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는 매년 치열한 격전지였다. 그에 걸맞게 매년 기대작들이 쏟아졌다. 올해 추석 극장가를 두드리는 한국 작품은 ‘관상’과 ‘스파이’다. 송강호를 중심으로 조정석, 이종석,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등이 뭉친 ‘관상’과 설경구를 중심으로 문소리, 다니엘 헤니, 한예리 등이 조화를 이룬 ‘스파이’, 배우진도 막상막하다. 두 영화 모두 큰 웃음을 전해주기 충분하다. 여기에 ‘관상’은 역사의 진중함이 더해졌고, ‘스파이’는 첩보액션이 추가됐다. 물론 개봉과 함께 압도적인 흥행 페이스를 보인 ‘관상’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관상’ – 각각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하다. ∥ 관람지수 7
‘스파이’ – 코믹과 첩보의 결합, 허술함과 웃음의 줄타기. ∥ 관람지수 6

‘관상’ (왼쪽), ‘스파이’ 스틸 이미지

앙상블이 만들어낸 웃음 vs 개인기가 만들어낸 웃음



‘관상’은 천재 관상가 내경 역의 송강호와 내경의 처남 팽헌 역의 조정석,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상당하다. 호흡도 뛰어났다. 송강호는 판을 펼쳤고, 조정석은 신나게 뛰어 놀았다. 특히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버금가는 임팩트 강한 캐릭터를 만났다. 개인기 보다는 두 배우의 앙상블과 극 중 상황이 만들어내는, 그리고 철저한 계산속에서 만들어 졌다. 비록 기능적 역할에 그치지만 김혜수의 등장도 꽤나 눈길을 잡는다.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는 중반 이후부터 등장하지만 굉장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수양대군의 등장으로 영화의 흐름이 갑자기 이질적으로 변한다. 그러면서 웃음도 다소 줄어든다.

‘스파이’는 ‘관상’과 달리 배우들 개인기에 의존한 웃음이 강하다. 영희 역의 문소리는 마치 웃기기 위해 ‘작정하고’ 달려드는 것 같다. 몸 개그는 물론 다양한 웃음 코드를 지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웃음’ 만을 위한 캐릭터. 그럼에도 그녀가 만들어내는 웃음 타율, 상당히 높다. ‘스파이’는 문소리의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 그리고 ‘스파이’가 가진 웃음의 복병, 바로 야쿠르트 요원 라미란. 출연 장면 다 합쳐도 10분이나 될까. 그런데 나올 때마다 배꼽 빠진다. 이렇게 두 배우가 ‘스파이’의 웃음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쉬운 건, 웃음을 줘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은 느낌이란 점이다. 극 중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 코드도 꽤나 보인다.

‘관상’ (왼쪽), ‘스파이’ 스틸 이미지

호기심과 묵직함 vs 코믹과 첩보



‘관상’은 소재면에서도 호기심을 잡는다. 사람의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것, 실제 ‘관상’을 믿는 사람이건 아니건 그것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관상만 보고 범죄를 해결하고, ‘불온’ 세력을 미리 처단하는 등 흥미로운 관상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관상, 그 자체에서 오는 매력은 줄어든다. 관상이 야기하는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이야기의 흐름도 점점 식상해진다. 역사적 사건이 주는 묵직함은 있지만 전반부와 너무 이질적인 탓에 다소 피로함을 전해준다. 때문에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내내 영화에 집중하기엔 다소 어렵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진 ‘관상’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헛점을 덮고도 넘친다.

‘스파이’의 이야기는 새로울 게 전혀 없다. ‘트루 라이즈’ 등을 통해 많이 접해왔던 컨셉트다. 그리고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흐름도 그렇게 원활하진 않고, 캐릭터의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첩보와 웃음이 합쳐지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허술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웃음이 크게 거슬리지 않고, ‘올드’한 유머 코드도 잘 먹혀들어간다. 완서도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지만 곳곳에 포진된 웃음은 대중들의 마음을 가져갈 만하다. ‘스파이’ 역시 배우들의 매력이 구멍을 잘 메우고 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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