하는 장면에서 탈진이 오더라. 대사는 길었고 감정은 유지해야 했다. 넉다운 될 정도로 힘들었다.

Q. 그럼 감독님은 그 대사를 왜 넣었나?
국동석 감독: 평소에 가슴에 담고 다니는 말이다. 수많은 해결되지 않은 사건, 침묵하는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들이 잡힐 때까지 끝이란 없다고. 공소시효가 사라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용서 받지 못한 범죄에 대한 분노와 진심어린 마음을 담았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