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규어 로스(Sigur Ros, 아이슬란드 발음으로는 시우르 로스)의 내한공연이 확정됐을 때 주위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결국 올 줄 알았다”와 “설마 올 줄 몰랐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밴드 시규어 로스는 특유의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음악으로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 열렬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다. 영어 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음에도 이러한 인기를 누리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사운드가 가진 아름다움 때문일까? 동시대의 뮤지션들도 시규어 로스에게 찬사를 던진다.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는 “시규어 로스는 라디오헤드에 많은 영향을 준 밴드”라고 말했다. 여가수 뷔욕은 “시규어 로스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신께 감사하다”라고까지 언급했다. 이 정도면 대단한 정말 대단한 찬사다. 1994년에 결성된 20년차 밴드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드림 팝, 포스트 록 등 어떤 한 단어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그냥 ‘시규어 로스의 음악’이라고 하는 편이 가장 수월할 것이다. 오는 5월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시규어 로스의 리더 욘 쏘르 비르기손(jon þor birgisson, 이하 욘시)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가졌다.



Q. 시규어 로스로 한국에서 처음 공연을 갖는다. 욘시는 솔로공연으로 내한한 적이 있다. 한국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나?
욘시: 2010년 내한 공연은 정말 놀라웠다. 관객들 반응도 대단했고 공연 도중에 수백 개의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Q. 작년 5월부터 앨범 < Valtari > 발매 기념 월드투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연 반응은 어떤가?
욘시: 팬들이 정말 대단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Q. 시규어 로스는 영어 제목과 영어 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미국,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양산해낸 몇 안 되는 밴드다. 비결이 뭐라 생각하는가?
욘시: 음악을 만들 때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떠오르길 기다린다. 리허설을 하면서 멤버 모두들이 좋아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Q. 아이슬란드, 그리고 노르웨이 출신의 뮤지션들에게서는 어떠한 공통점이 느껴진다. 주변 국가들이 자연 풍광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에도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영향을 미쳤을까?
욘시: 물론이다. 그러지 않기가 어려울 것이다.



Q. 당신들의 음악은 매우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세계적인 성공을 예상했나?
욘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음악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Q. 2008년 5집 앨범 < Með suð i eyrum við spilum endalaust(아직도 귀를 울리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연주한다) > 이후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었다. 그리고 4년 만에 < Valtari >를 발표했다. 쉬는 동안에 뭘 했나?
욘시: 다들 아이가 생기면서 좀 바빴다. 이전 투어를 마치고 바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몇 곡을 녹음했는데,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 동안 쉬다가 일 년 전부터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 Valtari >는 정말 많은 세션에 걸쳐서 녹음했다.



Q. 한국에는 시규어 로스 때문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한 유명 여배우가 < Heima >를 보고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시규어 로스가 가진 어떤 매력이 이들을 당신의 나라로 이끄는 것일까?
욘시: 그건 팬 여러분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2007년 작 < Heima >의 뒤를 잇는 새로운 영상 프로젝트 < Valtari Film Experiment >가 최근 한국에도 발매했다. < Valtari >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영화감독들이 각각 자신들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독특한 방식을 생각해낸 배경을 설명해 달라.
욘시: 그냥 좀 색다른 것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감독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자유를 줬다. 정말 흥미로운 프로젝트였고 이 프로젝트의 결과로 나온 영화들 모두가 마음에 든다.



Q. 시규어 로스의 공연은 음악 외에 시각적 효과로도 유명하다. 내한공연에서도 기대해 봐도 좋을까?
욘시: 우리는 항상 ‘공연’을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모습을 염두에 둔다.



Q. 최근 캬르탄 스베인손이 밴드를 공식 탈퇴했다. 혹시 이유를 물어도 될까? 새 멤버는 확정이 됐나?
욘시: ‘나는 내 인생의 절반을 밴드와 함께 했어’라고 하며 이제는 좀 다른 것을 해 보고 싶다며 서로 좋게 마무리 했다. 혼자 작곡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무대에서 무려 두 명이 캬르탄의 파트를 연주하고 있다.



Q. 음악을 하면서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말해 달라.
욘시: 그냥 우리는 특별히 목표를 가지고 있다기보다 함께 하는 것이 좋을 뿐이다. 진실 된 모습으로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 하고 싶을 뿐이다.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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